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영'을 거부하는 것이 세례의 참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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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영'을 거부하는 것이 세례의 참된 의미
  • 박문수
  • 승인 2025.01.0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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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예수의 길 칼럼] 2024년 1월 12일(일) 주님 세례 축일 복음(루카 3,15-16,21-22)

 

그때에 15 백성은 기대에 차 있었으므로, 모두 마음속으로 요한이 메시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였다. 16 그래서 요한은 모든 사람에게 말하였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오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21 온 백성이 세례를 받은 뒤에 예수님께서도 1) 세례를 받으시고 2) 기도를 하시는데, 3) 하늘이 열리며 22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분 위에 내리시고, 4)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그리스도교에서 세례는 새로운 탄생을 상징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탄생의 의미를 깊이 느끼기에 세례일을 생일로 여깁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 갖는 결단의 무게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세례는 빛과 어둠의 대결에서 빛을, 생명과 죽음의 대결에서 생명을 택하려는 결단입니다. 반면 이 세상에서는 ‘어둠’이 권력을, ‘죽음’이 성공을 약속하기에 그리스도인조차 어둠과 죽음에 이르는 넓은 길을 택합니다.

12·3 내란 사태 앞에서 우리는 이런 신자들의 전형을 봅니다. 내란의 우두머리인 윤석열은 독재와 민주주의도 구별하지 못합니다. 정권과 국가도 혼동합니다. 악령의 신탁(神託)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국가와 국민을 제물로 삼으려 합니다. 권력과 부귀영화를 영속하는 것이 목적이면서도 국민을 위한 결단이라 항변합니다. 더 한심한 일은 그를 따르는 신도들의 무신앙, 무개념입니다. 이들은 거짓 영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자신만이 바른 신앙을 가지고있다고 착각합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주교, 사제, 수도자도 적으로 삼습니다. 그저 생각이 다른 사람은 누구든 종북이고 빨갱이입니다. 그들에게 하느님은 그저 물신(物神)이고 무신(巫神)일 따름입니다. 심각한 영(靈)적 타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선과 악을 혼동하지 않습니다. 좁은 가시밭길도 기꺼이 선택합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남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을 포용합니다. 궁극에 하느님의 정의와 선이 승리할 것을 믿기에 기다릴 줄 압니다. 고귀한 가치일수록 오랜 인내와 투쟁을 통해 얻어지는 것을 알기에 빠른 성취를 약속하는 거짓 예언에 속지 않습니다. 계속되는 어두움에도 빛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길고 험난한 선의 길, 바른 영의 길을 걸어야 ‘하늘이 열리고’, ‘하늘의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법입니다. 우리는 그 길을 걸으신 예수님을 믿는 제자들입니다.

오늘 주님 세례 축일, 저희도 다시 한번 세례의 의미, 새로운 탄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박문수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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