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삶은 성장을 의미한다. 또한 완전한 성숙과 완전함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을 뜻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이 최종적인 완전함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삶 안에 그리스도께서 온전히 드러나시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분의 생명이신 그리스도가 나타나실 때에 여러분도 그분과 함께 영광 속에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골로사이서 3,4). 이것이 진정한 그리스도교적 완전함이다!
이것은 과연 무슨 뜻인가? 그것은 우리의 “모든 것을 그리스도 안에서 재정립 하시고자” 하는 하느님의 세상에 대한 사랑의 엄청난 신비가 완전히 드러나는 것을 뜻한다(에페소 1,9-10). 하느님의 자비는 우리 안에서 드러나야만 한다. 그리스도는 그분의 구성원인 우리 안에서 영광을 받으셔야 한다. 그분의 사랑이 우리를 그분 안에서 하나로 일치시킨다는 것이 확실히 증명되어야 한다.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과 같이 이 사람들도 우리들 안에 있게 하여 주십시오. 그러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다는 것을 세상이 믿게 될 것입니다”(요한 17,21).
(예수께서 이 말씀 바로 전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내가 이 사람들을 위하여 이 몸을 아버지께 바치는 것은 이 사람들도 참으로 아버지께 자기 몸을 바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도하시길: “이 사람들이 진리를 위하여 몸을 바치는 사람들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곧 진리입니다” - 요한 17, 17. 19.)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개인적으로 믿고 그분께 충실한 것만으로는 완전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다. 우리는 고립된 개인으로서 그분께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분 신비체의 구성원으로서 그분께 나아간다. 거룩함은 그분의 왕국을 세우고 그분의 신비체를 건설하는데 봉사한 정도와 비례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스도의 일원으로서 결실있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면 할수록 우리는 성령 안에서 성령을 통해서 다른 이들에게 그리스도적 삶을 전파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주는 만큼 그리스도로부터 받는다.
신비적인 삶에 관한 비밀의 홍수는 우리 영혼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영혼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가장 많이 받는 이들은 가장 많이 줄 수 있는 이들이며, 그들이 더 많이 줄 수 있다면 그것은 그들이 더 많이 용서받았기 때문이다(루가 7,47-48). 그들은 형제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더욱 더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스스로가 자신들의 슬픔과 그리스도의 자비를 개인적으로 깊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고통과 영적인 가난은 그들에게 연민에 대해 알게 해 주었고 영적으로 풍부해지도록 만들었는데 자비를 경험한 사람만이 자비를 베풀 수 있기 때문이다.
자비를 경험한 사람은 또한 진리를 안다. 이웃에게 자비를 베품으로써 그 의미를 알게 되기 전에는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깨닫지 못할 것이다. 이웃에 대한 자비의 행위가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사랑하도록 직접적으로 가르친다기 보다는 우리 삶 안에 살아 있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통해 역동적으로 이웃으로 뻗어나감으로써 우리의 영혼 속에서 당신을 표출하기 때문이다.
이웃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없다면, 그리스도께 대한 우리의 “사랑”은 거짓이다:
“자기가 빛 속에 산다고 말하면서 자기의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아직도 어둠 속에서 살고 있는 자입니다. 자기의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며 그는 남을 죄짓게 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어둠 속에 있으며 어둠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그 눈이 어둠에 가리워져서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놓으셨습니다. 이것으로 우리가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형제를 위하여 우리의 목숨을 내놓아야 합니다. 누구든지 세상의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기의 형제가 궁핍한 것을 보고도 마음의 문을 닫고 그를 동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사랑하는 자녀들이여, 우리는 말로나 혀끝으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실하게 사랑합시다”(요한 I서 2,9-11; 3,16-18).
[원문출처] <Life and Holiness>, 토머스 머튼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 2000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