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운전의 원인은 왜 묻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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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운전의 원인은 왜 묻지 않는가
  • 박병상
  • 승인 2022.12.1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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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상 칼럼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피곤할수록 눈꺼풀이 사정없이 무거워진다. 졸리면 원고를 제대로 쓰기 어렵다. 억지로 쓴 원고는 맑은 정신에 다시 보기 민망하다. 투고하기 전에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 운전하다 졸리면 위험하다. 경찰은 음주운전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운전자를 배려해 고속도로에 졸음쉼터를 마련했을 텐데, 사고를 내면 졸며 운전한 사람은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유럽은 처벌에 앞서 졸려도 운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석하고 대책을 고만한다던데, 우리나라의 추상같은 법리는 운전자를 피곤하게 만든 원인을 따지지 않는다.

최근 최고위 선출직 공무원이 화물연대의 파업을 북한 핵 위협에 비유해 다시금 물의를 일으켰다. 여기에서 그가 물의를 반복하는 이유와 북한 핵 위협의 실체가 무엇인지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권력자의 일방적 주장을 다시 생각하고 싶다. 언론보도를 통해 우리는 2주 넘어서는 화물연대의 파업이 “안전 운임제 일몰”과 관련 있다는 정도를 겨우 이해한다. 안전 운임제가 왜 생겼고, 끝나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깊게 이해하는 시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고 정부 주장처럼 파업으로 우리 경제가 3조 원 이상 피해 보았다는 주장을 덮어놓고 받아들이는 시민은 관련 기업인 이외에 거의 없을 게 틀림없다.

대안이 수두룩했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기득권의 논리로 KTX 천성산 구간의 터널 공사가 한 여승의 거듭된 단식으로 한동안 지연된 적 있다. 그러자 한 언론이 6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가 생겼다고 보도하면서 그 승려를 요승이라 비하했고 그 승려가 소송을 제기해 패소한 적 있다. 터널 지연으로 6조 원의 피해가 발생했을까? 승려는 정정보도를 요청하면서 10원 배상을 요구했는데, 10원을 받으면 응분의 배상이 성사된 건가?

갈등이 생기면 언제나 권력 편에 선 우리나라 대표를 자칭하는 그 언론은 오보에 대한 반성과 책임에 대체로 무감각했다. 파업이 많기로 유명한 자동차 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회사 측 자료를 받아적는 언론은 노동자의 파업으로 인한 실제 피해 금액이 실제인지, 확인했는가? 파업에 이은 타협으로 노동이 재개되면 자동차 출고가 다소 늦겠지만, 이후 피해 규모는 바뀔 텐데, 재산정했는가? 앞으로 바뀔까? 점점 분명해지는 게 있다. 자동차 생산과 운행과 폐기 과정에서 기후변화가 발생한다. 그로 인해 미래세대에 닥칠 생태적 경제적 손실은 치명적일 텐데, 치우침 없이 계산한다면 얼마나 막대할까? 어떤 기득권도 계산하지 않겠지만, 기득권 논리로 추정한 경제적 피해보다 월등하리라.

하필 출근 시간을 택한 장애인의 승차 투쟁으로 지하철이 연착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그렇게 방송한 이는 비장애인이겠지?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기관사의 파업으로 지하철이 지연된다고 사과 방송한 이는 지하철 노동자일 테고 출퇴근 시간에 그 방송을 듣지 않을 수 없는 승객의 상당수는 노동자일 게 틀림없다. 노동자의 파업으로 지하철이 지연되는 현상을 모르는 승객은 없다. 지하철 노동자가 일부러, 재미 삼아 파업에 나섰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도 없다. 노동자에게 안내방송을 요구하는 사람, 아마 상사일 테지만, 그도 노동자일 텐데, 안내 문구가 민망하다. 상사 노동자는 하위직 노동자가 왜 파업할 수밖에 없었는지 몰랐는가? 경험이 있을 텐데, 외면한 걸까? 왜?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3조 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는지 누가 어떻게 산정했는지 시민 대부분은 모른다. 최고위 선출직 공무원의 멘토라는 어떤 주술인의 어처구니없는 주장과 관계없이, 시민 대부분 노동자다. 파업만큼 효과적인 행동을 찾기 어렵기에 결행하기에 민주주의 국가 대부분 파업권을 보장한다. 군사독재 시대든 검사독재 시절이든, 자칫 생업을 잃을 수 있는 파업은 노동자의 취미활동이 아니다. 화물연대만이 아니다. 자동차 회사 노동자처럼 대학교수도 마찬가지다.

파업하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시민의 일상도 불편하다. 경제적 피해도 발생할 것이다. 포장마차가 동시에 파업을 결행하면 경제적 피해는 얼마나 생길까? 한 승려는 천성산 터널을 반대하려고 단식을 결행하지 않았다. 10년 이상 공사를 하지 않았으니 규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수행하라는 요구였지만, 기득권 편향 언론은 사실을 왜곡했다. 그 언론사의 기자도 파업이 필요할 때가 있을 텐데, 언론사 기자가 파업할 때 경제적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나치에 저항했던 독일의 프리드리히 구스타프 에밀 마르틴 니묄러 목사는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라는 시를 남겼다. 파업으로 일상이 다소 불편해도 감내하면서 파업 노동자를 격려하는 시민이라면, 일에 치일 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해야만 할 때 피곤하고, 피곤할 때 졸음운전을 피하기 어려운 시민이라면, 남의 일로 여기지 않을 그 시의 내용을 새삼 음미해본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들이 사회민주당원을 가뒀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다.

그들이 노동조합원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다.

그들이 유대인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60플러스기후행동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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