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원주 김봉준 신화 화백의 오랜미래신화박물관을 다녀왔다. 오가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태초에 말씀(logos)이 계시니라”는 요한복음의 첫 문장이 “태초에 신화(Mythos)가 계시니라”로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서양철학은 미토스에서 로고스로 넘어가는 것을 정신의 발전으로 생각했고, 신학은 이성적이고 합리적 로고스로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성령으로 잉태한다거나 예수께서 지하로 내려간다거나 하늘에 오른다거나 하는 표상을 모두 신화라고 생각하여 억지로 역사적 지식으로 바꾸거나 그건 야만적이니 고상하게 탈신화화 혹은 실존론적 해석을 해야 하는 것이 지성인이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신화(마고신화, 단군신화)는 우리 태고적 조상들의 언어고 세계감(感)이고 우주관 아닌가. 종교를 철학이 이성화 하고 철학을 과학이 합리화 했지만 과학의 홍수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인간은 문학과 예술을 그리워하고 그것은 고대의 신화이든 현대의 신화이든 신화로 회귀한다.
“문학은 종교와 철학이 하지 못하는 것을 문학 창작을 통해 감행한다. 문학은 종교와 철학을 가지고 놀 수 있다. 왜? 장난이니까”(조동일)
신화를 창조한 우리 조상은 풍류를 만들고 그 안에 마을굿, 두레굿, 풍물(풍장)굿, 대동굿, 마당굿, 하회별신굿, 강릉 단오굿 그리고 탈춤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서 ‘사회적 영성’, 곧 영성의 공공성이 자라, 정쟁을 치유하며 타자를 용납하고 안녕과 평화를 이룰 수 있었다고. 차등을 모두 몰아내고 대등 혹은 무등할 수 있는 영성. 집단 죽음을 경험하고 살아난 자들에게서 이런 영성이 자라지 않을 수 없다.
오늘 방문한 구실은 민족미학연구소 한국민족미학 2023년 춘계 학술발표회 자료집을 받기 위한 것이다. “생성미학”이란 한국민족미학의 주류 관점인가보다.
김봉준 화백은 허병섭 목사님과 민중신학자 서남동에 대한 기억이 가장 많았다. 당신은 기독교의 외피에 불과했다고...
내용없는 외피가 어디 있겠습니까? 외피가 내용이고 내용이 외피 아닌가요. 내외 안팎이 두루 상호 교호하면서 무엇인가 생성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7-80년대에 기독교가 민주화와 민중문화운동에 큰 몫을 했는데 현 기독교가 그걸 다 버린 것 같아 아쉽다고 말씀한다.
조동일, 채희환, 김지하, 김민기, 이애주, 임진택... 등에 의해 한국 미학이 비로소 새롭게 열리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말씀한다.
심광섭
감리교신학대학 및 대학원 졸업(1985)
독일 베텔신학대학(Kirchliche Hochschule Bethel) 신학박사(1991)
(사)한국영성예술협회_예술목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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