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소피아 성당은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인 안테미우스와 기하학자인 이시도루스의 합작품이다. 성당은 중앙에 ‘영원’을 상징하는 직경 32.5m의 둥근 돔이 있고, 바닥은 ‘세상’(땅)을 상징하는 사각평면에 네 개의 기둥을 두었다. 15층 건물 높이의 성당은 커다란 돔을 무게를 받치기 위해 서쪽과 동쪽에 반원형 돔을, 북쪽과 남쪽에 육중한 버팀벽을 세웠다. 성당의 총면적은 7,570㎡이며, 중앙 돔 정점까지 높이는 바닥에서 56.6m이다.
중앙 돔에 있는 40개의 창을 통해 햇빛이 성당 안에 들어오게 하고, 창유리 대신에 대리석 투조판(透彫板)을 사용했다. 성당 안은 기둥을 많이 쓰지 않아서 엄청나게 넓어 보이며,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면 거대한 규모의 돔 때문에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아마도 동시대 사람들은 이 천정을 바라보며 하느님의 엄청난 권위(하기야 디나미스, 거룩한 힘)과 황제의 위용을 감당하며 다른 인간 생애의 보잘 것 없음을 맛보았을 것이다. 여기서 당연히 발생하는 감정적 반응이 ‘복종’이다.
성 소피아 성당은 비잔틴 제국 916년 동안 성당으로, 오스만제국 481년 동안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었으며, 터키공화국을 세운 무스타파 케말은 1934년에 성 소피아 성당을 박물관으로 지정해 ‘아야 소피아 박물관’으로 부르고 있다. 다행히 1453년 오스만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고도 성 소피아 성당의 위용에 압도되어, 성당을 파괴하지 않았다. 이들은 모자이크로 된 성화들을 회칠하고, 성당 건물 바깥에 네 개의 미나레(이슬람사원의 첨탑)를 세워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했다. 터키공화국 건국 이후에는 박물관이 되면서, 회칠을 일부 벗겨내 비잔틴 성화를 복원했다.
성 소피아 성당에 남아 있는 성화는 대개 9세기 이후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레오 3세 황제가 ‘우상숭배’라 하여 궁전 문에 있는 성상을 철거하도록 명령을 내리면서 727년부터 843년까지 성상파괴운동이 비잔틴제국에서 일어났다. 인성(人性)과 신성(神性)이 분리될 수 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그림이나 성상으로 표현하면 ‘인성만을’ 표현하게 되고, 더구나 이를 숭배하는 것은 그리스인들이 행하던 우상숭배를 재현하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동로마(비잔틴)교회에서는 성당 벽에서 성화들이 사라지고, 벽화나 모자이크가 금지되었다. 당시 동로마교회의 성상파괴령은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서로마(라틴)교회와 동로마교회가 분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서로마교회는 성화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성 소피아 성당은 오스만제국이 이슬람사원으로 개조하면서 현재 성당 내부에 소형 건축물이 추가되었는데, 성당 중앙 안쪽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성지 메카를 상징하는 ‘미흐랍’이 있고, 오른쪽에는 이슬람 예배시 기도를 안내하는 사람인 ‘무에진’이 사용하는 기도대, 왼쪽에는 오스만 술탄을 위해 1849년에 만든 옥좌가 있다. 또한 성당 위편 사방에는 알라신과 모하메드, 그의 후계자들의 이름을 아랍어로 쓴 7개의 직경 7.5m 원판이 걸려 있다.
성당 안쪽 돔에는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의 모자이크와 가브리엘 천사의 모자이크가 남아 있다. 이 가브리엘 천사는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모하메드에게도 신의 계시를 알렸다. 2층에 올라가면 요한 크리소스토모와 이그나티우스 테오포루스의 모자이크가 있고, 그밖에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콘스탄티노플 도시모형을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에게 봉헌하고,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성 소피아 성당 모형을 봉헌하는 모자이크도 있다.
성 소피아 성당에 남아 있는 유물 가운데 역설적인 것은 이층 회랑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놓인 ‘HENRICUS DANDOLO’라고 쓰여진 금속판이다. ‘단돌로’는 베네치아 총독으로 1204년 제4차 십자군 원정에 나선 라틴 기사들을 부추겨 같은 무슬림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비잔틴제국인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해 함락시킨 장본인이다. 단돌로는 콘스탄티노플 시민들에게 엄청난 세금을 거둬 베네치아로 가져갔으며, 성 소피아 성당에 있던 성물과 성상도 찬탈해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성당을 꾸미는 데 썼다. 1205년에 죽어서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한 공로를 인정받아 시신이 성 소피아 성당에 묻혔다. 그러나 1261년에 비잔틴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다시 탈환해 단돌로의 석관묘를 파헤치고, 그의 유골을 거리의 개에게 던져주었다.
역사적으로 1453년 5월 28일, 오스만제국의 메흐메드 술탄이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기 직전 비잔틴 제국의 마지막 미사가 봉헌된 곳도 성 소피아 성당이다. 비잔틴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콘스탄티누스 11세는 자정에 성당에 입당해 콘스탄티노플의 평화를 간구하는 기도를 올렸다. 평화의 기도는 밤새 올려졌으나, 오스만제국 군대의 함성과 포성에 놀란 시민들이 성당으로 피신해 오고, 5월 29일 동틀 무렵에 성벽이 무너지고 도시가 함락되었다. 그 후 성 소피아 성당에서는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미사가 봉헌되지 못했다.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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