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퇴비 만들기를 하고 있다. 퇴비는 흙, 톱밥, 음식물 찌꺼기, 잡풀로 만든다. 잡풀이라 뭉뚱그려 말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다 이름이 있겠지만 나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작물을 키우기 위해 선택적으로 뽑아낸 풀들이라 더 미안하다. 특별히 예쁜 꽃을 피우고 있을 때는 더 그렇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퇴비를 숙성시키기 위해서는 네 가지의 조건이 필요하다. 햇빛, 공기, 물, 양분이다. 양분은 집에서 요리하고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와 톱밥, 그리고 텃밭을 가꾸면서 뽑은 잡풀이다. 이런 유기물질을 흙과 골고루 섞는다. 흙에 유기물이 들어가면 부패하기 시작한다. 공기를 공급하지 않으면 공기가 없어도 활동하는 혐기성 미생물이 활동을 하게 되어 악취를 풍기고 부패하게 된다. 썩은 퇴비를 시비하면 땅이 오염되고 작물도 썩는다. 그래서 퇴비더미를 한번씩 뒤집어야 한다. 퇴비는 호기성 미생물의 도움을 받는다. 공기는 퇴비를 숙성시키는 호기성 미생물이 활동하도록 한다.
작물을 기르듯 퇴비도 물을 줘야 한다. 미생물도 생명활동을 하기 위해서 물이 필요하다. 물이 없으면 퇴비는 말라버리고 미생물도 죽는다. 적당한 습기에 젖은 퇴비더미가 숙성되기 위해서는 미생물이 활동하기 좋은 온도가 필요하다. 겨울에는 기온이 낮기 때문에 퇴비더미의 숙성을 위해 비닐로 덮어주어야 한다. 햇빛은 퇴비를 숙성시키는 온도를 만든다.
이렇게 숙성된 퇴비는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겉흙과 같은 조건이어서 흙과 따로 섞지 않아도 된다. 퇴비가 잘 숙성되었다는 증거는 퇴비 속에서 활동하는 지렁이다. 퇴비를 뒤집어주면 지렁이가 마구 나온다.
작물이 자라기 좋은 흙은 떼알구조를 갖고 있다. 작은 구슬모양의 떼알구조의 흙을 만들기 위해서는 흙구슬을 만드는 목질성분의 유기물이 있으면 좋은데 이를 위해 톱밥을 섞어준다. 톱밥은 습기를 잘 머금어서 홁의 보습을 돕는다.
퇴비 중에 소똥퇴비가 좋은 이유는 소가 풀을 먹기 때문이다. 풀이 섞인 소통퇴비는 흙의 보습과 통기를 돕고 땅을 비옥하게 한다. 요즘은 마블링이 된 고기를 얻기 위해 곡물사료를 먹인다. 곡물을 먹은 소똥은 똥이 질어서 공기가 잘 들어가지 않고 그로 인해 퇴비로 숙성되기 어렵다.
어제 쪽파를 뽑아낸 이랑 한쪽에 숙성된 퇴비 붓고 베트남 고추모종을 심었다. 이웃이 동남아 음식에 꽂혀 베트남 고추씨를 구입해서 기른 것이다. 물을 주고 여린 모종을 조심스레 심었다. 하루가 지난 오늘 새벽에 살펴보니 다른 이랑에 비해 습기를 잘 머금고 있다. 뭔가 성공한 기분이 든다.
봄가뭄이 심해 밭이 마른다. 마른 흙에 물을 주면 산사태처럼 두둑이 흘러내린다. 산에 나무가 없으면 많은 비에 산이 무너지듯 유기물이 부족한 흙도 흐른다. 화학비료로 작물을 기르면 땅에 있는 유기물을 고갈시키고 땅을 척박하게 만든다. 이렇게 척박한 땅이 메마르면 풍화작용과 경운으로 겉흙을 잃기 쉽고 비가 오면 흙의 유실이 가속화된다. 농사를 위해 땅을 잘 가꾸는 것은 생태를 보존하는 일이다.
이원영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인 삶을 추구하는
포천 사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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