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시간은 달랑 달력 한 장을 남겨놓고 곧 2017년으로 빠르게 달려가는 말(馬)같은 상상이 듭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달력이나 나뭇가지에 매달린 마지막 잎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몸(soma, 소마)이 서서히 작동을 멈추면 죽음이라고 합니다. 이번 주도 많은 이들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광경은 우리들 각자의 모습만큼 다양합니다.
불교에서는 전통적으로 죽음의 순간이 해탈을 이루기 위한 수행의 중요한 공간이라고 가르칩니다. 우리의 생명이 다할 때는 움직임이 점점 줄어듭니다. 우리가 매일 잠자는 것은 죽음을 연습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움직임을 의식하거나 통제하지 못하고 무의식에 빠졌다가, 꿈을 꾸다가 다시 일어나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반복은 죽음이 낯선 것이 아니라는 배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 매일 죽음을 준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잠이 드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명상이 있습니다. 잠이 드는 순간에 어딘가로 추락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알아차리는 것은 몸에 있는 흙의 요소가 사라지는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물에서 떠다니는 느낌이 드는 것은 자신 안에 있는 물의 요소가 녹아 없어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잠이 드는 순간 전기 충격 같은 경험을 하거나, 방전되거나 타는 것 같은 현상을 경험하면 불의 요소인 화(火)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공기 중으로 날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공기의 요소가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잠이 드는 순간에 이 다섯 가지 요소들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지만 조금씩 사라진다고 하는데요, 바로 그 순간은 알아차림과 함께 하면서 쉬는 순간입니다. 잠이 들려고 하는 순간은 죽는 순간과 매우 비슷하며 죽는 순간을 짧게 경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죽음의 순간에는 이런 것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경험을 오래도록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는 알지 못하는 무의식으로 들어가는데요, 그 순간이 지나면 꿈에서 다시 깨어나게 된다고 합니다.
죽음수행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애착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죽음을 잘 맞이하기 위한 수행법으로 소마명상여행을 떠나고자 합니다. 소마로 애착을 어떻게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매일 잠자기 전에 눕는 동작을 알아차리면서 반복적으로 내려놓는 움직임을 소개합니다.
모든 일과를 다 마치시고, 씻고 난 다음 편안한 잠자리를 펴놓고 그 위에 앉습니다. 두 다리는 앞으로 뻗고 무릎을 살짝 구부려 발바닥과 바닥의 접촉을 알아차립니다. 바닥에 닿은 엉덩이의 무게감도 알아차려봅니다. 그리고 두 손바닥을 비벼서 따뜻한 열감이 느껴질 때까지 충분히 비벼줍니다. 비벼서 열감이 있는 두 손바닥을 바깥세상으로 향했던 두 눈 위에 천천히 갖다 얹어 놓습니다. 두 손바닥의 열기가 눈동자의 피로와 눈 주위 6개의 괄약근의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시간을 충분히 허락합니다. 같은 동작을 두세 번 반복하는 동안 눈동자가 따뜻해지는 느낌을 알아차려봅니다.
그리고 이어서 두 팔을 앞으로 쭉 뻗으면서 꼬리뼈부터 척추를 하나씩 바닥에 뉘여 봅니다. 이때 누군가 나의 손을 붙잡고 있다가 천천히 놓아주는 것 같은 상상을 해봅니다. 첫 번째로 꼬리뼈와 천골, 요추, 흉추, 경추를 하나하나 누이면서 바닥에 닿는 감각에 집중하면서 뼈 주위의 감각을 알아차려 봅니다. 뼈의 감각이 하나씩 느껴지지 않는다고 걱정하거나 자신을 책망하지 마시고, 마음의 눈으로 뼈가 하나씩 바닥에 닿는 것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천천히 내려놓는 움직임을 합니다.
내려놓았던 뼈들을 다시 천천히 일으키면서 몸의 앞 쪽, 목과 가슴과 배 부위에서 어떤 감각이 알아차려지는지 탐색해봅니다. 그리고 다시 두 번째 꼬리뼈부터 천골을 내려놓으면서 내가 오늘 했던 일들,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들을 뼈들과 함께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요추를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떠오르는 오늘 찾아왔던 감정들을 내려놓습니다.
흉추를 하나씩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오늘 하루 좋아서 환영했던 것과 불편해서 밀어버리려 했던 갖가지 상황들에서 일어났던 마음의 움직임을 내려놓습니다. 경추를 하나하나 내려놓으면서 오늘 자신이 밖으로 내뱉었던 말들과 하고 싶었지만 삼켰던 말들을 모두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두 팔과 다리를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거칠거나 미세한 오늘 하루의 행동들을 모두 내려놓습니다.
이제 바닥에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데요, 온 몸이 바닥과 잘 접촉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면서 내쉬는 숨을 통해 더 내려놓습니다.
양 팔로 바닥을 짚으면서 경추부터 하나씩 일으켜 꼬리뼈가 바닥에서 일으켜지도록 척추를 하나하나 일으키는 움직임을 해봅니다. 모든 움직임은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통증이나 아픔을 유발하지 않도록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도록 하면서 합니다. 몸을 일으키는 동안 자신이 무엇을 내려놓기 싫어하는지 알아차려봅니다. 그리고 다시 호흡을 하면서 꼬리뼈부터 척추를 하나씩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애착이나 혐오하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기를 다시 실험해봅니다.
내려놓으면서 버려야 할 습관적인 패턴, 이로 인해 반복하는 슬픔들, 지속적으로 떠올리는 이루지 못한 계획들, 매달리는 사람, 소유들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요? 아주 천천히 가능한 한 몇 번을 반복하시면서 이제 곧 찾아올 잠이라는 짧은 죽음을 맞이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침에 잠을 깼을 때 살아있다는 것과 아직 호흡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감사하면서 새롭게 하루를 디자인 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것은 어떨지요?
고맙습니다._(())_
재마 스님
소마명상여행 길잡이, 중앙승가대학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