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명상여행] 따뜻한 얼음, "아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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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명상여행] 따뜻한 얼음, "아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이라니"
  • 재마 스님
  • 승인 2017.01.31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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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17년을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입춘이 계절의 문 앞에서 기다리고 계시네요. 그럼에도 엊그제 오신 함박눈들은 추위로 인해 얼음이불이 되어 세상을 하얗게 덮고 있습니다. 산과 언덕에서 흙을 덮고 있는 눈들은 아주 천천히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일 조금씩 햇살을 받아 땅 속으로 땅속으로 녹아 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으로 조금씩 내려앉으면서 또 나무들 속으로 길을 내고 있습니다.

얼어붙은 주산지. 사진=재마

겨울에 주산지 연못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겨울 주산지 연못은 왕버들을 온몸으로 받아 안고 얼어붙어 스케이트장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쪄어엉”하는 소리가 울렸습니다. 조금 있다가 다시 “끄으응” 하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연못 속의 물들이 얼어붙는 소리였습니다.

겨울 연못은 물가부터 얼기 시작하면서 점점 가운데로 얼어들어갑니다. 물길 아래 저 깊은 속에는 아직 얼지 않은 물들이 흐르고 있지요. 산과 산 사이 계곡에서 바람이 불어 올적마다 연못 속의 얼음에서는 소리를 냈습니다. 그 소리가 제게는 역설적이게도 제 몸 속에 있는 얼음들을 깨고, 제 혼의 잠든 부분을 쩍하고 쪼개는 것 같은 상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박남준 시인의 <따뜻한 얼음>이 떠올랐습니다.

따뜻한 얼음

옷을 껴입듯 한겹 또 한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사리 품 안에 숨 쉬는 것들을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
겁 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맑고 반짝이는 것은
그 아래 작고 여린 것들이
푸른빛을 잃지 않고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 만한 것은
제 몸의 온기란 온기 세상에 다 전하고
스스로 차디찬 알몸의 몸이 되어버린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쫓기고 내몰린 것들을 껴안고 눈물지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햇살 아래 녹아내린 얼음의 투명한 눈물자위를
아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이라니
그 빛나는 것이라니

(박남준, 적막, 창비. 2006년 초판 5쇄. 14-15쪽)

계절이 바뀌고 추위와 바람에 반응하는 연못의 물이 얼음이 되는 과정처럼, 우리가 삶의 추위와 바람을 경험할 때 소마는 세 가지로 반응을 합니다.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얼어붙는 반응입니다.

싸우는 반응은 사건과 마주할 힘이 있을 때의 반응이고, 도망치는 것은 마주할 힘이 없을 때입니다. 얼어붙을 때는 추위에 압도당하거나, 반복적인 노출에 의한 자동적인 반응입니다. 시인의 눈으로 보면 소마 속에 있는 ‘작고 여린, 빛나는 것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작고 여리고 빛나는 것’들을 보호하기 위한 얼음은 소마를 더 강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소마가 얼어붙는 경험을 반복하게 되면 우리 몸은 긴장하여 딱딱하게 굳거나 경직되어 얼음이 내는 소리처럼 통증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시인이 노래하듯이 ‘햇살아래 녹아내린 투명한 눈물자위의 사랑’이 모진 겨울을 이겨내게 한 것처럼, 우리 소마는 이완을 통해 통증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번 소마명상여행에서는 얼어붙은 소마에 유효한 이완에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먼저 우리 몸의 감각 중에서 얼어붙은 것 같이 딱딱하거나 경직된 부분이 있는지 알아차려봅니다. 혹은 신체 부위 중에서 어느 곳에 통증이 있는지 알아차려봅니다. 통증이 없더라도 무겁고 불편함이 느껴지는 곳이 있는지도 알아차려봅니다.

예를 들어 한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서 컴퓨터 작업을 반복해왔다면 어깨와 허리의 통증이 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서서 일을 하는 직업군에서는 다리와 허리 등의 통증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때 통증을 알아차리고, 통증의 소리를 들어보는 것을 반복적으로 해보시길 권합니다.

다시 말해 첫째, 불편한 부위의 감각을 인식한 후, 통증의 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둘째, 두 손바닥을 비벼 열을 내어 그 신체부위에 얹어 온기를 전해줍니다. 셋째는 그 신체부위의 감각과 느낌을 알아차리면서 천천히 움직입니다.

통증부위를 움직이면 처음에는 통증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어루만져 준 후 의식을 집중하면서 그 신체부위의 느낌을 알아차리면서 천천히 움직이면 어느 새 통각이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완이 모든 통증에 유효한 것은 아니지만 만성적인 통증에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혹시 인생의 겨울의 한가운데 계시는 분들은 추위와 거센 바람에 자칫 소마와 영혼이 얼어버리지 않도록, 따뜻한 햇살이 비치시길 기원합니다.


재마 스님
소마명상여행 길잡이,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아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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