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트라피스트 수도자의 [목마름으로 살리라]
시대의 거대한 시냇물 안에
온갖 생물들이 꿈틀거린다.
난 사람, 센 사람, 여린 사람,
치사한 사람, 야비한 사람,
능글맞은 사람, 미친 사람,
맛이 간 사람, 펄펄 끓는 사람,
구렁에 빠진 사람, 늪 속에 허덕이는 사람,
된 사람, 든 사람, 비운 사람,
흐름따라
유유히 각자의 줄기를 유영해갈 수 있는 시대
그런 시대가 과연 있었을까
된 사람 하나 만나기 참 어려운 시대
된 사람마저
어떻게 해 볼 도리 찾지 못하는
꼬이고 꼬인 시대
배 큰 놈이 나타나 몽땅 먹어치우겠다네
좁쌀들만 우글거리는 평안하고 안락한 시절
그리워 해본들
먹히는 사람만 억울할 뿐인가
흐름마저 뒤엎고자 하는 간 큰놈 나타나
주위는 온갖 시러배들 득실거리니
흙탕물은 그저 보통이요
온갖 독으로 부글거리네
지지리 꼬인 흐름 안에
숨도 제대로 못쉴 지경에 이르러
형형색색 다른 온갖 사람들 안에
그제사 오롯한 그리움
하나의 줄기로 흘러
크면서 된 사람
된 사람이며 큰 사람
그 그리움 타고 오네
크기만 해 집어먹기 바쁜 사람
되긴 했는데 제 동아리 틀 밖에 알지못해
우주적 생명 따위
과학자들의 놀음으로 알아선
시대를 감싸안지 못하리
끓는 시대가 사람 낳고
사람이 있어
시대는 또 흐르니
신명난 춤사위 한 판 벌여볼까나
[출처] <참사람되어>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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