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감추는 것은 득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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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감추는 것은 득이 되지 않는다
  • 조용종
  • 승인 2020.11.2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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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종의 하루 책 한 권 읽고 두 문단 고르기

《좋은 시체가 되고싶어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시체 문화유산 탐방기》/《FROM HERE TO ETERNITY: Traveling the World to Find the Good Death》, 케이틀린 도티Caitlin Doughty 지음/임 희근 옮김, 반비 펴냄.

"좋은 소식은, 죽음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죽음을 감추는 것이 우리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고인을 보내는 자리에 함께하고 의례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것이다. 나는 도쿄와 바르셀로나 같은 현대적인 대도시에서 가족들이 시신과 함께 하루를 보내고, 자리에 남아 화장을 지켜보는 것을 보았다. 멕시코에서는 고인이 죽은 지 몇 년이 지난 뒤에도 가족들이 묘지에 찾아와 봉헌물을 두고 감으로써 아무도 고인을 잊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을 목격했다.

이 책에 나오는 의례 중 많은 것들이 독자가 속한 문화권의 의례와 매우 다를 것이다. 그 차이에서 아름다움을 보았으면 한다. 당신도 어쩌면 죽음에 대해 진정한 두려움과 근심을 느끼는 사람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여기에 있다. 이제 만나려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당신도 죽음을 마주하는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23쪽)

"빈에서 보낸 그 가을날, 지하 묘지를 단독으로 탐방한 것은 내가 묘지라면 어디든 들어가 시신에 접근할 수 있는 VIP 멤버십 카드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 투어가 단독으로 진행된 이유는 투어에 참가하겠다고 나타난 사람이 나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때 무덤이 촘촘히 들어선 묘지였던 성당 바깥뜰에는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모여 있었다. 그 아이들은 빨리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호프부르크 궁에 들어가서 과거의 유물과 보석들, 궁전의 황금 왕홀과 망토를 보려고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뜰 건너 성당 안에는 돌계단 몇 개만 내려가면 그 어떤 왕홀보다 더 많은 것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시체가 있었다. 그 아이들보다 먼저 태어난 과거의 사람들은 다 죽었다는,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명백한 증거 말이다. 모든 것은 언젠가 죽는다. 우리는 온갖 위험을 무릅써가며 우리를 둘러싼 죽음을 피하려 할 뿐이다.

죽음을 회피하는 것은 개인적 차원의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문화적 차원의 실패이다. 죽음을 똑바로 마주하는 일은 심약한 사람을 위한 일이 아니다. 시민 각자가 스스로 알아서 그렇게 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죽음을 받아들이고 마주하게 하는 것은 '죽음'을 다루는 모든 전문가, 즉 장례지도사, 묘지 관리인, 병원 근무자 들의 책임으로 봐야 한다. 죽음과 시체와의 안전하고 열린 소통이 가능한 물리적, 정서적 환경을 만드는 것은 '죽음전문가'들에게 부여된 과업이라는 얘기이다."(224~225쪽)

 

조용종 프란치스코 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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