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위장 환경주의, 어슬렁거리며 절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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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위장 환경주의, 어슬렁거리며 절대 반대!
  • 박병상
  • 승인 2023.06.1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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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상 칼럼
1883년 크라카타우 화산 (그림출처=위키피디아)
1883년 크라카타우 화산 (그림출처=위키피디아)

모처럼 하늘이 맑다. 검색하니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거의 없다. 어제 한바탕 비가 내린 효과인 모양이다. 챙 넓은 모자 쓰고 근린공원을 걸으며 그늘에서 심호흡을 한다. 대학원 다닐 때 읽은 생태학 교과서는 심호흡할 때마다 나폴레옹 몸을 구성하던 탄소 알갱이가 한 개 이상 내 몸에 들어온다고 했다. 그렇게 세상은 연결돼 있다. 어디 나폴레옹 탄소뿐이랴. 근린공원에 심은 이팝나무의 탄소는 적지 않게 들어왔고 걷는 내내 만난 이웃의 몸을 지키던 탄소도 상당히 들어왔겠지. 내 몸 탄소도 적지 않게 주위 생태계에 영향을 미쳤을 게 틀림없다.

2018년 인도네시아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이 폭발해 400명 넘는 인명이 희생되었다. 인도네시아 말로 아낙은 "아이"라는데, 1883년 크라카타우 화산이 폭발한 적 있다. 그 여파로 거대한 섬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 아이가 생겼다는데, 아이가 폭발한 것이다. 1883년 화산은 수만 인도네시아 인을 희생시키는 재난에 모자라 유럽에도 영향이 미쳤다. 화산재가 떨어지면서 발생한 기후변화로 질병과 흉작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한다. 유럽에서 뭉크의 <절규>가 나온 배경이라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기후변화의 충격은 그렇듯 장소와 시대를 넘어선다. 지난 정권은 기후변화를 예방하고자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하지만 세계 환경단체는 한국을 “기후악당국가”로 지목한다. 온실가스를 내뿜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자국은 물론 타국에 짓기 때문이라는데, 삼척에 포스코건설이 짓는 화력발전소 ‘블루파워’의 탄소 배출량은 정부가 줄이겠다고 약속한 탄소 배출량을 가볍게 초과한다. 2년 배출하는 양이 탄소중립을 위한 가정과 중소기업의 노력을 단숨에 짓밟는다. 그 피해는 당대를 넘어선다. 우리 미래세대의 삶이 망가질 것이다.

포항제철은 우리나라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12% 이상을 차지한다. 철광석을 용광로에서 탄소로 선철하기 때문이라는데, 앞으로 탄소 대신 수소를 사용하면 포항제철은 한국 대표적 ‘기후악당기업’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날까? 가능성은 작다. 이 과정을 놓치지 않으려면 선철에 필요한 수소를 자연에서 막대하게 분리해 보관하며 사용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의 총량을 살펴야 한다. 포항제철이 배출하는 탄소보다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포항제철 밖에서 배출할 게 틀림없다. 포항제철은 광고부터 서두른다. 친환경 기업 인상을 선점하기 위한 요란한 광고는 부도수표와 다름없다. ‘그린와싱’(greenwashing)으로 손가락질 되는 ‘위장환경주의’이기에 포항제철은 미래세대의 비난을 모면할 수 없다.

직업 현장에서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60대는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에 밑거름된 세대라는 자부심이 있다. 젊어서 대한민국이 선진국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공부하고 현장에 뛰어들어 헌신적으로 일했고, 원조받는 국가에서 원조하는 국가의 반열에 오르는 데 이바지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두 그렇다는 건 아니다. 개발 소용돌이에서 오염물질이 대기와 강과 바다를 더럽힐 때 환경운동에 투신했거나 분별없는 개발이 생태계와 미래세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60대는 자신 때문에 미래세대가 위기를 맞았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그들이 최근 ‘60+기후행동’이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60+기후행동은 또래 집단이 모여 거리와 광장에서 어슬렁거리며 행동한다. “허튼소리” 한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SNS에서 기성세대부터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멈추지 않는다. 나아가 미래세대의 고통을 이해하면서 끌어안으려 연대한다. 시작하지 않은 수소화를 앞세우며 친환경을 참칭하는 포항제철의 기만적 선포식에서 직접행동으로 문제 제기한 청년이 그들이다. 기득권의 이해에 민감한 우리의 현 법조계와 경제계는 청년에게 벌금을 선고했다. 60+기후행동은 미래세대를 끌어안아야 했다.

 

사진출처=나무 위키

베트남 최대인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가 장차 가동하면 얼마나 많은 배출가스가 지구를 뒤덮을까? 기후는 얼마나 상승하고 그로 인한 피해는 누구에게 크게 닥칠까?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은 ‘두산에너빌리티’로 이름을 바꾸기 전, ‘두산중공업’이 맡았다. 베트남 젊은 활동가의 접근을 철저히 봉쇄하는 베트남 기득권의 비호 아래 발전소를 짓는 두산중공업은 2022년 에너지(Energy)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조합한 ‘두산에너빌리티’로 이름 바꿨다는 걸 과시한다. 하지만 그들은 미래세대를 위기에 빠뜨리며 돈벌이한다.

누려야 할 내일을 위기에 빠뜨리는 기득권에 저항하는 ‘청년기후긴급행동’은 2021년 2월 18일 분당 ‘두산타워’의 조형물에 녹색의 수성 스프레이를 뿌렸다. 양해는 구하지 않았다. 환경을 내세우는 대기업의 위장환경주의를 비판하는 직접행동이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를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경영 원칙으로 삼”겠다는 두산중공업은 내일을 빼앗긴 청년에 발끈했다. ‘기업의 이미지 실추’와 ‘정신적 충격’ 운운하며 1,84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생존이 저당된 젊은이의 분노와 행동을 이해하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외면하며 소송을 제기한 두산중공업은 한국 ‘기후악당기업’의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1991년 낙동강에 페놀을 유출해 물의를 일으킨 두산은 ‘에너빌리티’라는 위장녹색주의 간판을 내건 홈페이지에 “가스, 신재생, 수소, SMR(소형 모듈 원전)을 성장사업으로 적극 육성해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입지를 다져”나가겠다고 회장 명의로 선언했다.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업으로 돈벌이에 나서겠다는 협박이지만, 청년은 굴종하지 않는다. 국제사회도 비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두산중공업이든 두산에너빌리티든, 탄소중립에 공들이는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게 틀림없다.

포항제철도 두산보다 나을 리 없다. 위장환경주의 광고로 시민 현혹하는 대기업도 다르지 않다.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협해온 대기업은 더러운 ‘녹색간판’부터 떼고, 기후위기를 심화시킨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 포항제철이든, 두산이든, 책임 있는 경영철학을 미래세대의 눈높이에서 다시 정비해야 한다. 기득권의 협박에 꺾이지 않는 청년기후긴급행동 같은 청년과 허심탄회하게 만나 의논하면서 거듭나야 한다.

느리고 어눌하지만, 60+기후행동의 의식은 명료하다. 미래세대 생존을 먼저 생각하는 내릿사랑이다. 기후변화로 지구 지층은 5차례 대멸종을 감내해야 했다. 극한의 아비규환에도 생물이 다시 번성한 원인은 생태계의 내릿사랑이었다. 새로운 세대를 이을 능력을 자식에 넘긴 세대는 미래세대를 잉태할 젊은 세대의 생존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내릿사랑은 자연스러움이다. 청년기후긴급행동과 연대하는 60+기후행동이 그렇다. 어슬렁거리는 기후행동에 동참할 60대의 연락을 기다린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60플러스기후행동 공동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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