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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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하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 서영남
  • 승인 2021.12.2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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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의 민들레국수집 일기

2010년 7월 10일(토) 일기입니다.

무슨 국을 끓일까 생각하다가 오전에는 김국을 끓이고 오후에는 된장국을 끓이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베로니카께서 모니카와 함께 보육원에 가서 8살 여자아이 셋을 데려와야 합니다. 가정생활 체험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라파엘라를 지난달부터 일박이일 동안 우리 집에 데려와서 지내게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집에 갈 수 없게 된 두 아이를 더 받아달라는 수녀님의 부탁에 세 아이를 데려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다섯 아이를 데려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 아이를 데리고 오는 데, 다른 두 아이가 울며불며 함께 가고 싶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다섯 모두를 데려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니카가 다섯 아이들 샤워를 시키고 잠옷으로 전부 갈아입혀놓았습니다. 대단합니다. 민들레(강아지)가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지쳤습니다. 피자를 아이들이 참 좋아합니다. 밤 열 시에 거실에 이불을 깔고 재웠습니다. 모니카가 아이들과 함께 잤습니다.

아침 여섯 시 반에 일어나서 목욕물 받고, 쌀 씻어 안치고, 미역국을 끓이고 감자채를 볶았습니다.

베로니카께서 아이들과 민들레와 함께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일곱 시 반에 식구들이 너무 많아서 거실에 상을 차렸습니다. 아이들이 민들레와 노느라 밥을 잘 안 먹습니다. 그래도 아주 예쁘게들 먹습니다.

모니카가 다섯 아이들 데리고 주일 미사 참례 했습니다. 아이들은 민들레 꿈 공부방에서 모니카와 함께 놀다가 수녀님께서 데리러 오면 돌아갈 것입니다.

사진=서영남
사진=서영남

11년 전 이야기입니다.

라파엘라는 보육원에 있다가 고아원으로 옮겼습니다. 십여 년이 흘렀습니다. 여덟 살 여자아이가 어느새 만 18세가 되었습니다. 두 달 후에는 보호종료가 되어 시설을 나와야 합니다.

아동보호종료를 몇 달 앞둔 어느 날 저의 아내인 베로니카의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라파엘라 : 이모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11월이에요. 저는 대학교 발표가 하나씩 나오고 있어요. 떨어진 데도 있고 합격한 데도 있어요. 00원 퇴소하면 이모 집 주변에서 살게 되는건가요? 아니더라도 자주 찾아뵐게요. 항상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베로니카 : 라파엘라야, 안녕. 00원 퇴소하면 민들레국수집 주위에 집을 얻어서 같이 살자.
경미 : 넹넹.
라파엘라 : 이모 안녕하세요? 시간이 진짜 빠른 것 같아요. 벌써 2021년 마지막 달인 12월이에요. 시간이 빠르게 흐를 동안 이모도 못 본지 오래 되서 너무 아쉽고 슬퍼요. 이제 제 나이도 십대 마지막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옆에서 도와주시고 옷 사주시고 맛있는 것 많이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모와 대표님 그리고 모니카 언니까지 제가 정말 많은 도움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00원 퇴소해서는 이모 집 근처로 가서 살면서 이모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항상 건강하시고 올해 2021년 잘 마무리하세요.
베로니카 : 라파엘라도 우리 가족인데 함께 살자. 걱정하지 말고 찬바람에 건강 조심해라. 라파엘라, 파이팅!

라파엘라가 살 집은 원룸으로 얻기보다는 민들레국수집 봉사자이신 착한 할머니 댁에 방을 얻었습니다. 이제 도배도 하고 살림살이도 장만해야 합니다. 부천에 있는 대학으로 통학하기도 좋습니다. 민들레희망센터에서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함께 점심도 같이 할 수 있습니다. 또 십년의 세월이 흐르면 라파엘라가 스물여덟 살 어엿한 어른이 될 것입니다. 

 

서영남 베드로
민들레국수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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