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소마명상여행 독자 여러분.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님은 말씀이라는 로고스가 몸을 가진 사람이 되신 것이고, 또 모든 것이 가능한 전능한 존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작고 여린 갓난 아기로 오신 사건이지요. 하늘과 땅이 만나고, 모든 것과 아무 것도 아닌 것이 하나가 되는 대극의 합일이 이루어지는 특별한 날입니다.
성탄은 하느님의 사랑이 사회적 약자와 소외받는 이들을 위한 것임을, 이들에 대해 한없이 열려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인 것 같아요. 교종 프란치스코께서도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가난한 이들과 배척받는 이들과 죄인들을 찾아다니셨다'고 합니다. 하늘에 계신 하느님은 항상 이 땅으로 오시고 싶어 하시는 것을 알겠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뜻을 이은 산타클로스처럼, 또는 우리들이 무엇인가 간절하게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아기 예수님의 성탄은, 그 사랑은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임을 또 새깁니다.
여러분들의 성탄 풍경은 어떠셨는지요? 당신에게로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잘 맞아들였기를 빌어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집에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가서 맞이한 분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촛불집회가 촛불축제로 바뀌어 성탄의 의미가 우리 국민들의 삶에서 되살아나는 그런 발걸음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은 낭만적인 혁명, 재미난 유희와 놀이로서의 혁명, 삶의 한 존재방식으로서의 유쾌한 혁명을 꿈꿉니다.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분노의 에너지를 희극과 풍자로 다루면서도 다양한 사람들의 다른 이야기와 다른 춤들이 어우러지는 그런 혁명이 이루어져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기쁘고 평화로운 진정한 성탄이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인 성탄의 의미를 조금 성찰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제가 왜 세상에 태어났는지 무척 궁금해하며 답을 찾는 여정을 걸었습니다. 그래서 좌충우돌과 함께 다양하고 많은 경험들을 하면서 뭔가 근원적인 것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에 티베트 불교의 스승을 만나 이원론을 뛰어넘는 가르침을 들으면서 뭔가 내가 모르는 세상에 한 발 들여놓았습니다.
하지만 모르던 것을 알기 위해 다시 수많은 시간들을 바깥을 향해 쏟아 붓고 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함께 있지만 제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본성이 현현하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저에게는 진정한 성탄이지 않을까 상상합니다.
많은 스승들은 본성(신성일수도 있는)이 너무나 가까이 있기에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마치 물고기가 물 속에서 목이 마르다고 하는 것같다고요. 하지만 또한 너무나 심원하기에 가 닿기가 멀고 어렵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지금 나의 인식 수준이 산산이 깨어져 부서지는 경험을 하지 않고는 본성이 드러날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구도의 길에서 진리를 목격하고 깨달은 이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구름이 걷히고 나면 맑은 하늘이 드러나는 것 같이 텅빈 허공은 언제나 거기에 있다고 말입니다.
저는 이번 성탄절 아침에 인도를 향하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어쩌면 아주 작고 그 빛이 약해서 얼핏 놓쳐버려 본성이 아닌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본성이 현현하는 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제 힘이 약하다면 제가 본성을 조금 더 강렬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일상의 구름을 한 순간의 돌풍처럼 날려버릴 수 있는 스승을 찾아왔을 수 있습니다. 저의 캄캄한 동지 같은 어둠의 밤 속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는 태양을 만나도록 이끌어 줄 스승을 간절히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이번 주 소마명상여행은 내가 아는 세상에 안주하고 편안함에서 일어나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 일상안에서 일상 너머의 세상에 대한 꿈을 꾸어보면 어떨까요? 소마를 움직이며 황홀한 정신을 깨닫는, 투명한 현재의식을 알아차려보면 어떨까요?
루돌프 슈타이너도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던 그 시간 어디쯤에서 본성이 나타나는 진정한 성탄을 경험하고 <동지> 같은 시를 지었는지도 모릅니다. 도반이 구해서 보내준 번역본입니다.
동지
한밤중에
해를 바라보라
생기 없는 땅에
돌로 (집을) 지어라
그렇게 몰락과
죽음의 밤 속에서
창조의 새로운 시작을
아침의 젊은 힘을 찾아라
저 높은 곳이
신들의 영원한 말씀을 나타내게 하라
저 깊은 곳은
평화로 가득한 안식처를 지켜야 한다
어둠 속에 살면서
해를 만들어내라
물질 속에 움직이며
정신의 황홀을 깨달아라
-베를린, 1906, 12, 17, 루돌프 슈타이너
재마 스님
소마명상여행 길잡이, 중앙승가대학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