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갖게 되면 천하무적이 됩니다. 무적(無敵)이란, 겨루거나 상대할 만한 적수가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이란 뜻입니다. 하지만 무식한 사람이 장착한 신념은 불통으로 인해 겨루거나 상대할 가치가 없어 사람들이 회피하기 때문에 무적이 됩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속담처럼 그를 외면하고 회피하기 때문에 무적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천하무적 무식한(無識漢)에게 권력이 주어지면 그 아래 삽살개처럼 꼬리를 흔들며 달려드는 간신배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무식한의 발바닥을 핥으며 거기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탐합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무식한은 자기 우월성에 취해서 그 돼먹지 못한 신념의 깃발을 더 높이 쳐들고 다닙니다. 간신배들에 둘러싸이면 다른 것은 안 보이고 오직 자기만 보이게 됩니다. 무식한의 신념은 그래서 더욱 견고해지고 심지어 성스러워지기까지 합니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갖게 되는 배경은 물론 그의 무지입니다. 그런데 그 무지가 하나의 신념에 사로잡히게 하는 외부의 장치는 바로 힘입니다. 내가 어떤 일을 해도 그 힘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강한 신념이 생기게 되면 그는 천하무적 망나니가 됩니다. 김건희 씨가 논문 표절, 주가 조작 같은 반사회적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검사를 남편으로 두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그 검사가 대통령씩이나 되었으니 세상 무서울 게 없는 것입니다. 천하무적 김 여사가 된 것이지요.
하지만 그 천하무적 김 여사의 진짜 힘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남편이 아니라 주술적인 세계관에서 나옵니다. 주술적 세계관은 어떠한 초월적 힘이 자신을 지켜준다는 믿음으로 그것을 신봉하는 것입니다. 조상신이 됐든, 동자신이 됐든, 장군 신이 됐든 무속적 인격신의 영향이 현세와 인간의 삶을 지배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면 그들의 힘을 빌어 이 세계를 자기가 제어할 수 있다고 믿게 됩니다. 천하무적 김 여사는 이렇게 탄생하게 됩니다. 세계를 초월하여 영향을 미치고 세계를 제어하는 힘이 무속이나 주술에 있다고 믿을 때, 그는 이 세계의 질서와 윤리, 도덕, 인간성을 넘어서서 자기 본위의 행동을 하게 됩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하고 저주하면 할수록 핍박받는 예언자의 의식으로 자신의 신념을 더욱 견고하게 세우고 외부와 투쟁하려 합니다. 예언자적 선민의식은 자신의 신념과 세계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몰락을 순교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무지에는 자신을 객관화시킬 수 있는(메타 인지) 능력이 없습니다. 오직 자기가 세계의 전부일 뿐입니다.
보수 개신교회들이 10월 27일에 광화문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연다고 합니다. 그동안 교회들이 일요일에 예배당에서 드리는 예배를 주일성수의 전범으로 여기고 그를 지킬 것을 강조하던 것을 대규모 야외 집회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연합예배라고 말은 하지만 부활절 연합예배조차도 본 예배(?)를 자기 교회 예배당에서 드리고 오후에 별도로 연합예배를 드리던 이들이 본예배를 광장에 나와서 드린다고 합니다. 그동안 자기들이 그토록 주장해 왔던 주일성수의 규범을 광장에 내팽개쳐 버리는 것입니다.
연합예배의 구호 또한 기가 찹니다. ‘건강한 가정 거룩한 나라’입니다. 이미 개신교의 지지로 무속에 깊이 빠져 있는 인사가 이 나라 대통령이 되어 있으니 ‘거룩한’이라는 말은 매춘부가 순결을 주장하는 꼴입니다. 또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모든 성도는 모이자!’고 합니다. 여기서 바알이 누구입니까? 이미 무속에 빠진 자를 하느님의 이름으로 축복하고 그를 최고 권력에 올려놓고, 지지하는 자신들이 바알에 무릎 꿇은 자들입니다. 그런데 자신들을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거룩한 백성처럼 뻥을 칩니다. 교회들이 천하무적 김 여사가 됐기 때문입니다.
교회만이 하느님을 독점적으로 소유했다는 생각 때문에 그들은 천하무적 김 여사가 되었습니다. 김 여사가 무속 신들을 의지하는 것처럼 교회들은 자신들만이 하나님을 독점하고 있으니 두려울 게 없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오직 나의 편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힐 때, 천하무적 김 여사가 됩니다. 김 여사가 성형을 밥먹듯이 하고 학력 위조를 하듯 교회 김 여사들도 자기의 신념과 주장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꿉니다. 하지만 그 천하무적 김 여사도 영원하진 않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돌 위에 돌 하나도 남김없이 무너지듯이 무너집니다.
개들에 의해 시신이 찢기고 먹혀버린 이세벨처럼 천하무적 김 여사 또한 비극적 파멸을 맞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정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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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목사
<한국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 <우리들의 작은 천국>, <목사 사용설명서>를 짓고, 시집 <할딱고개 산적뎐>, 단편소설 <코가 길어지는 여자>를 썼다. 전에 물한계곡교회에서 일하고, 지금은 대전에서 길위의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