지난 11월7일, 은평구에 이호철북콘서트홀을 개관했는데 개관 기념 북콘서트 첫 강연을 11월의 마지막 날 현기영 선생의 로 시작했다. 북콘서트홀은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고 세련되고 문화행사를 하기에는 공간의 크기도 적당했다. 은평구 주민 누구나 찾아와서 책도 읽고 공연도 볼 수 있는 친숙한 복합공간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오프닝은 제주 출신 인디 가수인 강아솔의 노래로 열었다. 처음 듣는 강아솔의 목소리는 조용한 이야기를 듣는 듯 아련했지만 그녀 내면의 힘이 전해왔다. 현기영 선생은 2년 전 예수회센터

며칠 전 첫눈으로 폭설이 오더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 내가 어렸을 때 12월은 한겨울로 진입하는 달이었고 월동 준비를 하는 달이었다. 김장을 하고 광에 연탄을 채우고 내복을 끼어 입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그때 내 어린 눈으로 본 세상은 다들 그렇게 사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특별히 가난한 사람들도 있었다. 학교에 등록금을 못 내는 아이들, 도시락을 싸 오지 못하는 아이들, 옷을 추레하게 입은 아이들. 그때는 가난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가난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교묘하고 은밀하게 가난이 숨어있다. 그래서 가난한 이들은,

지난 11월 13일은 전태일이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자신을 불사르고 산화한 지 54주기 날이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념관’에 가서 국화꽃과 향을 올리고 전시관에 있는 자료와 사진, 글들을 보며 ‘나만의’ 추모 시간을 가졌다. 오늘은 성분도 은혜의 뜰에서 가톨릭일꾼 월례미사를 ‘전태일 열사 추모 미사’로 일꾼들과 함께 봉헌했다. 미사 후 대구에서 먼 길을 달려온 유대칠 선생의 “예수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태일-우리 되기와 구경꾼”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들었다.유대칠 선생은 중세철학을 전공한 분이지만 실질적 직업은 ‘철거 폐기물’

'2024년 그리스도인 평등주간' 을 맞이하여 서강대 예수회센터에서 진행한 라는 모임에 참석했다. 이 모임은 '예수회 인권연대'와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가 함께 했다. 14일 오프닝 토크쇼를 시작으로 17일 '무지개 교회들과 함께 하는 예배'로 마무리 하는 나흘간의 일정이다. 그중에서 나는 둘째 날 '차별법 진짜 바로 알기 아카데미'에 참석한 것이다.나는 차별과 혐오를 반대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는 사람이지만 차별금지법 조항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정동프란치스코 회관 에서 봉헌되는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미사’를 드리러 갔다. 바로 전 주에는 같은 장소에서 메리놀 수녀회 창립 100주년 기념미사를 드렸는데 ‘추모’와 ‘기념’ 사이를 오가는 나의 심경은 혼란스럽고 우울했다. 하기야 부모님이 돌아가신 장례식장에서도 펑펑 울다가 손님맞이를 하면서 웃어야 하는 존재가 인간인 것을.사실은 추모미사 전에 ‘사난 살주’라는 다큐 연극 공연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선약이 있기도 했지만 솔직히 그 연극을 보기가 힘들어서 일부러 피했다. 이 연극은 1인극 네 개가 모인 다큐멘터리

가을비라고 하기엔 많은 양의 비가 오는 오후에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리는 ‘메리놀 수녀회 백주년 기념미사’에 다녀왔다. 나를 초대해 주신 분은 강남순 교수와 함께하는 ‘사유하는 아카데미 이론그룹’ 멤버로 인연을 맺은 성미영 수녀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분이 수녀임을 알지 못했다. 이유는 그분이 여느 수녀처럼 베일과 수녀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메리놀 수녀회 수녀였다. 메리놀 수녀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미국에 본원이 있고 카리스마가 의료서비스라서 메리놀 병원을 운영한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오

예수회 이냐시오 카페에서 예수회 인권연대 주최로 영화 를 상영하였다. 제110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기념하여 상영한 이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의 감독인 켄 로치의 영화여서 더 보고 싶었다. 영국 폐광촌, 시리아 난민 이야기영국 북동부의 폐광촌에 어느 날 시리아 난민이 들어오자 동네 주민은 이들에게 적개심을 가진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죽음으로 내몰린 이들이 영국으로 몰려오자 정부는 이 마을에 임시거처를 마련해 준 것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폐광촌이 된 후 이미 하락하고 있는 집값이

우리 아파트 쓰레기 분리배출일은 매주 월요일이다. 종이류와 플라스틱, 유리병과 캔류 그리고 비닐을 나눈다. 재활용이 안되는 물건은 쓰레기 봉투에 버린다. 매주 놀라는 것은 매주 나오는 어마어마한 쓰레기의 양이다. 명절이 지난 주는 '쓰레기산'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나는 나름대로 분리배출을 잘한다고 손가락 관절이 안좋은데도 박스에 붙은 테이프를 떼느라 진을 빼고 비닐에 붙은 이물질을 깨끗이 씻어서 배출하느라 오히려 물낭비가 심하다. 장황하게 '모범적인' 분리배출을 하고 있다고 자랑을 늘어놓은 이유가 있다. 8월 가톨릭일꾼 월례미

나의 40년 지기 친구 아내의 부고를 들었다. 그녀는 언제부턴가 내 친구보다 더 친한 친구였다. 한 달 전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아들네 집에 다니러 갔는데 건강 검진 결과 척추암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머리와 간에도 전이가 된 상태라고 했다. 한국에 있던 내 친구는 서둘러 비행기 표를 구해서 떠날 예정이었는데 그 하루를 기다려주지 않고 홀연히 떠난 것이다.내 친구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아내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채 홀로 한국에 남겨졌고 캐나다에 있는 아들 부부는 갑작스럽게 엄마의 죽음을 맞이했다. 전화기를 타고 들려온 친구의 통곡은 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