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류블로프의 <블라디미르의 자비의 성모> 이콘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비교 감상한 적이 있다.
이콘(Icon, 聖像)과 미술작품을 단순 비교할 수 없겠지만 블라디미르의 성모 이콘을 볼 때마다 신학적인 의미를 제쳐놓고서라도 모나리자에서보다 더 큰 심미적-종교적 감동을 느낀다.
모나리자의 입가에 잔잔하게 흐르는 미소를 신비하다고 높게 예찬하지만 블라디미르의 성모 이콘의 눈빛에 은은하게 어려 있는 신비한 슬픔과 우수는 세상의 아픔을 다 위로하고 치유할 것만 같아 보인다.
그런데 블라디미르의 성모 이콘은 모나리자와 비교 대상이 아니라 크람스코이의 <미지의 미녀>를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희은 관장은 『러시아 그림이야기』에서 “러시아의 미녀들”에 관한 작품을 소개한다. 서방과 동방, 이탈리아와 러시아는 다르다. 블라디미르의 자비의 성모와 미지의 여인은 서로 닮았다. 러시아의 종교적-예술적 가족유사성이다.
블라디미르의 자비의 성모 이콘이 저녁 슬픔에 젖은 아름다운 거룩함이라고 한다면 크람스코이의 <미지의 미녀>는 새벽 이슬에 슬픔을 적신 아름다움이다.
“아찔한 아름다움과 차가운 도도함 뒤로 슬픔에 흠뻑 젖은 아우라가 깊고 깊다. 새침한 듯 유혹하는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애교 띤 미소를 머금은 입술과 그 빨간 볼
그 밝은 눈동자는 당장 불꽃이 튈 듯
그 모습은 나를 향락으로 이끈다.
아아, 그 눈동자는 정열로 불타고
사랑을 가벼운 날개에 태워 보내며
마술의 힘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튜체프)_김희은, 『러시아 그림이야기』, 232쪽.
심광섭
감리교신학대학 및 대학원 졸업(1985)
독일 베텔신학대학(Kirchliche Hochschule Bethel) 신학박사(1991)
(사)한국영성예술협회_예술목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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