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교복을 가져 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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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교복을 가져 가야 하겠다
  • 이금연
  • 승인 2017.02.0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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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카나의 집 이야기-9
사진=이금연

지난 주 포카라 지역에 사는 장학생들을 만나러 갔다. 소테라는 작은 마을을 방문했다. 네팔 속의 또 다른 왕국 무스탕에서 흘러오는 거센 강줄기를 따라 조성된 소테 마을엔 76가구가 산다.

하얀 설산을 배경으로 푸른 물가에 야트막한 돌담 집을 지어 사는 마을 주민들은 낯선 방문객을 따뜻하게 환영해 주었다. 한국의 모 단체로부터 교육을 중심에 놓고 마을 발전을 모색하는 지역을 찾아 달라는 요청으로 찾아간 것이다. 소테 마을 아이들은 몇 해 전 사단법인 희망씨가 지은 강 건너 편의 초등학교에 다닌다.

노동운동가들이 만든 희망씨가 학교를 짓고자 할 때 중간 역할을 해야 했는데, 마시나 마갈이라 이름 하는 그곳엔 주로 구릉(Gurung)족이 주로 사는 곳이었다. 같은 부족이 살고 있어서 좋은 점도 있으나 동일 집단의 약점이 강화될 땐 학교 짓기라는 프로젝트에 위협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들이 갖고 있는 약점은 돌아 보건데 프로젝트 실행 경험 부족과 교육의 주체가 되는 것에 따른 부담감을 넘어설 마을 단위의 역량 부족이라는 것으로 정리 될 수 있는데, 그건 어쩜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학교를 지은 후 지속적으로 운영을 해 나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무게감이 왜 없었겠는가?

그걸 극복하도록 보완해 주는 것이 바로 희망씨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일 것이고, 더 나아가 건강하고 수평적인 파트너십을 만들어 내는 것일 텐데 현재까지 양측이 무난하게 해내고 있다.

사진=이금연

한편 소테 마을은 마시나 마갈과 달리 여러 부족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산다. 마갈, 구릉, 라이, 네와리, 체트리와 같은 네팔의 주요 부족들에 더하여 여러 소수문화권의 부족들도 더불어 산다.

종교적으로도 주민의 반 이상이 기독교 신자들이고, 불교와 힌두들이 어울려 산다는 것이다. 다문화의 시험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진데, 이 마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비결은 마을 자치를 위한 튼튼한 기초 단위의 존재에 기인된다. 12인으로 구성된 마을 운영위원회가 있어 마을 회관을 5년에 걸려 십시일반 자체 모금을 하여 지어 놓았고, 여성위원회는 마을 살림을 담당하는 데 공동 행사를 위한 중방 기구 구입과 그 관리를 맡고 있다.

바위와 돌멩이 틈 사이에 집을 지어 사는 척박한 삶터에서도 다양한 부족들이 공동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주민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일하는 현명함의 증거는 우리를 맞아 준 사람들의 표정과 태도에서 나타났다. 과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기대감을 갖고 대하지도 않는, 그저 우리 마을에 온 손님을 기쁘게 맞아 주는 것으로 응대하는 것 말이다.

마시나 마갈과 같이 소테 마을 주민들도 대다수가 강가에 널려 있는 돌을 주어 깨거나, 마을 밖으로 나가 운전이나 막노동을 한다. 그래서 그곳과 인연이 닿은 이유는 우리 장학금 지역 담당자인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조직 활동을 하는 곳이기에 가능했다.

건설 노조에 소속된 마을주민들, 그들은 매일 막노동판으로 일하러 나가지만 아이들 교육에 정성을 쏟고 있는 것 같았다. 깨끗한 환경의 어린이 집이 있었고, 두 명의 보육 교사가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미래에 마을 회관 옆에 작은 공부방 겸 도서실을 지어 방과 후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계획하고 있어 마을 구성원들이 아이들 교육을 중심에 두고 일치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더구나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누어 주면서, 주민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물었더니 ‘아이들 교복’이라고 하였다. 소박하게 큰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닌, 아이들 교복을 해 주면 좋겠다는 주민들에게 응답하기 위해 가능한 방도를 찾아야 하겠다. 더 나아가 주민들과 함께 작은 도서실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의논하는 것도 시작해 보고자 한다.

소박한 꿈을 꾸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일하는 기쁨은 그 어떤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함께 일하는 즐거움’, 그것은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일하게 힘을 주는 선물이다. 네팔에서 들려오는 소리 중에 하나가, 워낙 외부 지원이 많으니, 팔짱 끼고 앉아서 ‘어디 가져 올 테면 가져와 봐라’ 하는 식으로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지금껏 스스로 잘 해 온 곳인데, 끝까지 주민 주도형의 프로그램이 되어야 함이 일의 시작과 마침 그리고 과정의 원칙일 터이다.

함께 해 나갈 주체들 그러니까 마을 주민, 노동조합, 그리고 한국의 지원 단체와 그 중간에 선 나를 비롯하여 우리 모두가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은, 작지만 아담한 작은 도서실에서 이미 책을 읽고 있을 아이들과 주민들의 진지하고도 행복한 표정일 것이다. 아직 도래 하지 않은 그림이지만 이미 그 그림이 완성되어 우리 앞에 펼쳐진 듯이 필요한 일을 해 나가는 것이 시작의 첫 걸음이다. 비전과 목적은 그렇게 선명한 그림으로 그려질 때 실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만난 사내 녀석이 학교에서 나를 보고 ‘저기서 만났지요?’하는 신호를 눈빛으로 보낸다. 아이들은 참으로 신비로운 존재들이다. 아이들에게 갈 땐 늘 과자 혹은 사탕이라도 가져가는 게 그래서 좋다. 사랑은 물건으로 표현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참 다음엔 교복을 가지고 가야겠다.               


이금연 세실리아
국제 가톨릭 형제회 (AFI) 회원
네팔 환대의 집 'Cana의 집'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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