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하나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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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하나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
  • 진용주
  • 승인 2024.06.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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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용주 칼럼
by Said Elatab

죽은 아들을 안고 슬픔에 잠긴 팔레스타인 여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아이들은 이제 몇 명이 되었을까. 문명개화 하고도 여러 세기가 지난 지금, 세상의 많은 일들이 거의 동시적으로 중계되는 이 21세기에 우리 눈앞에서 태연히 인종학살, 인종청소가 벌어진다.

이런 죽음을 고발하면, 그러게 왜 전쟁을 걸었느냐며 드잡이하는 사람들은 세계의 곳곳에 있다. 전쟁 이전에 점령이 있었고, 전쟁 이전에 추방이 있었고, 전쟁 이전에 자신의 땅에서 밀려나고 도둑질당한 사람들이 있는데, 제 땅에서 갑자기 식민지 백성이 되어 고난을 강요받았는데, 그런 역사는 또 어디로 가버렸는지 성마른 이들의 셈법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림을 그린 Said Elatab은 레바논 출신의 화가로 미국 뉴저지의 피터슨시에 산다. 사이드는 가자에서 수천 킬로미터 멀리 떨어진 안전하고 풍요로운 곳에 살지만(안전과 풍요라니, 가자와 얼마나 다른 말들인가!), 자신이 레바논에 살 때 보았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난을 기억하고 거기에 연대한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열악한 지위에 놓인 이들 중 하나인 중동의 어머니들을 그린 그림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아이의 요람을 흔들고 다른 손으로 세상을 흔드는 여성입니다. 그녀는 사람들이 선량하게 클 수 있도록 준비하는 최초의 학교입니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성격에 지문을 남기고, 자신의 여정이 끝날 때까지 자식들을 돌봅니다.”

‘피에타’는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를 껴안고 비통해하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을 부르는 말이다. 본디는 슬픔이나 비탄을 뜻하는 말이라고도 하고,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말이라고도 한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유명하고, 또 독일 베를린 노이에 바헤에 있는 케테 콜비츠의 작품도 유명하다. 그보다 덜 유명한 수많은 피에타들이 있을 것이다. 죽은 자식을 안고 슬퍼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얼마나 많겠는가. 그리고 새로이 그려질, 만들어질 피에타들도 많겠다. 오늘 본 사이드의 그림도 새로운 피에타다.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라고? 당신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진용주 
<우리교육> 기자, 디자인하우스 단행본 편집장 등 오랫동안 기획, 편집, 교정교열, 디자인, 고스트라이팅 등 여러 방법으로 잡지와 단행본을 만들며 살았다. 책을 만드는 것만큼 글을 쓰는 일도 오래 붙잡고 지냈다. 장만옥에 대한 글을 쓰며 남에게 보이는 글의 고난을 처음 실감했다. 덴마크 루이지애나미술관에 대한 글을 쓰며 미술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글을 쓰거나 책을 만들지 않을 때 여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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