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사회에서 교회는 구원의 유일한 통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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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사회에서 교회는 구원의 유일한 통로가 아니다
  • 김광남
  • 승인 2024.03.1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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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남 칼럼

이재명, 조국, 한동훈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온다. 갈릴리에서 사람들이 예수에게 몰려갔던 것과 흡사하다.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자신들의 구원자를 발견한다. 페북은 온통 총선 관련 포스팅으로 가득하다. 한쪽 구석에서 여전히 성경구절 풀이에 열중하는 신실한 목사님들이 있기는 하나 그런 글에 대한 반응은 시원치 않다. 페부커들 대부분이 그런 경건한 글보다는 날카로운 정치 비평이 담긴 글에서 사유를 위한 자극을 얻고 있다.

리 비치(Lee Beach)는 현대를 교회가 세상의 주변으로 유배된 시대(church in exile)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시대적 특징이 가장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때가 지금과 같은 선거철이다. 선거철의 구호들은 교회의 복음을 집어삼킨다. 총선이 끝나면 교회가 혹은 교회의 설교가 어느 정도라도 과거의 위치를 회복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가 야당의 압도적 승리로 끝난다면(그럴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그 후에는 곧바로 탄핵 정국이 찾아올 것이다. 탄핵이 이뤄지면 곧이어 또다른 대선... 연이은 정치의 광풍은 교회를 점점더 세상의 주변으로 몰아갈 것이다.

세상이 헛된 우상에 빠져 정신이 나간 것일까?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나는 하느님의 뜻이 성경의 문장들과 교회의 설교를 통해서만 드러난다고 믿지 않는다. 그분의 뜻은 세속의 역사 특히 시대 정신을 담은 정치인들의 주장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만약 교회가 정치인들에게 몰려가는 이들을 허탄한 우상을 좇는 가련한 사람들로 여긴다면, 어쩌면 교회는 이미 예수 시대의 사두개파 비스무리한 위치에 서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호응을 얻을 가능성이 없는 주장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다시 말한다. 교회는 자신의 위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세속사회에서 교회는 구원의 유일한 통로가 아니다.

 

김광남
종교서적 편집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작가이자 번역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교회 민주주의: 예인교회 이야기>, 옮긴 책으로는 <십자가에서 세상을 향하여: 본회퍼가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삶>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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