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그 너머”, 우리의 마음과 정신 그 너머에, 우리의 느낌과 생각 너머, 우리의 기대와 욕망 너머, 그리고 우리의 삶을 이루고 있는 모든 사건과 경험 너머에 있다. 그러나 그분은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기도의 핵심에 닿게 되는데, 왜냐하면 기도 속에서 하느님의 현존과 하느님의 부재 사이의 구분은 더 이상 실제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기도 속에서, 하느님의 현존은 절대로 그분의 부재와 떨어지지 않으며 하느님의 부재 역시 그분의 현존과 절대로 갈라지지 않는다.
그분의 현존은 인간적 차원에서 함께 있음에 대한 체험과 너무나 다르고 그것을 넘어서기 때문에 쉽사리 부재로 인식된다. 다른 한편, 그분의 부재는 너무나 자주 깊히 느껴지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현존으로 감지된다. 이러한 현상은 시편 22,1-5에서 강력하게 표현되었다: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살려달라 울부짖는 소리 들리지도 않사옵니까?
나의 하느님, 온 종일 불러봐도 대답하나 없으시고
밤새도록 외쳐도 모르는 체 하십니까?
그러나 당신은 옥좌에 앉으신 거룩하신 분,
이스라엘이 찬양하는 분,
우리 선조들은 당신을 믿었고
믿었기에 그들은 구하심을 받았습니다.
당신께 부르짖어 죽음을 면하고
당신을 믿고서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이 기도는 이스라엘백성의 체험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체험에 있어 정점이기도 하다.
예수가 이 말을 십자가 위에서 했을 때, 전적인 외로움과 온전한 받아들임이 서로 만났다. 그 완전한 비움의 순간에 모든 것이 이루어졌고 채워졌다. 그 어둠의 시간에 새로운 빛이 나타났다. 죽음의 증언이 나타났을 때 생명이 확인되었다.
하느님의 부재가 크게 소리치며 표현되는 곳에서 그분의 현존이 가장 심오하게 드러난다. 하느님이 그분의 인간성 안에서 하느님의 부재를 가장 고통스럽게 체험하는 우리들과 하나되었을 때, 그분은 우리에게 가장 현존하게 된다. 기도할 때 우리는 이 신비 속으로 들어간다.
「발돋음하기」에서
[원출처] <Henri Nouwen>(Robert A. Jonas, Orbis, 1998)
[출처] <참사람되어> 2004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