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가을 꽃놀이
-닐숨 박춘식
가을꽃 코스모스가
폭염을 뚫고
마당 한구석에 피어
‘고마워 이 더위에’라고
인사하려는데
보는 순간 질겁합니다
으윽, 이게 뭐야!
강렬한 뜨거움을 견디지 못해
코스모스 꽃잎이
누리끼리 변하다니, 거기다
꽃 이파리들도 꼬여있네요
어이없는 무더위로
코스모스가 북쪽으로 이동한다면
가을 꽃놀이도 따라가야 하는데
늙은 암소에게 여쭈어볼까요
구구거리는 암탉에게 물어볼까요
<출처> 닐숨의 미발표 시(2024년 8월 5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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