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로 읽는 허욱 일기
그 길은 산속에 점점이 박힌 산간 마을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챙겨서 가는 어진 길이었다.
그 길은 멀리 굽이치며 돌아갔으나
어떤 마을도 건너뛰거나 질러가지 않았다.
(김훈 에세이 [자전거 여행] 중)
지방도로를 달리다가 어떤 읍내를 만나면
읍내 속으로 들어가는 길과
읍내를 우회하는 길의 갈림길과 종종 만난다.
그리고 차들은 그 읍내가 목적지가 아닌 이상,
우회도로로 지나쳐 가기 십상이다.
큰 길이 나면 언뜻 생각하기에
그 지방 도시가 더 발전할 것 같지만
오히려 더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하다 못해 가게에 들려 하드라도 하나 사서
입에 물고 나와야 푼돈이라도 만질 텐데,
자동차는 우회도로로 쌩쌩 내빼니...
어진 길이라는 말이 따뜻하면서 아팠다.
효율과 합리라는 명분으로
구불구불 다 챙기며 가는 길이 사라지는 것이
우리들의 요즘 차가운 인간관계와
참 많이 닮았다.
허욱 토마스 모어
일기로 글씨 쓰고, 그림 그리는 작가
저서로 <혼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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