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 참개구리가 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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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에 참개구리가 울다니
  • 박병상
  • 승인 2023.07.1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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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상 칼럼

엘니뇨 현상이 눈에 띄게 심하다더니, 지난 7월 3일이 기후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하루였다고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했다. 적도 일원 태평양의 수온이 예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새삼스럽지 않지만, 요사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기상이변을 보아, 유별난 모양이다. 기후학자는 마지막 빙하기 이후 가장 뜨거운 7월을 맞을 거로 전망하는데, 우리나라는 견딜만하다. 한데 장마가 이상하다.

전선이 오르내리며 주룩주룩 종일 내리던 장마가 아니다. 몽골 초원의 스콜처럼 휩쓸 듯 퍼붓다 언제 그랬나 싶게 구름 사이에 햇살이 비친다. 처음 본다. 그래서 그런가? 캐스터는 ‘장마전선’이 아니라 ‘정체전선’이라 말한다. 기상대는 ‘장마’라는 용어를 바꾸려는 모양이다. 장마철 지나 삼복을 견디면 8월 중순부터 어김없이 선선해지던 날씨가 변하려나? 언젠가부터 가을 들어서기 전에 정체전선이 오르내리며 빗물을 쏟았는데, 그런 현상은 여전히 낯설다.

장마가 이상해 그런가? 맹꽁이가 전 같지 않다. 기다렸다는 듯,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면 물웅덩이에 모여 경쟁적으로 울던 모습이 통 보이지 않는다. 아직 이른 걸까? 60년대 대중가요에 등장하던 주인공인데 농약 사용으로 한동안 농촌에서 사라졌지만, 최근 10여 년 사이에 늘어나는 듯했다. 농약이 사라졌는지, 장마철이면 농촌보다 도시의 녹지에서 울어대더니 올해는 조용하다. 하필 아파트단지로 개발이 예정된 도시의 녹지에서 울어서 개발업자 난감하게 만들더니 무슨 변고가 생긴 걸까?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송도신도시에 저수지가 많다. 바닷물 높이보다 높여야 하는 갯벌에 흙만 쏟아붓지 않는다.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매립지 밖에서 모래와 갯벌을 막대하게 준설해 퍼붓는다. 그 바람에 인천 앞바다는 생기를 잃었다. 당연히 수많은 어패류가 자취를 감췄는데, 그 면적이 어마어마하다. 육지의 흙은 마지막에 동원한다. 흙으로 마감한 송도신도시는 겉보기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일색이지만, 제법 큰 공원을 여기저기 만들어놓았다. 공원이 있어야 비싼 거주지와 사무실 입주가 활발한데, 저수지까지 굳이 만들었다.

비록 개발업자의 돈벌이에 도움이 되지 않아도 매립지에 저수지는 필수다. 재해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장마나 태풍이 쏟아내는 빗물이 건물 지하로 들어가면 피해가 막대하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흘러 저수지로 모이며 재해를 예방하는데, 그 저수지에 온갖 개구리가 울었다. 심지어 산골짜기의 살얼음 사이에서 우는 산개구리 소리도 들렸다. 스스로 찾아갔을 리 없다. 매립지를 덮은 겉흙을 타고 넘어왔을 게 틀림없다. 산개구리도 마찬가지인데, 요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적응에 실패했을 것이다.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연수구 동춘동에서 다리 건너 송도신도시로 넘어오면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이용객이 많은 ‘달빛공원’이 나오고, 그 공원의 작은 도랑에 맹꽁이가 운다. 보호 대상종이다. 비탈면에 나무를 촘촘히 심어 장맛비를 모여들게 하는 모양인데,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차라리 다행인데, 다리 건너기 직전의 연수구 동춘동에 ‘테마파크’ 부지가 있다. 굴지의 건설업체가 세계적 놀이공원을 약속한 매립지인데, 방치된 현재 습지가 늘어난다. 하필 그 자리에 맹꽁이가 떼로 울어 환경단체가 주목했는데, 올해는 조용하다. 설마 독극물을 풀지 않았을 테고, 장마가 달라진 탓일까?

드넓던 송도갯벌에서 조개 캐던 아낙의 작업장이던 소암마을은 테마파크 부지와 이웃한다. 인천의 오랜 터전이었지만 송도신도시로 갯벌이 매립되면서 버림받았다. 그 소암마을도 아파트단지로 변했다. 방치된 논밭에 참개구리와 청개구리가 와글와글 울더니 작년 장마철에 맹꽁이가 찾았다. 테마파크 예정지에서 아스팔트를 넘었을 텐데, 올해는 조용하다. 대신 장마철인데 참개구리와 청개구리가 지극정성으로 운다. 보통 참개구리는 5월, 청개구리는 6월이 넘으면 번식지를 떠난다. 올챙이가 성체로 변태해 사방으로 퍼지는 계절인데, 올해는 장마철에도 왜 떠나지 못할까? 짝을 찾지 못한 걸까?

울어야 할 맹꽁이는 조용하고 조용해야 할 참개구리와 청개구리가 시끄러워진 현상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엘니뇨 탓일까? 개구리는 어느 공간에 서식하든, 예나 지금이나, 먹이사슬을 원활하게 이어주면서 생태계를 풍요롭게 만든다. 짝을 찾지 못하든, 울 시기와 장소를 찾지 못하든, 개구리가 사라지는 현상은 생태계의 위기를 예고한다. 이번 엘니뇨는 기후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므로 결국 사람이 원인 제공자인 셈이다. 사람은 산과 갯벌을 황폐하게 만든 뒤 시멘트를 초고층으로 올리고 노면을 아스팔트로 칠갑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화석연료를 게걸스레 태운다.

개구리는 변온동물이다. 봄이면 천천히 울던 참개구리와 청개구리의 신체리듬이 빨라지면서 숨 가쁘게 운다. 올여름엔 사람도 숨 가쁘다. 유럽과 중국에서 나타나는 기상이변은 재앙을 예고한다고 기상학자는 걱정하는데, 우리는 남의 일처럼 잠잠하다. 아니 개구리가 분포하던 습지와 논밭을 개발하기 여념이 없다. 기후변화를 완충하던 생태계는 점점 위축된다. 코로나19는 완충성 잃은 생태계가 원인이라고 분석하는데, 우리는 개구리의 숨 가쁜 경고를 무시한다.

얼마 전 영국 BBC는 미국 국립환경예측센터(NCEP)의 연구를 제시하며 지구 전체의 평균기온이 이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기후변화에 민감하다. 인류와 생태계의 멸종을 걱정하며 ‘멸종위기 운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영국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의 기후학자는 세계 평균기온이 최고점을 다시 경신한 사실을 “이정표가 아니라 인류와 생태계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경고했다. 윔블던 테니스 경기가 한창일 때, 나이 지극한 영국인이 경기장에 난입해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행동에 나섰다. 핵오염수를 겸허하게 수용하자는 정부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60세 넘는 노인이 어슬렁거린다. 기후위기를 알리려고 행동하는 건데, 귀담는 이 없다. 기진맥진한 개구리가 무엇을 웅변하는지, 도무지 관심이 없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60플러스기후행동 공동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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