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모린 "인격이 실종된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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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모린 "인격이 실종된 자본주의"
  • 서민호 미카엘
  • 승인 2020.01.2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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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모린 이야기] 자본주의에 관하여

다음은 가톨릭일꾼운동의 공동창립자 피터 모린이 쓴 「쉬운 글들」 중에 나오는 것으로, 그는 우리의 현재 자본주의체제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간략하게 알려주고 있다. 피터 모린은 13세기의 동업조합으로부터 시작하여 20세기의 자본주의 발달까지 그 자취를 추적해본다. 그가 말하고 있는 내용의 대부분이 한국과 다른 많은 자본주의 국가의 상황에도 맞는다고 할 수 있겠다.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1200년 - 동업조합 (길드체제)

1200년경에는
자본주의 체제가 없었다.
동업조합 체제가 있었다.
동업조합의 원칙은
공동선의 원칙이었다.
사람들은 지금처럼, 이렇게 말하곤 했다.
“당신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그 때는 말로 한 것을 실제로 의미했던 때였다.
지금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지만,
다른 의미를 갖는 시대가 되었다.
그들은 시장을 찾아나서지 않았다.
시장이 사람들을 찾도록 내버려 두었다.

1400년 - 중간 업자들

1400년경
중간업자가 나타난다.
그는 물건을 사기 위하여, 시장을 찾기 위하여
제안한다.
동업조합원들은 
그의 상품들에 관해 제안된 돈에 대하여 생각하고
공동선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중간업자들은
쓸모있는 물건들을 파는데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물건이든지 팔아 돈을 만드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생산업자가 그의 물건들을 중간업자들에게 팔기 시작했을 때
그는 더 이상 소비자를 보지 않았다.
생산업자는 오로지 중간업자만을 바라보았고
소비자도 오로지 중간업자만을 바라보았고
중간업자는 싸게 사고 비싸게 파는데에만
관심을 둔다.
그리고 기능적인 사회는 존재하기를 그치고
습득위주의 사회가 나타나게 된다.

1600년 - 금융가

존 칼빈 이전에
사람들은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줄 수 없었다.
존 칼빈은
이스라엘 예언자들의 가르침과
교회 교부들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이자에 따라 대부해주는 것을 합리화시키기로 결정하였다.
개신교 국가들은 죤 칼빈의 주장을 채택하였으며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 일반적인 관습으로 되어버렸다.
그리고 돈은 더 이상 교환의 수단이 아니라
돈을 만드는 수단으로 간주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간을 재며 돈을 빌려주었고
시간을 돈의 개념에 따라 생각하기 시작하였으며,
서로에게 말하였다.
“시간이 돈이다.”

산업 자본주의

증기의 이용이 개발되었을 때
중간업자들은 공장을 시작하였다.
기술자들은(工人)
그들의 작은 가게를 버리고
공장에 일하러 나갔고 공장의 직공이 되었다.
공장 소유자들은
집안 일의 힘든 노고를 덜기 위하여
필요한 생활제품들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여자들을 집으로부터 데려나와
공장으로 끌어들였다.
또 아이들도 집에서 끌어내어
공장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남자들은 어린아이들을 돌보기 위하여 집에 남아야 했다.

1800년 - 경제주의자

1776년 책을 발표한 아담 스미스 이후로

우리는 경쟁이 교역의 생활이며, 그것은
“가장 적절한 자가 살아남는” 경우라고 교육되어 왔다.
그래서 1776년 이후
시장을 찾아보는 것은
남자들의 활동이 되어 버렸다.
그리하여 무역은 국가를 따르므로
산업국가들은 또한 동시에 제국주의 국가가 되었다.
영국과 독일,
두 산업국가 사이의
시장 쟁탈전은
세계 1차대전의 주요원인이 되었다.

독점 자본주의

미국 남북 전쟁와 함께
독점 자본주의가 태어났다.
독점 자본주의와 함께
유아기 산업보호를 위한
높은 관세체제가 태어났다.
독점 자본주의와 함께
무산계급의 노동자들의 보호를 위한
조합주의가 태어났다.
독점 자본주의와 함께
소비자들의 보호를 위한
독점 금지법이 태어났다.
독점 자본주의와 함께
원자재 보호를 위한
나라법이 태어났다.


금융 자본주의

제 1차 세계대전과 함께
금융 자본주의가 태어났다.
금융 자본주의와 함께
할부구매가 태어났다.
할부구매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를 가져왔으니,
차 두 대를 한 가족이 소유하고
모두가 고기를 먹을 수 있으며
모두가 임대하여 집을 가질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이 약속은
실현되지 못했고
사람들은 대공황을 겪어내야만 하였다.


국가 독점 자본주의

금융 자본주의는
실업자들을 고용할 수 없었다.
국가는 이제
실업자들을 고용하는 과제를 확인하게 되었다.
경제활동은 이제
국가 관료들에 의하여 감독을 받게 되었다.
국가 관료들은 사람들에게
국가차원의 감독을 실시할 수 있게 되었다.
국가 감독은
인격적인 비젼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인격적인 (개별적인) 비젼없이
사람들은 활력을 잃을 것이다.
인격적인 비젼은 인격적인 행동을 일어나게 한다.
인격적인 행동은
인격적인 책임감을 의미한다.
인격적인 책임감은
역동적인 민주체제를 의미한다.

모린은 장인들에 의하여 물품이 주문생산 되던 13세기부터 시작한다. 이때 사람들은 기술을 배움으로서 자신의 창조력을 활용하여 생활을 꾸려나갔다. 그들의 일과 기술은 모든 사람들의 선(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15세기에 중간업자들이 등장하면서 생산자는 소비자와의 접근을 상실하였다. 공동체에서 사람들 사이에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어주고 경제를 지역차원에서 돌아가게 하였던 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접적인 접근이 깨지면서 책임감과 신뢰감의 원칙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생산자는 소비자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리기 시작했으니 그가 생산하는 물품을 사는 사람과 어떤 관계도 가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단순한 교역에 불과한 일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존 칼빈
존 칼빈

존 칼빈의 가르침, 혹은 칼빈주의는 예정설을 강조하고 있으며, 또한 하느님의 주권과 성서의 최상 권위를 현대 근본주의의 기반으로 삼는 것이다. 이러한 칼빈의 움직임은 히브리 성서에 대한 왜곡된 믿음인데, 어떤 수단을 다해서라도 부자가 되면 좋다는 칼빈과 일치하는 사람들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과 재물로써 축복하신다는 뜻이다.

칼빈파의 성서해석은 정의에 관한 모든 인용구절을 무시한다. 이처럼 그들은 고리대금과 그들 자신의 노고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노고로 얻어지는 다른 모든 종류의 재물 취득을 합리화한다. 돈은 생산된 물품을 위한 교환의 수단이 되기를 이미 포기했다. 돈은 일을 안하고도 돈을 벌 수 있는, 어떤 사람의 투기를 위한 수단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산업혁명 초기부터 오늘날까지, 가장 압제적인 자본주의자들, 무자비한 기업가들, 그리고 가장 타락한 투자가들이 사회로부터 높은 명성을 얻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었다는 사실을 주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들은 부정적인 수단에 의하여 획득한 이익이 하느님의 축복을 받았다는 이미지를 심는데 기여한 것이다.

증기의 이용과 산업혁명의 발전 때문에 남자, 여자 그리고 아이들이 공장에서 어떻게 강제로 노동하게 되었는지를 모린은 설명하고 있다. 공인(工人)들은 대량생산의 값싼 가격과 더 이상 경쟁할 수 없게 되었다. 모린이 자신의 글에서 표현하는 사회-경제적 동향은 또한 한국이 지난 25여년동안 목격했던 농촌인구의 집단 도시이주현상에 대한 매우 적절한 서술이라고 할 수 있다.

모린은 자본주의의 그 다음 단계 변화를 아담 스미스의 책들이라고 보았다. 칼 맑스가 사회주의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듯이, 아담 스미스는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여겨진다. 아담 스미스는 사회가 정부의 정기적인 간섭없이 경제를 스스로 돌아가도록 내버려둘 때에 가장 훌륭한 사회가 될 것이며, 시장체제가 스스로 물건의 가격과 노동 그리고 서비스의 가격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이론을 제안하였다. 이처럼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은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하여 인간은 더 이상 인격체가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로서만 보일 것이다. 그럼으로,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팔고 물품을 사는 사람이다.

모린이 말했듯이 그리고 사람들이 현대 그리스도인의 사회에서 지금 경험하고 있듯이, 경쟁은 모든 인간의 태도, 그것이 교역이든, 교육이든, 고용이든 국제 외교이든간에, 모든 영역에 있어 인간의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었다. 경쟁과 그에 따른 생존을 위한 투쟁은 타인을 그리스도안에서 우리의 형제자매로 인식하려는 노력을 방해하고 심지어 어떤 때는 차단하기까지 한다. 오히려 다른 나라 국민들, 다른 신앙, 심지어 같은 구역안에 사는 사람들까지도 서로 경쟁자, 반대자 그리고 적으로 간주한다. 그리하여 사재기는 이익의 수단이 되고 나누면 손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독점기업들이 다가왔다. 기업들은 서로를 사들이고 제재할 수 없는 크기로 성장해나간다. 현대사회에서 국가의 건강도는 독점의 정도에 따라 측정된다(미국에서는 GM과 IBM; 한국에서는 현대, 삼성등). 독점회사들의 요구와 관심은 개인의 요구, 관심 위에 군림한다. 경제가 시민에게 봉사하기보다 시민이 경제에 봉사한다. 높은 관세율, 조합주의, 독점금지 그리고 보존법 등 모린이 언급했던 법들은 더 많은 자연자원, 기술 그리고 재물을 획득하고자 하는 독점기업의 탐욕스럽기 짝이 없는 식욕을 어느정도 제재하는데 필요한 것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원, 기술, 재물은 독점기업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지는데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거쳐, 개인은 점점 더 의미가 상실되고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모든 창조적 에너지들에 통화의 가치가 주어지고 더 큰 이익을 얻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조정된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 소프트 분야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가 새로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시키면 회사에 모든 특권을 팔아야하고 따라서 그 프로그램 판매로부터 오는 가능한 수입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

그리스도안에서 신자들인 우리는 모린이 말하던 인격주의적 비젼에로 초대받았다. 이러한 인격적 비젼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조건과 체제를 이해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파악함으로써만 이해될 수 있다. 다시한번 개인과 지역 공동체의 선에 집중함으로써만 우리는 어떻게 우리 자신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행동할 수 있는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모린이 그렇게나 강력하게 강조했던 인격주의로서 이 비젼에 의하여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살고 정의롭게 행동하는 것이며, 자본주의의 바퀴아래 단순한 톱니처럼 맹목적으로 살게 되지 않을 것이다.

 

서민호 미카엘
미국인으로, 메리놀외방선교회 평신도 선교사였다

[출처] <참사람되어> 200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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