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종은 7월16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연중 15주일 삼종기도 가르침을 통해 우리 각자의 내면을 돌아보고 하느님을 향하는 길에 장애가 되는 걸림돌이나 가시덤불은 없는지 살펴보고 이를 치워내 마음을 정화하자고 강조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실 때 쉬운 표현을 사용하셨고,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상생활의 예화를 들어 설명하셨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그분의 말씀을 흔쾌히 경청했고 그들의 마음 안에 파고들었던 그분의 메시지를 소중히 여겼습니다.
그분의 메시지는 당대의 율법학자들이 사용했던 이해하기 복잡한 언어가 아니었습니다. 율법학자들의 말은 잘 이해되지 않았고, 매우 엄격해서 사람들을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런 쉬운 말을 통해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복잡한 신학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복음(마태 13,1-23)이 전하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가 그 한 가지 예입니다.
씨 뿌리는 사람은 예수님입니다. 이러한 표상을 통해 그분께서는 강요하는 분이 아니라 제안하는 분으로 소개하신다는 점에 주목합시다. 우리를 제압하면서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을 내어주면서 당신께로 이끄십니다.
그분께서는 씨를 뿌리십니다. 관대한 마음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당신 말씀을 흩뿌리십니다. 말씀은 새장이나 올가미가 아닌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씨앗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까? 우리가 말씀을 받아들인다면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비유는 무엇보다 우리에 관한 내용입니다.
사실 비유는 씨 뿌리는 사람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토양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예수님께서는 말씀의 씨앗이 떨어지는 땅인 우리 마음의 ‘영적 엑스레이 사진’을 촬영하고 계십니다.
마음은 땅과 같습니다. 우리 마음은 좋은 땅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말씀이 많은 열매를 맺겠지만, 전혀 씨앗이 들어가지 않는 딱딱한 땅일 수도 있습니다. 말씀을 듣지만, 우리에게서 튕겨나갈 때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바로 길에 뿌려진 씨앗과 같은 경우처럼 말씀이 마음속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좋은 땅과 아스팔트 길 사이에 두 가지 중간 땅이 존재합니다. 만약 우리가 ‘돌로 포장된 길’ 위에 씨앗을 뿌린다면 아무 것도 자라지 못합니다. 이 두 가지 땅은 어떤 면에서 볼 때, 우리 안에 가질 수 있는 땅입니다.
첫 번째로 예수님께서는 돌밭을 말씀하십니다. 상상해봅시다. 돌이 많은 땅은 ‘흙이 많지 않은’(5절 참조) 돌밭이기 때문에 싹은 곧 돋아나지만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합니다. 그와 같은 피상적인 마음은 주님을 받아들이고 기도하며 사랑하고 증거하기를 원하지만 오래 견디지 못하며 의욕을 잃고 결코 성공하지 못합니다.
좋은 땅 위에 게으름이라는 돌들이 가득 차 있고 사랑이 지속되지 못하는 잠시 거쳐 가는 진중하지 않은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에게 좋을 때만 주님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결실을 맺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땅은 다른 식물들을 숨 막히게 하는 찔레나무로 가득 찬 가시덤불입니다. 이 가시덤불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22절)이라고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가시덤불은 하느님께 거역하는 나쁜 습관들이고 그분의 현존을 숨막히게 합니다. 무엇보다 세속적인 부(富)의 우상들이요, 자기 자신의 소유와 권력을 위해 탐욕스럽게 사는 것입니다.
만일 이런 가시덤불을 키운다면 우리 안에 하느님의 성장을 숨막히게 할 것입니다. 각자는 자신의 작거나 큰 가시덤불, 자기 마음속에 살고 있는 악습들, 하느님께서 싫어하시고 깨끗한 마음을 가지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잡목들을 인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들을 뽑아버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씀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씨앗은 자라지 못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오늘 내면을 바라보도록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우리가 좋은 땅을 가지고 있다면 감사하고 아직 좋은 땅이 아니라면 땅을 일구라고 권고하십니다. 우리 마음이 믿음을 가지고 하느님 말씀의 씨앗을 받아들이도록 열려 있는지 자문해봅시다. 우리 안에 게으름의 돌들이 아직도 많고 큰지 자문해봅시다. 악습의 가시덤불을 규명하고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봅시다.
고해성사와 기도 안에서 우리의 돌들과 가시덤불을 주님께 가져가면서, 땅을 일구면서 우리 마음을 개간할 용기를 냅시다. 이렇게 한다면 씨 뿌리는 사람이신 예수님께서는 덧붙여 주어진 일을 완수하는 것을 기뻐하실 것입니다. 곧 말씀을 숨막히게 하는 돌들과 가시덤불을 제거하면서 우리 마음을 정화하는 일입니다.
오늘 우리가 카르멜 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라는 호칭으로 기억하며,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이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그 말씀을 실행에 옮기신 분이신(루카 8,21 참조) 성모님께서 우리 마음을 정화시키고 여러분께서 주님의 현존을 지키도록 도와주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