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일 주교가 지난 4월 2일 제주 강정에서 열린 미사에서 윤석열 탄핵을 앞두고 강론을 하셨습니다. 주진오 선생이 정리해 주신 페이스북 게시글을 공유합니다.

나는 살아오면서 교회 내에서 성직자들도 그렇고 신자들도 그렇고 자주 느꼈던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항상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경거망동하지 말고 좌우로 기울지 말고 균형을 잃지 말고 공동체 내에 분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는 중용론입니다. 그러다 보니 언제라도 정의를 위해 의연하게 행동하지 못하고 꼭 나서야 될 때를 알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침묵하다가 방관자가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온 국민이 집단 우울증에 걸릴 지경에 놓여 있습니다.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서약한 대통령이 헌법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군대를 출동시켜 국회와 선관위를 장악하였습니다. 자신의 정적들을 즉시 체포 구금하고, 국민의 모든 헌법적 기본 권리를 박탈하고,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성향이나 언행을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인사들을 폭력적인 수단으로 연행하고 처단하는 반민주적이고 비인간적인 폭거를 수행하려고 가공할 음모를 꾸미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수천 명의 시민을 은밀히 처단하여 제거하려는 몸서리치는 폭력적인 계획을 세우고 시신을 처리할 관과 영현 백까지 수천 개 대비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천만다행으로 시민들이 국회로 몰려가서 계엄군의 차량을 막고 그들의 총부리를 붙잡고 늘어졌기에 비상계엄은 국회에서 해제되고 큰 비극이 위기일발의 순간에 저지될 수 있었지만, 그 후 구속되었던 내란의 수괴가 다시 풀려나면서 국민들은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며 주말마다 헤아릴 수 없는 이들이 광장에 나서서 즉시 탄핵과 파면을 외치고 있습니다. 모든 법학자와 법조계 원로들은 온 천하가 목격한 12.3은 명백한 헌법위반이고 탄핵밖에는 답이 없고 헌법재판관들은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의 불안정과 위기 상황을 고려하여 하루라도 빨리 탄핵에 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12월3일 이후 석 달 넘는 기간 중에 소위 여러 법률을 다루는 법률가들이 법조문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보통 사람의 상식과 논리가 통하지 않는 법조계만의 특수한 논법과 주장이 난무하는가를 경험해 왔습니다. 법률의 기본 정신과 내용에 충실하기보다는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법조문의 어구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비틀어서 적용하는 법조 세계의 비상식적인 현실을 보며 나는 예수님 시대의 율법학자들, 율법에 누구보다도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도 율법의 핵심인 하느님의 뜻을 지키고 실현하는 데에는 손가락 까딱하지 않은 율법 전문가들을 떠올렸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 모든 법규의 가장 기본이 되는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고 헌법재판관은 그 책임을 수행하는 이들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미사 중에 주님께서 당신 영을 보내시고 헌법재판관들이 진실을 외면하거나 방관하지 말고 온 국민이 입이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내란 책임자의 파면을 신속히 판결하도록 용기와 혜안을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강우일 베드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