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나웬]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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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웬]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소명
  • 헨리 나웬
  • 승인 2016.05.0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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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이타적인 길-1
제네시 트라피스트 수도원 성당. ⓒ한상봉

글로 쓰여진 가장 심오한 기도들 중의 하나인 다음 기도에서 사도 바오로는 에페소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말하고 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영광의 아버지께서 여러분에게 지혜와 계시의 영을 주시어 여러분이 그분을 알게 되고, 여러분 마음의 눈을 밝혀 주시어, 그분의 부르심으로 여러분이 지니게 된 희망이 어떠한 것인지, 성도들 사이에서 받게 될 그분 상속의 영광이 얼마나 풍성한지 여러분이 알게 되기를 비는 것입니다. 또 우리 믿는 이들을 위한 그분의 힘이 얼마나 엄청나게 큰지를 그분의 강한 능력의 활동으로 알게 되기를 비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 능력을 펼치시어, 그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시고 하늘에 올리시어 당신 오른쪽에 앉히셨습니다. (에페 1,17-20)

 이 기도는 예수 그리스도를 이끌었던 똑같은 성령께서 이끄시는 삶이 바로 영적인 삶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성령은 우리 안에서 숨 쉬는 그리스도의 숨길이고,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는 그리스도의 거룩한 힘이며, 새로운 생명력의 신비스러운 원천이시다. 이 새로운 생명력에 의하여 우리는 우리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사시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갈라 2,20 참조).

참으로, 영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살아있는 그리스도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가능한 힘껏 그리스도를 모방하려고 애쓰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다른 이들에게 예수님을 상기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동에서 영감을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치 않다. 아니다, 영적인 삶은 우리에게 훨씬 더 근본적인 요구를 내놓는다. 그것은 여기에서 지금, 시간과 역사 속에서 살아있는 그리스도가 되는 것이다.

삶에서 복음이 우리에게 부과하는 본질적인 요구와 기꺼이 모든 것을 걸고 씨름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진정한 소명을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지난 20세기 동안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본질적인 부르심을 들었고 진실한 복종으로 거기에 응답해왔다. 그리하여 어떤 이들은 사막의 은수자가 되었고, 다른 이들은 도시에서 일꾼들이 되었다. 어떤 이들은 선교사로, 교사로, 치유자로 먼 땅으로 떠났고, 어떤 이들은 그들이 사는 곳에 그대로 머물면서 가족을 부양하고 충실하게 일했다.

어떤 사람들은 유명해졌고, 어떤 이들은 알려지지 않았다. 비록 그들의 응답이 꽤 많은 다양성을 띄 었지만, 이들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타협, 양보없이 그리스도를 따르라는 부르심을 들었다.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 제각기 다른 특정한 모습을 나타내는데도 불구하고, 제자로 부르시는 예수님의 초대는 근본적인 것이고, 모든 것을 망라하고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초대이고, 전적인 결단과 투신을 요구한다.

우리는 그리스도께 조금만 허용하거나, 약간의 주의를 기울이고 그분을 나의 모든 관심사들 중의 하나로 취급할 수 없다. 세상의 요구들을 채우면서 그리스도를 따르고,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그리스도께 귀를 기울이며, 다른 수많은 부담도 감당하면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지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확실하게 예수님은 이 두 가지 사이에 매우 날카롭고 선명한 구분을 긋고 계신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마태 6.24)고 예수님은 주장하셨고, 그분의 초대에 타협없이 응답하도록 우리와 대면하시기를 주저하지 않으셨다:

“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얼마나 좁고 또 그 길은 얼마나 비좁은지 …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마태 7,14; 10,37).

이러한 도전의 말씀들은 소위 “특별한 성소”에 초대되어 예수님을 따르는 소수의 그리스도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도전의 말씀들은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말씀이다. 말씀들은 이 부르심, 초대의 본질적인 특성을 가리키고 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데에 쉬운 길은 없다. 그분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듯이, “나와 함께 하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다”(마태 12,30).
 

(출전: 참사람되어,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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