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철의 생활하는 시
숲에서
-신진철
흰 눈 사이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
어느 산이건
한 나무만 품지 않는다
품을 수 있는 모든 나무를 품어야
비로소 온전한 산이려니
우리 함께 넓은 산이 되자
높은 봉우리가 되고 깊은 골짜기를 품자
이 산 능선따라
참나무 소나무 오리나무 꽝꽝나무들이
이 계곡에는
무당개구리 도롱뇽 버들치 가재들이
이 골짜기에는
송이버섯 능이버섯 광대버섯 미치광이버섯들이
모두 깃들기를
우리의 품이 이들 모두를 품을 수 있기를
흰 눈을 덮고 누운 산에
높바람 맵차게 몰아치지만
나뭇가지들이 도토리 다람쥐와 함께
가파르게 몸 떨면서도 이렇게 살아 왔다고
우리는 또 살아갈 거라고 외쳐본다
우리는 함께 해야 비로소 숲이니까
숲처럼 함께 살아가야 비로소 우리니까
* 제천간디학교에서 인생의 황금기인 50대를 다 보내고 가시는 이병곤 선생님께 드립니다.
신진철
충북 제천 덕산에서 일하며 시 짓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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