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자에게, 운명보다 의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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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자에게, 운명보다 의지가 중요하다
  • 이원영
  • 승인 2022.03.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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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칼럼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우리는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다. 과학은 자연현상을 관찰과 추론으로 검증한 후 이성적으로 설명하고 이해하도록 하는 학문이다. 과학 이전의 시대를 살아가던 이들에게 자연은 신비와 경의로 가득찼다. 그래서 이야기로 자연현상을 설명했는데 우리는 그것을 신화라고 한다.

신화의 시대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자연의 리듬에 알고 그에 맞춰 사는 사람이 지혜자였다. 그래서 지혜자는 하늘과 자연의 변화를 관찰한 후 천체의 움직임을 예측해서 대소사를 결정했다.

이런 생활방식은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되었고 사람의 생사화복까지 예측하는 점술에 영향을 주었다. 사람이 태어나는 날의 별자리가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고 영향을 준다고 믿었다. 사람이 자연의 일부분이며 자연의 이치를 따라야 한다는 세계관으로 볼 때 설득력 있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자연을 이해한 후 그 원리를 역으로 이용하는 힘을 갖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의지라고 말한다. 의지를 사용해 불을 피우고, 사냥을 하고, 농사를 짓고, 사회란 군집을 이루어 자연을 이겨내었다. 사람은 의지로 운명을 극복하는 존재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그 해의 운수를 보기 위해 토정비결을 보곤 한다. 과학의 시대라도 인생은 불가항력의 사건과 사고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점괘에 따라 처신하는 모습은 어리석어 보인다.

토정비결은 이지함이 썼다고 하나 역사적으로 불명확하다. 그 이지함과 관련된 이야기 하나가 있다.

조선 최고의 기 철학자 서경덕은 인생 말년에 그의 수제자인 이지함을 포함한 제자들과 함께 전국여행을 간다. 여행 중, 충청도의 한 마을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마을 입구로 들어가는 언덕에 한 포졸이 길을 막아섰다.

그들은 포졸에게 "왜그러냐?"고 했고, 포졸은 고개 넘어 안쪽 마을에 전염병이 돌아서 들어갔다간 병에 옮을 수 있으니 다른 길로 돌아가시라고 했다. 인근 전체가 전염병이 돌아 사람들이 죽고 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그들은 "아니, 여기까지 올 때까지 길을 막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왜 너 혼자 막고 있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포졸은 살아있는 다른 관리들은 전부 짐을 싸고 도망가서 막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 그들은 “그러면 너는 왜 도망을 가지 않았느냐?” 물었고, 이에 포졸은 “나라도 막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나그네들이 마을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할지도 모르니 나라도 여기서 막아서고 있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서경덕은 그에게 "훌륭하다."라고 말하고 그냥 다시 갈 길을 갔다. 그러고 가는 길에 토정 이지함은 스승 서경덕에게 여쭈었다.

"저 포졸 정말 훌륭하지 않습니까? 전부 저들 살자고 도망가는 판에, 혼자서 저렇게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니, 정말 대단하군요. 그래서 그런데 제가 저 포졸의 사주를 한 번 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서경덕은 말했다. "풀지마라." 토정은 여쭈었다. "왜 풀지마라 하시는 겁니까?"

서경덕은 답했다. "저런 사람은 운명이 비켜간다." 다시 한번 서경덕 선생이 말하기를 “제가 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을 스스로 끌고 가는 사람에게는 하늘의 힘도 미치지 못한다네”라고 대답한다

이야기 속의 포졸은 서경덕과 이지함을 포함한 제자들의 길을 돌려 전염병에 감염되지 않도록 막았다. 포졸의 의지가 없었다면 이들은 다 죽을 운명이었다. 그래서 의지가 강하면 운명도 비켜갈 수 있다. 그 운명은 자신의 운명일 수도 있다. 타인의 운명일 수도 있다. 그 의지가 선하냐 악하냐에 따라서도 세상은 더 좋아질 수도, 반대로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요즘 대통령 당선자가 집무실을 청와대가 아닌 국방부가 있는 용산으로 옮기겠다는 이야기로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청와대로 가지 않는 이유가 제왕적 지도자가 되기 싫어서라고 한다. 그의 말에 그냥 헛웃음이 나온다.

대통령 당선자 윤석열은 대선과정에서 무속논란으로 말이 많았던 사람이다. 나는 그가 점을 보고 무속인의 말에 따르는 것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가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하기 원하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섬기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면 당신의 의지를 따라 그렇게 하면 될 것을 장소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로 집무실 이전을 논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같은 장소에서 독재자인 박정희, 군부정권 전두환, 민주주의 상징 김대중, 국민의 정부 노무현, 삽질 이명박, 거울공주 박근혜, 촛불정부 문재인이 대통령으로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정부를 꾸렸기 때문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한 마디 하자면 “선하고 굳센 의지로 코로나와 장기불황이란 운명을 헤치고 나가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어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린다.

 

 

이원영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인 삶을 추구하는
포천 사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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