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정교회는 처음부터 ‘지역주의’를 채택해 성경과 전례를 개종한 민족의 모국어로 번역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래서 그리스도교는 슬라브 민족들의 토착문화와 통합하면서 급속하게 번져나갔다. 러시아정교회는 그리스 선교사들이 전교해, 988년 성 블라디미르 대공이 통치하는 키예프 공국의 국교가 되었으며, 1037부터 1448년까지 콘스탄티노플에서 임명한 그리스인 대주교가 통치했다. 이후 1589년 모스크바의 욥(Job) 대주교가 총대주교가 되면서 자치교회가 되어, 콘스탄티노플,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키아, 예루살렘에 이어 제5위의 정교회가 되었다.
한국의 경우에 서울 아현동에 그리스정교회 니콜라이 성당이 있는데, 이는 본래 러시아정교회 소속이었다. 구한말 고종의 아관파천 이후 1897년 대한제국이 시작되면서 한국에 파견된 러시아 영사관 직원들에 대한 사목의 필요성에서 러시아정교회 선교사들이 한국에 파견되었다. 그들이 1903년 중구 정동에 있는 러시아영사관 인근에 성 니콜라이 성당을 지었다.
그러나 해방 이후 분단이 되면서, 소련이 적성국가로 취급되면서 러시아정교회는 한국정교회를 미국의 미트로폴리아 관구의 일본정교회에 맡기려 했으나, 일본정교회 역시 식민지를 경험한 한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아 갈등하던 중 1955년 12월 25일에 서울 성 니콜라스 성당 신도회의 결의에 따라서 그리스정교회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의 관할 하에 들어가게 된다. 여기에는 한국전쟁 당시 그리스가 연합군으로 참전한 것도 큰 계기가 되었다. 한편 정동에 위치했던 니콜라이 성당은 1968년에 마포구 아현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동방정교회, 성직주의 약해.. 주교 선출에 평신도 참여
동방정교회는 로마교회가 사도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개념에 입각한 교황의 명예상 수위권은 인정하지만 통치권적 수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교황의 교도권적 무류권도 인정하지 않는다. 정교회는 로마와 그리스, 안티오키아, 콘스탄티노플, 러시아 등 지역 교회가 정치적 의미와 규모에 따라서 중요성이 결정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교리에 관한 분쟁 역시 일곱 차례에 걸쳐 동방에서 열린 공의회를 통해서 해결하며, 자치적인 국민교회의 최고 의결기관은 시노두스 또는 전국 공의회이며 이 회의에는 평신도도 참석한다.
동방정교회는 이러한 독립적인 국민교회들의 협의체이며, 1950년에 콘스탄티노플 총주교좌를 전체 동방교회의 중심이라고 콘스탄티노플의 아테나고라스 총대주교가 선언하였지만 호응이 없었다. 다만 콘스탄티노플은 교회법에 따라 모든 교회의 으뜸이며 교회의 통일과 협력을 위한 상징과 수단이라는 합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정교회에서 주교는 신앙의 보호자이며, 공동체의 성사를 집행하는 중심이지만 성직주의가 발당하지 않아, 평신도를 주교 선출에 참여하게 했던 초기 교회의 관행이 남아 있다. 정양모 신부는 “가톨릭에서도 평신도가 추기경으로 임명된 사례가 있다. 장 기똥(Jean Guiton, 프랑스 현대 가톨릭신학자)이 바로 평신도 추기경이다. 교회법상 누구나 추기경이 될 수 있지만 교황의 눈에 쏙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도전통의 영향으로 고위 성직자인 주교들은 결혼하지 않은 성직자들이나 홀아비가 된 사제들 가운데서 선출한다. 그러나 하위 성직자들인 사제들과 부제는 결혼한 남자에게도 허용한다. 단 이미 서품을 받은 상태에서는 결혼할 수 없다. 한편 평신도들은 주교 선출에 참여할 뿐 아니라 교회 행정과 신학 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스에서는 거의 모든 직업 신학자들이 평신도들이고 평신도 설교자도 많은 편이다.
교리상으로 정교회는 초기에 동방에서 열린 공의회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삼위일체론과 그리스도론 등에서 가톨릭교회와 큰 차이가 없으나, 몇 가지 측면에서 표현이나 설명이 다르다. 성령론에서도 가톨릭교회는 ‘성령이 성부와 성자에게서(Filioque) 발한다’고 가르치지만, 정교회는 ‘성령이 성부에게서만 발한다’고 해석한다. 정교회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이 두터운 편이지만,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는 배척한다. 정교회는 마리아가 모태에서 성화 된 것이 아니라 가브리엘 천사의 방문을 받고서 성화되었다고 전한다. 한편 정교회에서도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지만 사후에 보속을 하는 연옥의 존재는 인정하지 않는다.
정교회의 신앙생활은 미사와 성무일도에 집중되어 있고 대단히 장엄하고 복잡하다. 전례개혁에서 아주 보수적이다. 또한 성모와 성인들, 그리고 성화(icon) 공경이 대단하며, 순례를 즐기고 수도생활(monachism)을 아주 존경한다.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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