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자기가 자라난 나자렛에 가셔서 안식일이 되자 늘 하시던대로 회당에 들어 가셨다. 그리고 성서를 읽으시려고 일어서서 이사야 예언서의 두루마리를 받아들고 이러한 말씀이 적혀있는 대목을 펴서 읽으셨다.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예수께서 두루마리를 말아서 시중들던 사람에게 되돌려주고 자리에 앉으시자 회당에 모였던 사람들의 눈이 모두 예수에게 쏠렸다. 예수께서는 “이 성서의 말씀이 오늘 너희가 들은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하고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모두 예수를 칭찬하였고 그가 하시는 은총의 말씀에 탄복하며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 하고 수군거렸다. 예수께서는 “너희는 필경 ‘의사여 네병이나 고쳐라’는 속담을 들어 나더러 가파르나움에서 했다는 일을 네 고장인 이곳에서도 해보라고 하고 싶을 것이다”하시고는 또 이렇게 말씀 하셨다. “사실 어떤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루가 4,16-24)
-예언자가 된다는 것, 특히나 자기자신의 나라에서 예언자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요. 까마라추기경님.
나는 “예언자”라는 말에 대하여 사람들이 너무 지나치게 특별한 의미를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주님께서는 아주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만 예언자로서의 책임을 맡기신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은 교회의 일원으로서 우리 모두가 예언적인 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전체 교회가 예언적이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교회는 주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목소리가 없는 이들에게 주님의 목소리를 빌려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사야 예언서를 읽으시면서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셨고 눈먼 사람들을 보게하고 억눌린 이들을 풀어주게 하셨다”고 당신의 사명을 선언하신 주님처럼 행동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항상 교회의 사명이었습니다.
예언직분에 대하여 이야기할 적에 나는 항상 거룩함을 말합니다. 물론 근본적으로 주님 홀로 거룩하시지요. 그러나 성세성사에 의하여 거룩한 은총의 덕분으로 우리는 주님의 거룩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몇몇 사람한테만 주어진 특권이 아닙니다. 그 거룩함에의 참여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선물이며 의무입니다. 그리고 거룩해진다는 것은 비전을 가지거나 기적을 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거룩한 은총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것이며, 항상 끊임없이 우리안에 그리스도를 모시고 하느님 안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하는 것입니다.
어느날 나는 병자성사를 주러 성체를 모시고 가고 있었습니다. 리오데 자네이로에서의 일입니다. 전체가 만원이었습니다.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를 모시고 있었습니다. 전차 안 한구석에는 여인네가 애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때 그들을 보고 계셨던 것은 그리스도였습니다. 또 한쪽에는 한 예쁜 여직공이 서 있었습니다. 그들도 역시 그리스도께서 보고 계셨습니다.
이윽고 나는 환자의 집에 닿았습니다. 고백성사 후 나는 그에게 성체를 영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잠시동안 나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 ! 돌아가는 길은 얼마나 쓸쓸할까. 나혼자 가야하니...” 그러나 곧 다시 나는 이렇게 되뇌었습니다. “아니야 너는 혼자가 아니야! 그때, 너는 이제 성체안에 그리스도를 모시고 가는 것은 아니지만 주님은 여전히 항상 계시지 않니? ”
그래요. 거룩해진다는 것은 유별난 특권이 아닙니다. 선하신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계신데 어떻게 화낼 수 있습니까?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면 우리가 어떻게 남을 질투할 수 있을까요? 사랑과 나눔의 하느님이 계신데 어떻게 우리가 이기적일 수 있을까요?
예언자가 되는 것은 결코 몇 사람에게만 국한된 사명이 아니예요. 하느님의 성령이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당신한테나 그 사람 혹은 그 여자에게만 아니라, 우리 모두와 함께 계신 것이지요.
[출처] <까마라 할아버지와의 대화: 고통 한 가운데에서 희망을>, 참사람되어 1993년 3월호
돔 헬더 카마라(Dom Helder Camara)
"내가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사람들은 나를 성인(聖人)이라 부르고, 내가 가난한 이들에게 왜 먹을 것이 없는지 물으면 사람들은 나를 사회주의자라고 부른다"는 말로 유명한 브라질교회의 대주교. 라틴아메리카 해방신학의 산실인 브라질 레시페 신학교 교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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