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 멜로] 나도 모르게 남에게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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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멜로] 나도 모르게 남에게 주어라
  • 앤소니 드 멜로
  • 승인 2016.10.0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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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여라. (마태오 6,3)

행복과 거룩함의 경우처럼 자선의 경우도 그렇다. 당신은 당신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당신이 행복을 의식하게 되는 순간 당신은 행복하기를 그치게 되기 때문이다. 당신이 행복의 체험이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행복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나 사물 혹은 사건에 의해 만들어지는 흥분과 짜릿함에 불과한 것이다. 참다운 행복은 이유가 없다. 당신은 전혀 아무런 이유가 없이 행복하다. 그리고 진정한 행복은 체험될 수 없다. 행복은 의식할 수 있는 영역에 있지 않다. 그것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자아의식이 없는 상태이다.

거룩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당신이 자신의 거룩함을 의식하는 순간 그것은 맛이 변하고 자기 독선적인 것으로 변한다. 선한 행위는 당신이 그것을 선하다고 의식하지 않는 순간만큼 선할 때가 없다. 당신은 행위 자체를 너무나 사랑해서 당신의 선함과 덕에 대하여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당신의 왼 손은 오른 손이 무언가 선한 것이나 칭찬 받을 만한 일을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 당신은 그저 그것이 자연스럽고 자발적으로 할 만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당신이 자신에게서 볼 수 있는 모든 덕들이 전혀 덕이 아니라 교묘하게 당신이 자신에게 연마시키고 만들어내고 강요한 어떤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위한 시간을 가져라. 만일 그것이 참다운 덕이라면 당신은 그것을 진정으로 즐길 것이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서 그것이 덕이라는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거룩함의 첫 번째 특징은 그것에 대한 자의식이 없는 것이다.

사진=한상봉

두 번째 특징은 그것이 어떤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력은 행동을 바꿀 수 있으나 당신 자신을 바꿀 수는 없다. 다음을 생각해 보라: 노력은 음식을 당신 입 속에 넣을 수 있으나 맛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잠자리에 넣을 수는 있으나 잠들게 할 수는 없다; 다른 이에게 비밀을 털어놓을 수는 있으나 신뢰를 만들 수는 없다; 당신으로 하여금 인사를 차리게 할 수는 있으나 진정한 찬탄을 하게 만들 수 없다.

노력은 섬기는 행위들을 실행에 옮길 수 있으나 사랑이나 거룩함을 만들어 낼 힘은 없다. 당신이 노력에 의해 성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진정한 변화와 성장이 아니라 억누름일 따름이다. 변화는 오로지 깨달음과 이해에 의해 오는 것이다. 당신의 행복을 이해 해보라. 그러면 그것은 사라질 것이다.

이해의 결과로 생기는 것이 행복의 상태이다. 당신의 자만심을 이해하라, 그러면 그것은 떨어져 나갈 것이다- 그 결과로 생기는 것은 겸손일 것이다. 두려움을 이해하라, 그러면 그것은 용해될 것이다- 결과로 생기는 상태는 사랑이다. 당신의 집착을 이해하라, 그러면 그것들은 사라질 것이다- 결과는 자유이다. 사랑과 자유와 행복은 당신이 연마하거나 생산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당신은 그것들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다.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그것들의 반대편을 관찰하는 것이고 그리고 그런 관찰을 통하여 이 반대편들은 죽게 된다.

거룩함의 세 번째 특징은 그것이 욕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당신이 행복을 원한다면 그것을 얻지 못할까봐 당신은 불안해질 것이다. 당신은 늘상 불만족의 상태에 있게 될 것이고, 이 불만족과 불안, 걱정은 이제 막 얻기 시작한 행복을 죽이게 된다. 당신자신을 위하여 거룩함을 원하면 당신을 너무나 이기적으로 만들고 공허하고 거룩하지 않게 몰고 가는 탐욕과 야망을 채우는 것이 되고 만다.

당신이 반드시 이해해야 할 것이 있다: 당신 안의 변화에는 두 가지 원천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는 당신의 자아가 지니고 있는 교활함으로, 그것은 당신이 되어야 할 존재 그 이외의 것이 되기 위하여 노력을 하도록 부추기며 그럼으로써 당신의 자아 그 자체가 상승되고 미화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또다른 원천은 자연의 지혜이다. 이 지혜 덕분에 당신은 그것을 깨닫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변화를-그 양상이나 방법, 속도, 변화의 시간 등- 실제와 자연에 맡기는 것, 그것이 당신이 해야할 모든 것이다. 당신의 자아는 훌륭한 기술자이다. 그러나 창조적이지 못하다. 자아는 방법들과 기술들을 사용하여 소위 거룩한 사람들을 만들어내지만 그들은 경직되고 고집스러우며, 기계적이고 생명력이 없으며 자신들을 참을 수 없는 것처럼 남들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거룩함과 사랑의 정반대인 폭력적인 사람들이다. 소위 “영적인” 사람들의 유형은 그들의 영성을 의식하고 있어서 메시아를 십자가에 못박는 사람들이다. 자연은 기술자가 아니다. 자연은 창조적이다. 당신이 자신을 포기할 때 -아무런 욕심과 야심, 아무런 불안도 없고 기를 쓰고 얻어내고 도달하고 성취하려는 느낌이 없을 때 당신은 창조자가 될 것이고, 약삭빠른 기술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때에 남아있는 것은 다만 민감함, 깨어있음, 꿰뚫음, 주의 깊음의 자각만 있을 뿐이며 이러한 자각은 그 사람의 어리석음과 이기심을 용해시키게 될 것이다. 이어 따라오는 변화들은 당신의 청사진과 노력들의 결과가 아니라 당신의 계획과 의지를 쫓아버리는 자연의 산물일 따름이다. 그럼으로써 자연은 실체가 당신의 오른 손으로 하는 것에 대하여 당신의 왼손에 대한 인정이나 성취 그리고 어떤 의식조차 남겨놓지 않을 것이다.

 

앤소니 드 멜로(Anthony de Mello)
예수회 신부로서 인도 푸나에 있는 사다나 사목상담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18년 동안 피정 지도, 기도 연수, 영성 치료 프로그램 등에 중점을 두고 일했다. 지은 책으로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 <일분 헛소리>, <개구리의 기도>, <깨어나십시오>, <종교 박람회> 등이 있다.

출처: <사랑으로 가는 길>, 안소니 드 멜로, 참사람되어 2001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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