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순례를 마치고, 붓다께서 깨달음을 이룬 지구의 하트챠크라로 불리는 보드가야에 도착 했습니다. 이곳은 붓다께서 깨달음을 이룬 후 7일 동안 일곱 번씩 삼매(선정)에 들었던 일곱 장소에 탑을 세우고 오랫동안 그분을 기려왔던 곳입니다. 하지만 11세기에 이슬람 침공으로 이후 그 이전의 세월만큼 모래와 흙에 덮여 있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19세기 말에 5세기경의 아소카 대왕이 세운 석주가 발견되면서 이 유적지도 발굴되어 다시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오래된 보리수나무 옆에 붓다께서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셨다는 곳에 대탑이 우뚝 솟아 있는데, 그곳에는 붓다의 현존을 기리는 상(像)이 조각되어 있고, 매일 전 세계에서 순례를 온 참배객들이 이곳의 붓다께 귀의하고 존경의 예를 올리기 위해 줄을 서 있습니다. 그 주변으로 사방과 팔방에는 몇 시부터인지 알 수 없는 시간부터 오체투지를 하거나, 경전을 독송하거나, 명상을 하며 앉아 있는 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 역시 전 세계에서 온 순례자들로 짧으면 하루, 삼일, 칠일, 스무하루, 마흔 아흐레, 백일, 삼백일 등의 나름대로 어떤 지향을 가지고 수행정진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널판지를 놓고 오체투지를 하는 모습입니다. 널판지가 없어도 대탑 주위를 삼보일배 오체투지를 하면서 도는 순례자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108배는 기본이고, 하루 천 배부터, 삼천 배, 만 배에 이르는 오체투지 수행은 온 몸으로 올리는 공경과 귀의, 참회의 기도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참된 본성을 찾고 깨달아 거기에 돌아가 의지하겠다는 경배의 움직임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움직임을 통해 몸을 구성하는 땅과 물과 불과 바람, 허공의 요소를 느끼고, 관상하면서 무상을 깨닫기도 합니다.
오체투지는 먼저 두 손을 합장한 후 머리 위와 입, 가슴의 세 곳에 갖다 대면서 뜻과 말과 행동으로 귀의한다는 표시를 합니다. 다음으로 합장한 손을 바닥으로 내리면서 무릎을 굽히지 않고, 두 손을 바닥에 닿게 한 후 앞쪽으로 밀면서 두 팔을 쭉 뻗어 몸을 바닥에 완전히 밀착시킨 후 다시 두 손을 머리 위에서 합장합니다. 자신을 가장 낮추어서 대지와 하나 되는 자세입니다.
이것은 스스로 아만에 갇힌 ‘나’를 내려놓고, 스스로 아무런 의도를 갖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그리고는 다시 두 손을 어깨 옆으로 가져오면서 바닥을 딛고 상체부터 일으키며 몸 전체를 일으켜 세웁니다. 이때는 바른 완전하고 온전하게 본래 깨달은 존재인 본성으로 자신을 세우는 시간입니다.
한국의 절은 두 손을 합장한 후 가슴에 모으고 두 발도 모은 후에 먼저 허리까지 숙이는 반절을 올린 후 무릎을 구부리고, 두 손으로 바닥을 양 어깨 넓이로 디딘 후 상체를 숙여 이마를 바닥에 닿게 합니다. 그런 후 두 손바닥이 하늘을 보도록 하여 양 귀 옆에 나란히 폅니다. 그러면 이마와 두 손바닥, 양 무릎의 다섯 군데가 바닥에 닿아서 오체투지 절이 됩니다.
전통적으로 인도에서 절은 어른이나 공경하는 대상의 발에 이마를 갖다 대거나, 오른 손으로 공경하는 대상의 발을 만진 후 그 손을 자신의 이마에 갖다 대는 것이라고 합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자녀들이 부모님의 두 발에 이마를 갖다 대는 것은 생명을 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이라고 합니다. 학교에 가서 선생님들께 하는 경배는 지식을 배움으로 세상을 향해 새롭게 태어남에 감사함으로 이 경배자세를 한다고 합니다. 절을 올리면 굉장히 힘들 것 같지만, 저항 없이 머리를 아래로 숙이거나, 중력의 끌어당김에 그대로 순응하면 의외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주 소마명상여행에서는 몸과 말과 뜻을 다해 공경하는 이에게 나의 온 존재를 바쳐 경배하는 자세를 탐색해봅니다. 어떤 시인은 ‘나무들이 서서 기도를 하고 있다’고 노래했습니다. 공경하는 마음이나 지극히 고마운 감정이 불러일으키는 자세는 각 문화와 전통 별로 다양할 것입니다. 고요한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여 진심을 다해 지극하게 공경하고 싶은 이를 상상으로 모시거나, 현존을 느끼면서 경배의 움직임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어떤 신체부위들이 어떻게 움직여지나요? 어떤 감정이 일어나면 어떤 신체부위들의 움직이려는 내적 충동이 함께 일어납니다. 이를 잘 감지하시고 허용해주시면 자신이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 경이롭고 신비로운 세계로 데려갈 것입니다. 자신 안의 신성과 본성을 향해 경배 드리는 춤으로 이번 한 주간 신성한 경험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재마 스님
소마명상여행 길잡이, 중앙승가대학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