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개구리가 사라지면 부자가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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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개구리가 사라지면 부자가 된다고
  • 박병상
  • 승인 2022.09.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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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상 칼럼
사진출처=인천인
사진출처=인천인

“사람보다 금개구리가 중요한가?” 김포공항 근처 대장동 들녘에 한동안 나붙은 현수막의 내용이었다. 금개구리가 서식하는 대장동 들녘에 습지가 많다. 금개구리도 적지 않다. 3기 신도시가 들어서려면 논밭은 매립하고 성토한 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칠갑해야만 한다. 그러면 금개구리 집은 당연히 사라지고 사람 집은 삐죽 솟아오를 것이다. 3기 신도시 아파트에 입주할 사람들은 주거가 안정되니 부자가 될 것인가? 그렇다 치자.

부천 대장동 들녘은 김포공항 완충지대로 바닷물이 드나들던 한강 유역의 일부였다. 김포평야의 일부가 되었지만, 오랜 세월 드넓은 하구의 습지였던 흔적이 있다. 한때 골프장으로 개발하려 했지만, 수도권 주택난을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아파트 용지에 편입되었다. 골프장 터로 적합한지 조사하러 간 이후 찾은 적 없는데 인터넷으로 살펴보니 현재 한창 분양 중인 모양이다.

항공기 이착륙 소음이 거세 골퍼들이 환영할 부지는 아니었다. 드넓은 습지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일색인 서울과 부천의 생태학습원으로 추천할 장소였지만, 그런 조사 결과는 무시되었다. 그런 습지에 아파트라고? 방음장치는 철저할 텐데, 사람보다 먼저 들녘에 터전을 정한 금개구리는 어디로 갔을까? 보호 대상종이니 막무가내로 묻지 않았겠지. 어디 대체서식지로 옮겼을까? 이 시간, 새 보금자리에서 일가를 이루며 잘살고 있을까?

필요한 사람에게 집을 제공하는 행위는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멀쩡한 집을 빼앗기는 생명의 기분은 어떨까? 오랜 터전에서 함께 살아오던 동료를 모조리 잡아서 엉뚱한 곳으로 내동댕이친다면, 삶터 잃은 생명은 제대로 살아갈까? 그렇게 권력을 난폭하게 휘두른 자들은 집 빼앗긴 생명이 잘 살아가는지 살펴보았을까? 그 생명은 금개구리다. 보호 대상종이든 아니든, 일단 옮기면 그만인 법이 권력자에게 핑계를 제공하는 한, 집 빼앗긴 생명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아파트 입주자들이 내는 돈을 챙겨 부자 되는 일이 급하다.

금개구리가 살던 자리는 해발고도가 낮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아파트가 잠길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자본과 기술력으로 물살을 차단한다고 치자. 하지만 습지가 사라졌다. 폭염과 폭우에 대한 회복탄력성이 위축되었다는 뜻이다. 기후변화로 기상이변이 심각해지는 이때, 해수면상승과 폭우가 동시에 발생하면 인간의 자본과 기술력이 미미해질 수 있다. 기상이변에 대한 회복탄력성이 무너지면 재난은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천지사방에서 맹꽁이가 운다. 건설 자본은 아파트를 짓지 못해 안달일까? 아니다. 눈치 빠른 생태학자를 구워삶을 수 있으므로 대체서식지 카드를 합법적으로 제시할 테고, 개발부서의 으름장에 언제나 주눅이 드는 환경부서는 양보할 것이다. 예외가 거의 없었다. 물론 여기저기 아파트단지에서 대체서식지로 버린 맹꽁이의 안위를 살핀 적은 없다. 보호 대책 세우라는 환경단체의 성화로 움찔한 자본이 맹꽁이 때문에 아파트 짓지 못한다고 아우성치면 언론이 살갑게 다가온다. 언론도 대체서식지의 맹꽁이, 금개구리에 관심이 없다.

“산양이 중요해? 사람이 중요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를 요구하는 자본과 상인이 그렇게 목청을 높였다. 현 정권은 자본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좋아한다고 판단하는지, 환경부는 허가 내줄 태세다. 환경부는 개발부서의 하위 기관 신세다. 현 정부에서 노골적이다.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놓이면 지리산을 비롯한 국립공원은 물론이고 크고 작은 산에 철선들이 주렁주렁 늘어질 게 틀림없다. 전국 지자체마다 구름다리 경쟁이 치열했듯.

케이블카를 놓으면 산양이 다른 산록으로 옮긴다고? 그럴 수 없겠지. 하지만 어렵게 확보한 터전은 파괴되고 나서 사람 냄새, 소음, 불빛으로 왁자지껄해진다. 도저히 접근할 수 없으니 짝을 찾고 가족을 꾸려가던 산양의 동선은 끊어진다. 사람은 나이 불문, 장애 불문, 편안하게 설악산 정상에 오른다지만, 경제력 불문은 절대 아니다. 적지 않은 돈을 지급한 고객의 성화로 설악산 정상의 토양과 생태계가 짓밟히며 빗물에 씻겨나갈 것이다. 권금성에서 그 몰골을 관찰할 수 있다.

나이 들어 무릎이 시린 사람에게 험한 산행은 금물이다. 그런 사람은 등산보다 둘레길 산책을 즐긴다. 키 작은 농구선수에게 덩크슛을 강요하는 코치는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서울법대와 서울의대에 들어갈 수 있어야 세상이 공평한 건 아니다. 공평한 세상을 위해 대학에 가지 않을 텐데, 따지지 말자. 다만 모든 이가 케이블카를 타야 공평하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관련 자본과 주변 상인의 돈벌이에 충실할 따름인 케이블카는 설악산 생태계에 부정적이다. 회복탄력성이 손상되므로 미래세대의 행복을 방해하는데, 환경부는 허용하려 든다.

봄철 한강하구에 그물을 넓게 드리우면 실뱀장어를 잡을 수 있었다. 한철 수고로 한해 벌이도 가능했다는데, 건져올린 그물에서 화장품 냄새가 난 이후 옛일이 되었다. 끈벌레가 수북하게 올라온 그물에 이따금 보이는 실뱀장어와 생선은 이미 질식사했다. 해양학자는 한강에 처리수를 배출하는 하수종말처리장을 의심한다. 화장품 성분인 합성 머스크를 정화하지 않았기 때이라는 건데, 의심이 정당하다면 하수종말처리장은 거액을 투자해 함성 머스크를 걸러낼까? 화장품 회사가 값싼 합성 머스크 포기할까? 그도 아니라면 서울시민이 화장품을 자제할까?

실뱀장어를 잡아 양식하면 정력을 보장한다는 장어가 된다. 장어 양식업자와 장어 식당의 불만은 화장품 자본을 이길 수 없다. 하수종말처리장을 운영하는 서울시도 꿈쩍할 리 없다. 실뱀장어 잡는 방법을 바꾸라고 다그칠 텐데, 분명한 것은 따로 있다. 화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은 실뱀장어가 살 수 없는 환경에서 결코 건강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건 금개구리도 맹꽁이도 산양도 마찬가지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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