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그대-예수를 만난 사람들], 한상봉 이시도로 지음, 성서와함께 펴냄, 2022.
거창하지만 알맹이 없는 달콤한 소리 앞세워 말 끊지 않고 그저 들어주는 이, '그래요? 그래요! 그래요.'
예수라는 더벅머리 총각과 짧은 기간 알고 보고 지냈거나 관찰한 이들이 드디어 제 이름을 되찾았다. 행인1, 상인3, 군인2처럼 물품 분류 대상이었던 이에게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불리었던 이름과 본관을 돌려주었다. 이렇게 신원을 회복한 이가 감격하여 주저없이 말문을 열었고 받아 적으니 오백 쪽 소설이다. 마주 앉아 먹고 마시고 따져묻고 다투었던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로 풀어낸 지은이에게 감사한다.
한 동네에 보통 예닐곱은 있었을 흔해빠진 예수라는 이름보다, 내 답답한 하소연을 경청하고 공감해 준 눈빛과 손길과 인성을 기억하고 이야기를 구구절절 남긴다. 신이니 하느님이니 왕이니 저 가 보지도 못할 높은 곳에 갇혀 계신 분을 무조건 믿고 경배하고 바치고 따라야 한다가 아니라 사람 속에서 서로 함께 어울려 살며 그곳을 알려주던 이를 기억한다.
경청과 공감, 지금은 두리뭉실 시노달리타스라고 하면 통한다. 어려운 것 아니다. 다만 그동안 쓰지 않은 몸이 굳었을 뿐 재활 치료 게을리하지 말자. 어서 익어 습관이 되게 하면 좋겠다.
지은이 말처럼 '살다보면 사람에게 거는 기대가 자꾸 낮아'지지만, 공감해 주는 이의 공명은 점점 더 빠르고 출력이 커짐을 새록새록 느낀다. 혼자서만 '골방에 숨어' 읽을 책이 아니겠기에 권하고 보냈더니 여기저기서 공명이 와이파이 기호처럼 겹친다. 그분 보시기에 참 좋은 일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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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가난한 주민들은 새벽마다 성전에서 불어대는 뿔나팔 소리가 키드론 골짜기와 힌놈 골짜기를 따라 울려 퍼질 때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합니다. 이쪽 산비탈에선 웅장한 성전이 밝게 빛나고, 저쪽 산비탈에선 호화로운 궁전과 부자들의 이층집이 즐비하지만, 하부도시의 주민들이 사는 오두막에선 햇볕마저 배급제였기 때문입니다. 저 성전에 거처하신다는 하느님은 저들에게만 햇볕과 바람을 허락하시고, 그들만을 의롭다 여기시는 분이실까, 하는 의구심이 저절로 머리를 들곤 했습니다. •••그때 이곳 사람들은 지옥에서도 꽃을 심을 줄 안다는 데 놀랐습니다. 손바닥만한 햇볕이라는도 들어오는 창가에 여지없이 제라늄이 빨갛게 피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라자로도 그렇고 예수도 그렇고 이 사람들에게 햇볕 한뼘 더 늘려주자는 거 아니겠습니까. 성전 지성소에 갇힌 하느님을 하부도시로 데려올 수는 없는지 고민했던 이들이 예수요 라자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라자로는 예수가 “하느님의 나라는 가난한 이들이 주인인 나라”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313~314-쪽 <눈먼 군대에 맞서는 겸손한 메시아- 벳파게의 요자카르>
" •••예수에게 “혹시 자네도 주님의 종처럼 고난을 받기로 자청하고 나설 셈이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 물었지만, 예수의 입술은 긴 침묵 속으로 잦아들었습니다. 한참 후에 예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알다시피 예언자들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지 않았어도 그 길을 가야 했다네. 요나처럼 도망간 이도 있지만 결국 요나도 니네베로 가지 않았나? 언제 어디서든 그분의 목소리를 듣게된다면, 그분의 요청을 끝내 거부할 수 없는 거지. 난 그분이 지금 나를 부르고 있다고 확신한다네. 이미 나도 마음속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네." "
-410~411쪽 <예수는 주님의 종처럼- 크리욧 사람 유다>
조용종 프란치스코 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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