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민중들의 외로움과 그들의 가정문제,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영위하는 의미없는 삶에 주목한다.
오늘날 우리는 특히 가난으로 인한 불안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우리는 이 가난을 신앙의 빛으로 바라보면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에 벌어져 가는 격차를
그리스도인 실존에 모순되는 수치로 본다.|
소수의 사치는 거대한 대중의 비참한 가난에 대한 모독이다.
우리가 이 가난한 얼굴들 속에서 감지해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질문하고 도전하시는 그리스도의 고통스런 모습이다.
(3차 중남미주교회의, 푸에블라 문헌, 2장2항)
7월 20일 오후 2시30분부터 서울역 인근 성분도 은혜의 뜰에서, 해방신학자 구티에레즈가 "인디언의 눈물을 닦아 준 사람"이라고 불렀던 바르톨로메 데 라스카스 신부를 기념하는 미사를 봉헌합니다. 해방신학의 이버지라고 부리는 라스카사스 신부를 생각하면 영화 <미션>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상세 내용은 아래에 첨부하였습니다.)
미사 후에는 정경일 선생을 초대하여 "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듣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정경일 박사는 미국 유니언신학대학을 나와 성공회대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 한국민중신학회, 심도학사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 <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불광출판사, 2024)를 펴냈습니다.
이 책에서 정경일은 교회가 길이 아니라 벽이 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막다른 길에서 '오직 예수'를 외치는 이들은 오히려 세상 사람들이 예수의 매력을 볼 수 없게 방해한다. 어쩌면 오늘의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것은 예수를 교회에서 해방하여 모든 사람의 스승이요 친구가 되게 하는 게 아닐까?" 묻습니다.
바르톨로메 데 라스카사스 기념미사
& 정경일 강의
“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
1. 일정: 2024년 7월 20일 (토) 오후 2시 30분~
2. 장소: 성분도 은혜의 뜰 (02-318-2425)
(서울특별시 용산구 동자동 한강대로104길 45-3)
3. 프로그램:
___2시 30분: 바르톨로메 데 라스 카사스 기념미사
(예수회 김정대 신부 주례)
___3시 30분: 강의-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
(심도학사 정경일 원장)
___5시: 간단한 식사 및 이야기 나눔
4. 참가비: 2만원 (식대 포함)
농협 352-1189 4554-13 (예금주: 한상봉-가톨릭일꾼)
4. 문의: 031-941-2736
5. 참가신청: 아래 주소 클릭하시고 신청하세요.
https://docs.google.com/forms/d/15H1Cf9LoJiTykChhj2CkxZcHWQ5CxONEE-5IvIwkqPI/
[참고 1] 바르톨로메 데 라스카사스(Bartolomé de Las Casas, 1474-1566)
라스카사스는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뒤로 스페인 사람들이 ‘인디언’라고 부르던 라틴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자행한 학살과 참상을 고발하고 ‘그들도 하느님의 자비 안에 있는 인간’임을 선포한 사제이며 주교가 된 예언자이다.
당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정복자들은 인디언들을 학살하고 노예로 삼으면서, 그들을 ‘영혼 없는 짐승’으로 취급했기 때문에 아무런 죄의식이나 죄책감이 없었다. 라스카사스는 이 학살의 현장에서 “이들도 인간”이라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제적 이권이 달려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해방신학자 구티에레즈가 ‘인디언의 눈물을 닦아준 사람’이라고 불렀던 라스카사스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중심도시인 세비야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상인의 아들이었던 라스카사스는 신대륙에서 출세와 영광을 꿈꾸었지만, 도미니코회 소속의 선교사였던 안토니오 데 몬테시노스가 스페인의 식민지 통치를 격렬하게 비난하는 강론을 듣고 식민정복자로서의 삶을 회개하였다. 1492년 이후 스페인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무력을 통한 선교’를 주장했는데, 스페인 사람들에겐 선교라지만,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겐 끔직한 재앙이었다.
라스카사스는 인디언들도 “하느님의 아름다운 창조물”이라고 항의하였다. 그는 인디언들을 ‘짐승’이라고 부르는 선교사들을 오히려 ‘굶주린 늑대’라고 비판하면서, 그들의 강압적 선교야말로 반(反)그리스도교적이라고 비판했다. 라스카사스는 <인디언 파괴에 대한 보고서>(1552년)에서 이렇게 썼다.
“그들은 겸손하고 인내력이 있으며, 평화롭고 온화하며, 이 세상 어디에나 가득한 분쟁도 소요도 없고, 분노도, 불평도, 증오도, 복수심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가장 섬세하고 여위고 연약한 체격의 사람들이어서 노동을 견디기에 힘들고 작은 질병에도 죽습니다. 그래서 비록 노동자의 혈통일지라도 우리들 가운데 왕자들과 영주들의 자식들보다도 허약합니다. 또한 매우 검소하여 최소한의 것들만 소유하고 더 가지려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거만하지도 않고 야심도 없고 탐욕도 없습니다. ... 맑고 생기 가득한 이해력을 가지고 있어서 좋은 교리를 받아들일 능력이 있으며, 순응적이고 우리들의 신성한 가톨릭신앙을 받아들이기에 적합합니다. 이들은 하느님이 이 세상에 창조하신 사람들 가운데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이기에 가장 최소한의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라스카사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리스도인들이 20년 동안 1200만 이상의 인디언들을 학살했다고 한다. 스페인 사람들은 인디언들을 광장의 똥만큼도 취급해 주지 않았다. 낙심한 라스카사스는 한 걸음 물러나 저술과 연구를 통해 아메리카의 현실을 고발하고 신학적 성찰에 몰두하게 되는데, 그 결과 1530년 스페인 국왕은 그의 청원을 받아들여 신대륙에서 노예제도를 폐지하는 칙령을 내렸다.
그후 400년 뒤에 라틴아메리카에 해방신학이 등장하면서, 교회는 짐승으로 취급해 왔던 바닥민중이 바로 ‘그리스도’임을 알아보기 시작하였다. 1979년 열린 푸에블라주교회의에서는 “소수의 사치는 거대한 대중의 비참한 가난에 대한 모독이다. 우리가 이 가난한 얼굴들 속에서 감지해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질문하고 도전하시는 그리스도의 고통스런 모습이다”(2장2항)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