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종이 2018년 제104차 세계 이민의 날 메시지를 성모승천 대축일인 8월15일 앞당겨 발표했다. 한국 천주교회는 이 날을 5월1일 주일이나 그 전 주일에 지내므로 2018년 이민의 날은 4월27일이다. 교종은 메시지에서 이민자와 난민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교회가 모든 신자들을 비롯해 선의의 뜻을 지닌 모두와 나누고자 하는 커다란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교종은 우리들은 관대함, 즉각성, 지혜, 예지력으로 현대사회에서 이민이 봉착한 많은 어려움에 응답하도록 부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너희와 함께 머무르는 이방인을 너희 본토인 가운데 한 사람처럼 여겨야 한다. 그를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이방인이었다. 나는 주 너희 하느님이다.”(레위기 19:34)
저는 교종직을 맡은 첫 해 전쟁, 박해, 자연재해, 빈곤에서 도망친 많은 이민자와 난민의 고통스러운 상황에 대해 각별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 상황은 의심할 여지없이 ‘시대의 징표’입니다. 이는 제가 2013년 7월 8일 람페두사를 방문한 이후 성령의 도우심으로 해석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온전한 인간발전 촉진을 위한 바티칸 부서를 설립했을 때 제 개인적인 지시 하에 특정부분을 난민과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교회의 우려가 표현되기를 바랐습니다.
이방인이 우리의 문을 두드리면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날 기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시대에서 환영 받고 거부당한, 모든 세대의 이방인들과 같기 때문입니다.(마태 25,35-43) 주님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국을 떠나야만 했던 모든 이들을 교회의 모성에 맡기셨습니다. 이러한 연대감은 출발부터 여정 중이나 도착과 귀환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돼야 합니다. 이는 교회가 모든 신자를 비롯해 선의의 뜻을 가진 모두와 나누고자 하는 커다란 책임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각각 관대함, 즉각성, 지혜, 예지력으로 오늘날 이민의 많은 어려움에 응답하도록 부름을 받았습니다.
환영
이와 관련해 저는 공동 대응이 “환영, 보호, 증진, 통합이라는 4가지 동사로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자 합니다.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환영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민자와 난민이 목적지 국가에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입국할 수 있는 더 넓은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도주의적 비자를 발급하고 가정을 재결합하는 과정을 증가시키고 간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헌신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더 많은 국가가 민간지역 후원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특히 고통 받는 난민을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를 열어 주길 바랍니다. 또한 이웃 나라의 충돌을 피하는 이들에게는 특별히 임시 비자를 발급해야 합니다. 특히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권리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지 않는 곳으로 귀국해야 하는 이주민과 난민의 경우, 집단적∙임의적 추방은 적절한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이민자와 난민에게 적절하고 그럴듯한 초기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미 많은 곳에서 시작된 광범위한 환영 프로그램은 개별적 만남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며,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하고 더욱 높은 성공률을 보장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전임자 베네딕토 16세 교종님께서 확고하게 진술한 인간 중심성의 원리는 우리가 국가안보보다 개인의 안전을 항상 우선순위로 자리매김하는 의무를 강조합니다.따라서 국경관리 담당요원이 적절하게 훈련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민자, 망명신청자, 난민은 개인의 안전과 기본적인 도움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존엄성을 위해서, 우리는 각 나라에 불법으로 입국한 사람들을 가두는 방법 외의 다른 대안을 찾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보호
두 번째 주제인 ‘보호’는 법적신분과 관계없이 이민자와 난민의 권리와 존엄성을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단계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보호는 출신국가에서 시작되며, 출발하기 전에 신뢰성 있고 검증된 정보를 제공하고 불법 모집 관행으로부터 안전을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이것은 가능한 한 이민국에서 계속 진행되어야 하며, 적절한 영사지원, 신분증명서를 늘 보유할 권리, 공평하고 공정한 대우, 개인 은행계좌 개설 가능성, 살아가기에 충분한 최소 임금으로 인정받고 존중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적절히 인정받고 존중 받았을 때 이민자, 망명 희망자, 난민의 잠재력과 기술은 그들을 환영하는 공동체를 위한 진정한 자원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국한 나라에서 이민자가 자신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동의 자유, 직장의 기회,의사소통 수단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 받기를 바랍니다. 또한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한 이들을 위해 사회적이고 전문적인 재결합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동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은 미성년 이민자의 보호를 위한 보편적 법적근거를 제공합니다. 그들은 법적 신분과 관련된 어떠한 형태의 구금도 면제받아야 하며, 초·중등교육에 대한 정기적인 접근이 보장돼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수록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합니다.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가족과 떨어지게 된 미성년자에게 임시 양육이나 수양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합니다.
국적에 대한 보편적 권리는 출생 시 모든 아동에게 인정돼야 합니다. 이민자와 난민이 때때로 무국적으로 빠질 때는 ‘국제법의 기본원칙에 부합하는 국제법’을 채택함으로써 쉽게 피할 수 있습니다. 이민자의 신분은 국가 건강관리와 연금 계획에 대한 접근을 제한해서는 안 되며, 본국 송환 시 기여금을 돌려받는 데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증진
‘증진’은 본질적으로 모든 이민자와 난민, 그리고 그들을 환영하는 공동체가 창조주께서 의도한 인류를 구성하는 모든 차원에 인간의 잠재력을 성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가운데 우리는 종교차원의 진정한 가치를 인식하고, 모든 국가 모든 외국인에게 종교적 신념과 실천의 자유를 보장해야 합니다.
많은 이민자와 난민은 적절하게 인정받고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능력이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직업은 사람들을 단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이민자와 난민의 사회적·전문적 포용을 촉진하기 위한 확고한 노력을 장려하며, 망명을 원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이들에게 고용, 언어교육, 시민권, 각 모국어로 된 충분한 정보제공을 보장합니다. 미성년 이민자의 경우,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에 대한 착취와 위험을 막기 위해 노동에 대한 개입이 규제돼야 합니다.
지난 2006년 베네딕토 16세 교종께서는 이민이라는 맥락에서 가족이 ‘문화의 장소이자 가치 있는 삶의 도구, 가치 통합의 요소’라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조부모, 손자, 형제자매를 포함해 재정상 요구사항과 관계없이 가족의 통일성을 항상 지원해야 합니다. 장애가 있는 이민자, 망명신청자와 난민은 더욱 큰 지원을 받아야 합니다.국제협력과 인도주의적 원조 측면에서 많은 국가에서 지금까지의 노력이 인정되는 동안, 특히 이민자와 난민의 유입이 심각한 개발도상국에서 의료·사회 지원 교육 등의 필요사항을 고려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또한 취약한 지역사회와 물질적 어려움에 직면한 지역 공동체가 구호금 수혜자에게 포함되기를 희망합니다.
통합
마지막 주제인 ‘통합’은 이민자와 난민의 존재가 가져온 이종문화 간 풍요의 기회에 관한 것입니다. 통합은 이민자들이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억압하거나 잊어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이들과의 접촉은 자신의 비밀을 발견하고 유효한 측면을 환영하고자 그들에게 열려 있기 때문에, 각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이것은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고 인간에게 하느님의 다양한 선물을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오랜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재정적 혹은 언어적 요구사항 없이 시민권을 부여하고, 도착 국가에서 장기간 체류할 수 있는 이민자에게 특별한 합법화 가능성을 제공함으로써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저는 문화교류의 기회를 증가시키고, 통합의 최적화된 절차를 문서화하고 보급하며, 통합 프로세스를 위해 지역 공동체를 준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모든 면에서 가능한 만남의 문화를 조성할 필요성을 다시 강조합니다.
저는 인도적 위기로 도착지를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의 특별한 경우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사람들은 본국에서 본국 송환과 효과적인 재통합 프로그램을 위한 적절한 지원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사목적 전통에 따라 교회는 위에 제안된 모든 계획을 실현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바람직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각자의 책임에 따라 정치 공동체와 시민사회의 기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2016년 9월 29일 뉴욕에서 개최된 유엔(UN) 정상회담에서 세계 지도자들은 이민자와 난민을 돕고, 삶을 구하고, 권리를 보호하고, 세계차원에서 책임을 공유하는 결정적인 행동을 취하고 싶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2018년 말 이전에 난민과 이민자를 위한 두 곳의 글로벌 콤팩트에서 계획초안 작성과 승인절차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현재 진행 중인 이러한 과정에 비추어 앞으로 몇 달 동안 제가 네 개의 동사로 묘사한 구체적인 행동의 주제를 지지할 특별한 기회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글로벌 콤팩트의 승인을 끌어낼 수 있는 이 절차에 참여한 또는 참여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인들과 시민들에게 이 메시지를 나눠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8월15일) 성모승천 대축일을 축하합니다.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는 망명생활의 어려움을 경험하셨고(마태 2,13-15), 사랑으로 아드님의 여정을 함께하셨으며, 이제 영원히 그분의 영광을 함께 나누고 계십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주님의 계명에 응답하며 타인과 이방인을 우리 자신처럼 사랑할 수 있도록 성모님의 기도에 모든 이민자와 난민의 희망과 그들을 환영하는 공동체의 열망을 의탁해야 합니다.
2017년 8월15일 성모승천 대축일에 바티칸 시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