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뿐 아니라 이웃사랑만으로 그리스도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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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뿐 아니라 이웃사랑만으로 그리스도인이 되기도 한다
  • 돔 헬더 카마라 대주교
  • 승인 2021.04.12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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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라 대주교와의 대화-12
Bloody Redemption by Charlie Mackesy.
Bloody Redemption by Charlie Mackesy.

그리스도인들은 왜 항상 인간애적인 행동을 하느님과 연결시켜야 하는 것일까요? 인간에 대한 믿음만으로 족하지 않을까요 ? 하느님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정말로 필요할까요? 또 불의와 싸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하느님을 들먹거리지 않아도 그런 일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주교님은 그리스도인들이나 믿는 사람에 대하여 자주 말씀하시지요. 주교님은 비신자들이 이 세상에 정의와 평화를 건설하는데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이 그들과 협력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십니까? 이세상에 대한 희망과 투신을 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그리스도인이 되어야만 할까요?

-친구들이여! 오직 종교인들과 그리스도인들만이 이 세상을 보다 살기좋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하여 일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인상을 제가 드렸다면 용서하십시오.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제 주변에서 신자들이라고 하는 많은 사람들이 평화와 정의 그리고 이 지상에서의 행복에 대하여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오히려 하느님을 모르거나 믿지 않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명을 무릅쓰고 투신하는 것을 또 봅니다.

어렸을때 저는 이렇게 배웠습니다. 성세성사나 성체성사, 혹은 신앙고백과 성사참여 그리고 교회의 계명에 순종함으로써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들도 있지만 하느님의 두번째 계명 - “네 이웃을 네몸과 같이 사랑하라” - 그것이 하느님의 계명인 것조차 모르면서 이 계명을 살아가는 수많은 남녀 그리스도인들도 있다고 말입니다. 이들은 “행동하는 그리스도인들”이라고 불리웠습니다. 제가 아는 그런분들 가운데 제일 첫번째 분은 제가 존경하고 사랑했던 아버님이셨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때때로 인간들 자신을 위해서 사랑하고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위해서 그렇게 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성실하다면 하느님을 위해서 그렇게 하더라도 결국은 인간을 실제로 존경하는 것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인간 자신을 위해서 그들을 사랑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은 하느님의 이름을 들먹거리지 않아도, 성실하다면 그렇게 할 마음이 없더라도 하느님을 실제로 영광되게 하는 것이 됩니다.

하느님을 모르거나 알아차리지 못한다면서 전세계적 형제자매애를 실천하며 살았던 사람들에게 주님은 놀랍게도 이렇게 말씀 하실 것입니다. “나를 받아들이고 돌봐주고 옷을 입혀주고, 먹여주며 옹호해주고 정의를 실천해주어 고맙다”. 그리고 아버지의 집에서 그리스도인들과 가톨릭인들은 자신들만이 초대받은 손님이 아니라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랄까요? 아버지 하느님의 마음은 우리 모든 본당의 교적보다 훨씬 넓습니다. 또 하느님의 성령께서도 마음대로 모든 곳에서 숨쉬고 계십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희망을 나눈다는 것은 신앙을 나눈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믿는 사람들은 그들의 희망이 어디로부터 오며 또한 궁극적인 희망이 무엇인가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더 많은 책임이 있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은 믿는 사람들과 한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즉 주님께서 그들을 믿으신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든 이들과 함께 일해야 하고 또 일할 수 있습니다.

 

[출처] <까마라 할아버지와의 대화: 고통 한 가운데에서 희망을>, 참사람되어 1993년 3월호

돔 헬더 카마라(Dom Helder Camara)

"내가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사람들은 나를 성인(聖人)이라 부르고, 내가 가난한 이들에게 왜 먹을 것이 없는지 물으면 사람들은 나를 사회주의자라고 부른다"는 말로 유명한 브라질교회의 대주교. 라틴아메리카 해방신학의 산실인 브라질 레시페 신학교 교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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