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예수가 활동했던 제2성전 시대의 유다이즘에는 바리사이파, 사두가이파, 에세네파, 젤롯파 등의 다양한 종교적 그룹들이 존재했다. 이 시기의 유다인들에게는 할례, 안식일, 음식 규정과 정결 규정 등과 같은 율법 준수가 매우 중요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율법에 대한 예수와 유다인 그룹들의 태도, 특히 안식일 규정의 준수에 대한 태도를 비교 분석하려 한다.
최근에 발견된 쿰란 사본의 율법과 관련된 규정들은 예수 당시의 기원후 1세기 팔레스티나 유다이즘 안에서의 율법에 대한 논쟁으로 통하는 새로운 통로를 열게 될 것이다. 이러한 통로를 통하여 우리는 율법에 대한 역사적 예수의 독특한 접근 방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안식일 준수는 창조의 일곱째 날에 하느님께서 쉬신 것에 기초한 율법의 근본적인 규정들 중의 하나였다.(탈출 20,8-11) 그래서 안식일은 하느님의 창조를 기억케 한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켜라.... 이는 주님이 엿새 동안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들고, 이렛날에는 쉬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님이 안식일에 강복하고 그날을 거룩하게 한 것이다.”(탈출 20,8-11) 안식일에 하느님의 백성은 쉬어야 하며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통치를 인정하고 거행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안식일은 거룩하며, 안식일 준수는 구원의 표징으로 이해되었다.(탈출 31,12-17) 그래서 안식일을 범하는 이는 사형에 처해져야 한다.(탈출 31,12-17). 경건한 이들은 『희년서』가 요약하고 있는 것처럼 율법을 글자그대로 따랐다. “안식일에 일하고, 단식하든지 싸우는 이는 누구든지 죽음에 처해져야 한다.”(희년서 50,6-13)
그리고 안식일은 이스라엘이 이집트 땅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것을 기억하고 거행하는 날이다. “주 너의 하느님이 너에게 명령한 대로 안식일을 지켜 거룩하게 하여라. 엿새 동안 일하면서 네 할 일을 다 하여라. 그러나 이렛날은 주 너의 하느님을 위한 안식일이다.... 너는 이집트 땅에서 종살이를 하였고, 주 너의 하느님이 강한 손과 뻗은 팔로 너를 그곳에서 이끌어 내었음을 기억하여라. 그 때문에 주 너의 하느님이 너에게 안식일을 지키라고 명령하는 것이다.”(신명 5,12-15)
제2성전 유다이즘 안에서는 하느님에게로 이르는 길, 인간 구원의 길, 이스라엘이 해방되는 길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가치의 선택이 공존했다. 사실 당시의 유다인들 안에는 바리사이파, 사두가이파, 에세네파, 열혈당, 헤로데당과 같은 여러 정치적, 종교적 그룹들이 존재했고 다양한 길들이 공존했다.
예루살렘의 성전과 율법이라는 두개의 큰 가치를 중심으로 한 유다이즘에서는 할례, 안식일, 음식 규정과 정결 규정 등이 유다인과 이방인을 분리하는 정체성 표지(identity badges) 혹은 경계 표시(boundary markers)로서의 역할을 하였다. 예수의 길이 가지는 차별성은 당시의 역사적 상황 안에 존재했던 다른 길들과의 비교를 통해 더 분명히 드러난다.
바리사이들은 율법의 정확한 해석과 철저한 준수를 구원의 길로 선택하였다. 그들은 유다인의 전통과 관습 속에서 철저한 정결 규정을 지키는 것을 하느님에게로 이르는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 사두가이들은 성전과 제사를 구원에 이르는 길로 선택한 사제들 중심의 그룹이었다. 정치적으로 그들은 로마 제국의 통치자들에게 긴밀히 협력하였다.
에세네파는 세상을 떠나 유다 광야에서 율법에 철저한 금욕적인 공동체 생활을 통해 구원에 이르려 했다. 열혈당원은 정치적으로 로마 제국에 대항하여 혁명적인 저항을 조직하고 폭력적 투쟁을 통해 이스라엘을 해방하려 했다. 그리고 유다인들 중에는 로마 제국에 편입되어 누리는 평화(Pax Romana)를 이스라엘의 구원으로 여기는 그룹도 있었다. 이와 같이 예수 당시에는 하느님, 인간 구원, 이스라엘의 해방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실천들이 있었다.
송창현 미카엘 신부
지곡성당 주임, 성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