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참다운 제자됨의 길로 이끌고, 위로 올라가려는 유혹에 반대하며 우리를 보호해주는 세 번째 훈련은 마음의 훈련이 다. 마음의 훈련은 개인 기도에 대한 훈련이다. 교회의 전례생활의 맥락 속에서,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지속적인 묵상으로 지지를 받으며, 개인 기도는 우리를 단지 자신의 마음으로 이끌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마음으로 이끈다.
마음의 훈련은 아마도 우리가 가장 쉽사리 포기하려는 훈련일 것이다. 우리가 골방의 고독 속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하느님의 현존 앞에 우리 자신의 벌거벗음, 취약함, 죄많음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이 머무는 것은 영적 삶에 대한 열렬한 결단을 요구한다.
개인기도는 박수갈채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유용한 프로젝트로 바꿀 수 없으며, 오로지 드물게 내적인 평화와 기쁨을 경험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기도는 우리 소명에 대한 진정한 잣대가 된다. 태생적으로 행동가인 우리들에게, 마음의 훈련은 그것을 통하여 우리의 모든 발판들을 벗겨버리고 비참 속에서 연민과 자비의 하느님께 울부짖는 정화의 훈련이 된다.
만일 우리가 참으로 우리들 사이에 살고 계시며 모욕당하는 그리스도 안에서 또한 그분을 통하여 하느님을 보고자 원한다면, 그리고 만일 우리를 어디로 이끄시든지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한다면, 우리에게는 순수한 마음이 필요하다. 그 마음은 우리 세계의 “그래야 한다”와 “반드시”라는 잣대로부터 자유로운 마음이다.
예수님은 말씀한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 6,5-6).
참으로 하느님 안에 숨어있는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되기 위하여, 우리는 고독의 장소에 빈손으로 들어가는 용기를 가져야 하겠다. 이렇게 한다는 것은 전혀 감상적인 일이 아니다. 우리가 마음의 훈련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하느님과 오로지 하느님과만 있을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그것도 가끔씩이 아니라, 정규적으로 먼저 따로 마련해 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할 일을 살펴보고 개인 기도를 위한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그 시간에 우리를 만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정직하게 그리고 주저 없이 “미안합니다, 하지만 이미 그때에 변경할 수 없는 약속을 해 놓았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대부분의 우리들에게 하느님과 쓸모없는 시간을 보내는 일은 매우 힘들다. 왜냐하면 하느님과 홀로 대면함으로써 우리는 또한 우리 자신의 내면에 있는 혼돈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에 우리는 자신의 불안함, 걱정, 후회, 풀리지 않는 긴장, 숨겨진 적개심, 그리고 해묵은 두려움과 직접 대면하게 된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우리의 즉각적인 반응은 도망가는 것이고 다시 바빠지는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우리는 고독 속에서 보이는 것만큼 상황이 나쁜 것이 아니라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실은 상황이 나쁘다는 것이며, 보이는 것보다 더 나쁘기조차 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낡은 자아를 고통스럽게 벗기고 모든 낡은 지지체계가 떨어져 나가면 우리는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자비를 구하며 울부짖을 수 있게 된다. 두려움으로 도망가지 않고 우리의 갈등에 인내롭게 머물러 있으면, 외적인 고독의 장소는 점차 내적인 자리로 변화된다.
그 자리는 마음속의 자리로서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성령의 현존을 깨닫게 되는 자리이다. 마음의 고독 속에서 우리는 질문들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된다. -독일 시인 릴케가 매우 아름답게 묘사한 것처럼- 그리고 점차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질문에 대한 대답을 키워가게 된다. 마음의 훈련으로 우리는 우리 안에 내적인 자리를 만들고 그곳에서 하느님의 성령이 “아빠! 아버지!”(로마 8,15)라고 외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마음의 훈련으로, 우리는 하느님의 마음에 이른다. 친밀한 기도 속에서 하느님의 심장고동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때, 우리는 하느님이 세계의 모든 고통을 끌어안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러한 고통의 짐이 가벼운 짐이 되어 우리가 짐을 지도록 초대된다는 것을 보게 된다. 기도는 언제나 하느님의 마음으로 우리를 이끌고, 동시에 인간 투쟁 한가운데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하느님의 마음 안에서 우리는 인간 고통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게 되고 이러한 고통을 우리 자신의 이름으로가 아니라, 고통받고 그 고통을 통하여 모든 악을 이긴 존재의 이름으로 가볍게 만들어야 하는 우리의 사명을 알게 된다.
마음의 훈련은 그 자체로 특별한 어려움을 갖고 있다. 먼저 개인적인 돌출과 인기를 바라면서 훈련을 시작하려는 유혹이 있다. 또한 우리가 하느님의 소리를 듣는 것인지 우리 자신의 불안한 소리를 듣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성령이 우리를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지, 어떻게 분별하는가의 문제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모든 특별한 어려움에 앞서, 훈련 그 자체에 충실할 수 있을까 하는 단순한 어려움이 앞에 있다.
이 모든 상황은 아마도 개인적으로 영적지도자를 갖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준다. 특히 우리가 영적 삶을 자신의 것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시작하려고 한다면 더욱 그렇다. 영적 지도자는 동료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우리 마음의 훈련에 책임을 갖도록 그리고 우리를 위하여 견고하게 기도하기를 기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선택한다. 우리가 또 다른 그리스도인에게 개인기도 생활의 상황을 정규적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과 그 지도자가 큰 사랑과 관심으로 우리를 하느님께 들어올리고 있다는 단순한 지식이 우리의 영적 성장을 매우 다르게 전개시킬 수 있다.
우리 자신의 마음을 통하여 하느님의 마음속으로 더 깊이 들어 가도록 계속 격려하는 사람이 우리 곁에 있으면, 우리 또한 고통 중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더 자유롭게 함께 할 수 있으며 우리 가운데에 치유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그들과 함께 발견하게 될 것이 다. 이처럼, 마음의 훈련은 우리를 연민의 여정으로 인도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것은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고, 생명으로 이끄는 좁은 길이다(마태 7,13).
우리는 매일매일 초대받고 있다
소명, 유혹, 그리고 양성이 직분과 영적 삶 간의 밀접한 관계에 관한 성찰에 세 가지 핵심 단어였다. 우리는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라는 초대를 받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성공, 명성 그리고 영향력의 넓은 길을 선택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그리고 점차적으로 우리 자신을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과 일치시키기 위하여 영적훈련을 하도록 도전받고 있다.
소명, 유혹, 그리고 양성은 일생 내내 따라오는 도전들이다. 우리는 단 한번 초대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초대받고 있으며, 우리가 어디로 이끌리는지 결코 확실하게 알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밤낮의 매 순간마다 유혹을 받고 있으며 우리의 악마들이 어디에 나타날지 결코 정확하게 알 수 없을 것이다.
소명과 유혹 사이의 일생에 걸친 긴장은 우리에게 어렵지만 약속이 담긴 과제를 던져준다. 그것은 교회에, 성경에, 그리고 우리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라는 과제다. 그렇게 하여 우리는 우리 안에서 그리고 우리들 가운데에서 하느님의 실제 현존을 발견한다. 우리는 결코 투쟁없이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희망, 용기, 그리고 신뢰를 잃지 않고 간직한다면, 그리스도의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통하여 우리도 그분과 함께 그분의 영광 속으로 들어가리라는 사실을 깊은 내면속에서 온전히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받은 소명에 감사하고, 우리의 유혹에 저항하고 지속적인 양성의 삶에 영원히 투신하도록 하자.
(출전: 참사람되어, 2015년 11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