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바꾸자, 상상해보자, 더없이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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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바꾸자, 상상해보자, 더없이 좋지 아니한가
  • 손지후
  • 승인 2019.10.1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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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후 칼럼

현행 근로기준법은 하루 노동시간을 8시간씩 4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한 주에 12시간씩 노동시간을 연장할 수 있고 휴일에도 주 16시간을 노동할 수 있게 허용해왔다. 그래서 사실상 최장허용 노동시간이 주 68시간이었다.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68시간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두고 언론에서는 당장 기업에서 큰 어려움이 생기는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하지만 이미 주 40시간만으로도 세계적으로 노동시간이 긴 나라에 속한다.

떠올려보자. 월요일, 화요일 일하고 수요일 쉬고 목요일, 금요일 일하고 주말동안 쉬면 어떤가?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일을 하면 어떨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대부분이 그렇게 하면 참 좋겠지만 꿈과 같은 얘기라고들 했다. 회사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8시~11시 사이에 출근, 2시~5시 사이에 퇴근하는 탄력적 업무시간으로 하루 6시간씩 일하면 좋겠다고는 하지만 주 4일에 하루 6시간을 탄력적으로 일하고 월급 받으면 일을 너무 적게 해서 좀 미안한 생각이 들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사회화에 진입하면서 아이는 고정된 성역할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를 당연하게 누려야 한다.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에서 생애주기 불행은 시작된다. 물론 여자라는 이유로 태어나지도 못하는 수많은 죽음들은 접어두고 말이다. 유치원에서 반을 남자아이, 여자아이로 나누니 남자아이들은 더 친절하고 여자아이들은 더 씩씩하게 생활했다고 한다.

세상에는 많은 성별정체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남자와 여자로만 역할을 정해 아이들에게 강요하면서부터 많은 불행들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하고 인형을 갖고 노는 게 좋은 남자아이와 공놀이를 하면서 뛰어 놀고 짧은 머리에 바지가 좋은 여자아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는 없을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아두고 동일한 규율을 주입시키는 공교육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백 번 양보해서 지금의 공교육에서 “요즘 남학생들이 얼마나 역차별에 시달리는줄 아세요? 우리 얘 친구는 같은 반 여자아이한테 맞기까지 한다니까요. 반에서 1등에서 5등까지 다 여학생이고 또 얼마나 드센지 남자아이들이 기도 못펴고 살아요. 요즘 학교가 그렇다니까요. 현실이 그런데 여기서 페미니즘이라니 어휴~ 그건 아닌 것 같네요.”

여기서 벗어나려면 왜 학교에서 성평등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지, 교사들의 성인지감수성, 인권감수성이 어떤지를 중심에 두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무교육이 능사인가? 왜 상대평가를 하나? 어느 누구도 생명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면 안되는 거 아닌가? 교사가 애초에 학생들에게 고정된 성역할과 차별,편견을 주입하고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질문이 필요하다. 왜 하면 또는 왜 안하면 안되나?

학교를 떠나 사회에 첫 발을 딛을 때부터 이미 학자금 대출이라는 빚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애초에 무상교육으로 학자금대출 자체를 없애면 왜 안되나?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는 재정이 없나? 학문이든 기술이든 배워서 국가에 기여를 할 수 있는 국민들의 교육에 대해 국가가 왜 전액 그 비용을 책임지지 않는지에 대해 국가는 답을 해야 한다.

청춘은 계속 뭔가를 배우고 시도해야만 하나? 아무 것도 안하면, 놀기만 하면 그것이 정말 무의미한 시간인 것이 맞나? 군대에 가서 억울하면 군대에 의무적으로 가는 제도를 바꾸면 되는 게 아닌가? 왜 그러면 안되나? 군대를 없애면, 모병제로 바꾸면 이 땅에 당장 전쟁이 일어나나? 정말인가?

위험의 외주화, 이주화가 만연하고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고도 기업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을 하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이다. 그렇지 않은가? 회사에서 최고월급과 최저월급의 차이가 10배가 넘지 않도록 하면 왜 안되나? 중대재해를 저지른 기업의 자산 절반을 몰수하면 안되는 이유가 뭔가?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국민이 일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안전대책을 세우고 잘못한 기업을 제대로 처벌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말이다,

거주 외 목적으로 주택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면 왜 안되나? 토지강제수용을 금지하면 왜 안되나? 산과 바다, 땅과 하늘이 왜 사유재산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쾌적하게 거주할 수 있는 집이 있어야 하고 이 땅에 사는 것만으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성역할을 강요받지 않고 상대평가로 경쟁하지 않고, 군대를 의무적으로 가지 않아도 되고, 학자금대출 없이 사회에 첫 발을 딛고, 거주에 대한 부담이 없고 충분히 쉬면서 가족을 돌보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때에 하고 싶은 만큼 하는 게 정말 불가능한가? 이것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를 제안하는 정당을 찾아 표를 던지자.

거대양당이 서초와 광화문에 자리를 잡고 아우성이다. 서초동 집회에 있으면서도 나오는 이야기 모두에 동의하기가 어렵고 광화문에 있으면서도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다. 이도 저도 싫은 사람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없나? 보기 두 가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보기를 더 만들면 된다. 왜 안되는가?

노인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서 월2만원 집회동원 꿀알바를 안해도 되게 하고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 실컷 하고 재미나게 놀고 쉴 수 있는 쾌적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노인복지정책이 실현되도록 정치가 주목하면 광화문에 모이는 사람들을 이용하는 세력이 쓸 수 있는 카드의 힘이 줄어들 것이다. 혐오와 분열을 획책하고 이용하는 세력이 누구인가? 왜 그것이 필요한지 생각을 해보자.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지구가열로 인해 인간이 멸종하게 되면 말이다. 이제는 세상의 기준을 기후위기 시대에 무엇이 적합한지로 따져봐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적합성은 정치를 바꾸는 것으로 엉킨 실을 푸는 실마리가 된다. 실의 끝을 찾아 국회를, 국가기관을, 언론을 바꾸자. 차별과 불평등에 맞서고 기후위기 막아내고 정치를 바꾸자!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정치세력에게 표를 주자.

상상해보자. 좋지 아니한가!

“이틀만 일하면 쉬고 또 이틀만 일하면 주말이다.”

“학자금대출과 월세 걱정을 안해도 된다.”

“군대 안가도 된다.”

“국가와 공동체가 양육에 대한 책임을 진다.”

“일을 그만둬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손지후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 연대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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