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철의 생활하는 시
안개 짙은 가을 아침
-신진철
서두르는 아침 출근길
머리 끝에 맺힌 이슬 방울
안개 자욱한 마을에
경운기 소리만 텅텅텅
무더위와 긴 비에 녹은 논밭
그래도 버려둘 수 없다고
주름을 타고 고인 땀방울
꾹 다문 잇새로 나오는 한숨
몸도 힘들고 마음도 아프니
벌써 몇 해째 내년엔 접어야지
봄이면 버릇처럼 갈고 엎어
심고 가꾸고 풀을 뽑았다만
이제는 하늘도 땅도 해도
늙은 농부를 밀어낸다
당장 내년부터 그만 두면
논밭은 또 잡초가 우거지겠지
안갯속으로 경운기는 무심하고
한없이 어둡고 가물가물한 앞날
헛웃음 나오게 된 논밭이지만
저 농부 버릇삼아 어슬렁 어슬렁
신진철
충북 제천 덕산에서 일하며 시 짓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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