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환대의 집에서 사는 수십 년 동안 도로시 데이의 한결같은 동반자였다. 매일 사람들을 먹이고 입히고 쉬게 하며, 수필을 쓰고 신문을 발간하며 토론, 병원 방문, 집에 있는 환자 방문, 활동가들을 지지하기 위하여 서로 연대의 표현을 하는 등 일과가 산더미 같아도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성경을 읽는 또 하나의 강도높은 행동을 하였다. 성경은 그에게 말할 수 없이 중요한 책이었고, 성경을 읽을 때 그는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 점을 여러 번 강조하였다.
“수년 전에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활동적이었어요. 나는 모든 것을 하려고 일일이 쫓아다녔어요. 글만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신문 편집과 발송도 도왔어요. 우린 그 일을 한 가족처럼 했지요. 난 음식을 하고 배급하는 일도 돕곤 했어요. 때로는 도소매상에 식량을 구하러 간 적도 있어요. 청소도 하고 우리가 사는 곳을 지낼만하게 정리하는 일도 도왔습니다. 물론 기도도 했고 우리 자신을 위한 시간도 조금 마련하려고 애쓰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공동체에 사는 것, 환대의 집에 사는 것에 대해 나에게 물을 때, 그들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들으며 기뻐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직접 그 일을 하지 않는 한, 더 많이 얘기할수록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나는 우리 책임들을 반복해서 말하는 것에 지치고, 사람들이 우리들에게 얼마나 훌륭한 일을 하는가 라고 말하는 것에도 피곤해집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훌륭하지 않은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우리는 과중하게 일을 하고 피로를 느끼며 화가 납니다. 식사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는 어떤 사람으로부터 무례한 말을 듣기도 하며 우리들의 인내심이 다 바닥나고 터지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내가 물었다) 아니요, 보통은 폭발하지 않습니다. 직접적으로는 터뜨리지 않아요. 우리는 입술을 깨물고 부루퉁하게 절망감을 느끼는 모습으로,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완전히 절망하는 모습으로서 폭발하지요.
묵주를 꼭 붙잡고 있던 때, 할 수 있는껏 기를 쓰며 기도하던 때를 기억합니다. 나 자신에게 말하고 나 자신에게 간청했던 때, 우리에게 오는 사람들을 더 이해하려고 애쓰던 때를 기억합니다. 에너지와 확신이 다 달아나서 어디에서도 그것을 볼 수 없었던 때,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때를 기억합니다. 내 눈에 눈물이 고이지만, 왜 눈물이 거기에 있는지 모를 때도 있었습니다.
‘당신의 눈이 젖었어요’ 라는 말을 들으면, 그래요, 젖었다고 말하지요. 그리고 고약한 감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 난 덜덜 떨고 있었어요. 세상이 이 모든 가난한 사람들로 인해 너무나 황폐하게 보였기 때문이었고, 내가 가난한 이들의 관점에서 상황을 보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또한 우리 손님들이 내가 하고 있는 것처럼 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큰 수치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을 때 우리의 관점으로, 나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지요.
나는 내가 진짜로 심각한 곤경에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난 성경을 집어서 읽고 또 읽습니다. 때로는 한 페이지에 몇 시간을 보내며, 한 구절 한 구절을 반복해서 읽지요. 그리고 내 자신에게 되뇌입니다. 자만심의 죄가 모든 죄들 중에 가장 나쁜 죄라고, 그리고 이 자만심은 모든 구석구석에 잠복해 있다고 말합니다. 당신들이 살고 있는 곳보다 이곳에는 자만심이 잠복해 있는 구석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렇게 날카롭게 지적한 후, 도로시 데이는 잠시동안 멎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는 머리를 흔들고 잠시동안 유쾌하지 않은 기억 속에 잠기는 것 같았다. 나는 그가 방금 말했던 성가시게 구는 찬미자들처럼 내 자신이 눈치 없게 느껴졌다. 나는 가겠다고 말했다. 아래층에서 점심이 시작되고 있어서 식사를 하러갈 셈이었다. 그는 웃음을 터뜨렸고 자기도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생각에 빠져 있었다고 사과했으나, 그 생각들은 즐거운 것이었다고 했다. 나는 놀랐다. 그리고 그의 기분을 전혀 다른 것으로 생각했다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그는 다시 말을 시작했고, 곤란한 상황은 지나갔다.
“난 우리가 겪었던 진짜 거칠고 미친것 같던 시절로 돌아가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 그 때 우리 환대의 집에는 매우 골치 아픈 사람들이 오곤 했어요. 아마 당신이 그곳에 있었더라면 그 사람들에 대해서 적절하게 심리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들은 무장을 하고 왔어요. 그들에겐 칼과 권총이 있었고, 술을 많이 마셨어요. 그들은 난동을 부리고 시끄럽게 굴었기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을 다 조용하게 만들었어요. 참 이상한 방식으로 그들은 어떤 구제 역할을 했어요. 그들이 오면 다른 모든 사람들을 너무나 무섭게 하고 너무나 존중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소리내기를 그쳤지요. 매일 우리 귀를 따갑게 했던 소동이 멈추곤 했어요.
또 한번은 아주 악명이 높은 화를 잘 내는 한 알콜 중독자 선원이 우리에게 왔던 때가 기억납니다. 그는 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입을 다물라고 하면서 몇몇 사람들에게 방에서 나가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말했어요. 그때 나는 스프와 빵을 나누어 주고 있었어요. 나는 그에게 가서 그날 그가 우리에게 아주 귀중한 친구이며 감사하게, 매우 감사하게 여긴다고 말했어요. 그는 나를 바라보았어요. 난 그의 푸른 눈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그 눈은 나에게서 움직이더니 다시 가까이 다가왔어요.
그의 눈은 온갖 곳을 춤추듯이 바라보기도 하고 꼼짝 않고 꿰뚫어보기도 했어요. 나는 그가 갖고 있을 칼이나 총보다도 그의 눈이 더 무서웠어요. 그 시절에 그런 것처럼 그의 머리는 길었고 오른손으로 두텁고 곱슬거리는 머리를 만지더니 마치 더러운 것을 만진 것처럼 바지에 대고 문질렀어요. 그런데 그의 바지는 꽤 더러웠어요. 그는 내가 그의 손, 바지를 바라보는 것을 눈치채고 나에게 큰 소리를 쳤어요. ‘당신은 뭘 보고 있어?’ 이 말에는 어떤 저주가 담겨 있는 것 같았어요. 나는 이런 경우 유일한 희망이 할 수 있는 대로 재빨리 그리고 단호하고도 정직하게 그를 대하는 것임을 알았어요.
나는 ‘당신을’ 이라고 말했어요. 그는 곧장 소리쳤어요, ‘왜 나를 보고 있는 거야?’ 나는 대답했어요, ‘여기 서서 당신과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그는 또 소리 쳤어요, ‘그런데 당신은 누구야?’ 나는 이름을 말했고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는 나에게 그래도 그의 이름을 말해줬어요, 프레드라고. 나는 악수하자고 손을 내밀었고 그도 손을 내밀었으나, 악수하기 전에 그가, 더러워서 내가 언짢냐고 물었어요. 나는 아니라고 말하면서, 나도 손을 안 씻었고 부엌에서 온갖 지저분한 것이 묻어서 미안하다고 말했어요. 그는 괜찮다고 말했고 이어 우리는 악수를 했어요.
그리고 나서 내가 선수를 잡았지요. 나는 그에게 고맙다고 했어요. 방금 그가 생명의 은인이 되었다고 말했더니,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어요. 그는 눈을 낮추고 바닥을 응시하면서 나를 쳐다보지 않고 말했어요.그는 자신이 생명의 은인이라고 불리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아야 한다고 했어요. 그는 투덜거리고 있었는데, 난 그가 소리쳤을 때보다 더 무서웠어요. 온 방이 얼어붙었지요.
난 생명의 은인이라는 말에 대해 설명하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단지 그에게 스프를 주어도 괜찮겠느냐고 물었어요. 그는 스프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물었어요. 난 그 안에 온갖 야채가 들어있다고 말했어요 그는 나도 스프를 먹겠느냐고 물었고, 난 배가 고파서 먹겠다고 대답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식탁에 앉았고 그는 내가 먹기 시작할 때까지 먹지 않았어요. 그는 내가 몇 수저 스프를 뜨는 것을 보고는 그의 스프를 먹기 시작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마음을 바꾸고 내 스프를 자기가 먹을 수 있냐고 물었어요. 나는 그러라고 말했고, 그는 게걸스럽게 스프를 순식간에 다 먹었어요!
한편 나는 그가 스프를 응시하는 것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섬광처럼 스쳤어요! 난 내가 그의 스프를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어요. 그는 그러라고 했어요. 실상 그는 그의 스프를 나에게 주려고 했던 것 같았어요. 그는 다시 투덜댔어요. 나는 스프 그릇을 받아서 맛있게 소리를 내며 먹었어요. 나는 배가 고팠거든요. 그는 앉아서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나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어요.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이었어요 우리가 무료급식을 시작한 이후로 처음 겪는 이상한 침묵이었어요.
스프를 끝낼 즈음에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시작했어요. 그의 눈은 나에게서 스프 그릇으로 옮겨갔어요. 나는 그에게 더 원하는 것이 있느냐고 물었어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난 그를 만나게 되서 기쁘다고 말하고 나서 가까이 앉아있는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서 안부를 물었어요. 그 사람이 대답하기 전에 방금 나와 스프를 나누었던 그 큰 사람이 나에게 가까이 왔어요. 방에 있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그가 나를 치고 공격할 것처럼 보였던 것 같아요.
그는 약간 투덜거리더니, 개처럼 으르렁 거렸어요. 나는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나를 응시했어요. 난 그때 일어난 일을 어제 일어난 것처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그때 난 다만 한 가지 일만 생각할 수 있었어요 오래전에, 내가 가톨릭이 되기 수년 전에 성경을 읽으면서 배운 것인데 ‘악에 굴복하지 말고, 악을 선으로 이겨내라‘는 말씀이었어요. 이 말은 로마인들에게 보내는 바오로 서간의 12장 마지막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이 장은 피터와 내가 좋아하는 구절들 중의 하나이지요.
나는 이 장을 며칠마다 한번씩 읽고 때로는 몇번씩 읽곤 합니다. 나는 이 말씀들을 상기했어요. ‘악에 굴복하지 말고 악을 선으로써 이겨내라’ 그리고 나서 그를 보고 웃었어요. 그는 웃지 않았어요. 난 빵 하나를 집어서 반으로 잘라 하나는 내 입에 넣고 다른 하나는 그에게 주었어요. 그랬더니 그는 빵을 받았어요. 그는 고맙다고 말했고 나는 (할 수 있는 대로 편안하게 평상적인 모습으로 보이려고 애쓰면서) ‘언제든지 오세요; 우리 손님으로 당신이 이곳에 오면 너무나 좋겠어요.’그리고 나서 실례하겠다고 말했어요. 내일 스프를 준비하기 위하여 야채를 얻으러 가야 한다고 했지요.
그는 앉아서 빵을 다 먹었어요. 방을 나오면서 나는 방안이 다시 떠들썩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그 시끌법석대는 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았는지요!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세요? 다음 날 아침 일찍 그 사람이 샐러리와 당근, 감자, 토마토가 가득한 가방을 들고 왔어요. 난 그에게 부디 와서 그가 가져온 채소가 들은 스프를 먹으라고 청했어요. 그는 그러자고 했지요. 그는 우리 집에 오는 단골 손님이 되었어요.”
도로시 데이는 거기서 멈추고 일어나 방안의 탁자에 쌓여있는 책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영어 성서를 하나 찾아냈다. 그건 친구가 그에게 준 것이었다. 그는 가톨릭 교회와 성경에 대해 약간의 강의를 한 다음 그의 몇몇 가톨릭 친구들이 그에게서 아직도 프로테스탄트 같은 흔적이 남아있다고 말한다고 알려주었다. 즉 성경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 한결같이 성경을 읽는 것, 성경이 기꺼이 그에게 위로의 원천이 되도록 하는 것 등이었다. 이 친구들은 그에게 “참다운 가톨릭인들은 성경을 읽으면서가 아니라 교회로부터 위안을 얻는다”고 말했다.
[원출처] , Robert Coles, 1987
[번역문 출처] <도로시 데이, 뿌리로부터 온전히 살다>(<참사람되어>2002, 7월호)
로버트 콜스(Robert Coles)
하버드 의과대학의 정신의학과 및 사회윤리학과 명예교수. 청소년 문제 상담 전문가로 활동해 왔으며, 50여 권이 넘는 책을 집필한 작가. 1973년 미국의 다양한 계층과 인종의 아이들을 직접 취재하고 분석한 <위기의 아이들>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종이신문 <가톨릭일꾼>(무료) 정기구독 신청하기
http://www.catholicworker.kr/com/kd.htm
도로시데이영성센터-가톨릭일꾼 후원하기
https://v3.ngocms.co.kr/system/member_signup/join_option_select_03.html?id=hva82041
출처 : 가톨릭일꾼(http://www.catholicwork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