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명상여행] "새벽에 맨발로 이슬을 밟아서" 새로운 시작, 걷기
상태바
[소마명상여행] "새벽에 맨발로 이슬을 밟아서" 새로운 시작, 걷기
  • 재마 스님
  • 승인 2017.01.04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재마

안녕하세요? 붉은 닭의 해가 밝았습니다. 새롭게 시작되는 새해 첫 날, 떠오르는 태양을 온 몸으로 맞아 붉고 힘찬 기운을 받으셨는지요?

저는 인도에서 '라즈기르(Rajrgir, 왕들의 궁-왕사성)'이라는 도시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2017년 첫날을 시작했습니다. 라즈기르는 고대 부족국가시대부터 왕궁터로 오랫동안 번창했던 유서깊은 곳이지만, 지금은 중학교 정도만 있는 작은 도시라고 합니다. 이곳은 붓다께서 반야심경을 설한 영축산과 붓다 입멸 후 경과 율이 송출된 칠엽굴과 인도 최초의 불교대학인 나란다대학 터가 발굴된 곳입니다.

나란다대학은 현재 사방 1km만 발굴되었지만 약 13km 이상 발굴될 것으로 봅니다. 그렇게 되면 라즈기르 전체가 나란다 대학으로 뒤덮일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5세기경 굽타왕조와 7세기와 9세기의 왕조가 바뀔 때마다 나란다대학은 증축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은 용수, 무착, 샨티데바 등 대승불교의 기라성같은 종교 천재들을 배출한 곳으로 당시 일만 명이상의 스님들이 공부했던 곳입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새해를 시작하는 휴일, 라즈기르로 들어오는 좁은 도로는 차들이 움직이지 않아 주차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이곳은 2500년 전 부처님 당시부터 있었던 온천장을 24시간 개방하고 있고, 온천장 바로 아래 공원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소풍을 온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라즈기르로 들어서자 차창 밖으로 산 아래 넓은 공터에서 운동경기를 하거나, 가족단위의 소풍을 즐기고 있었는데요, 인도는 아직도 전통적인 가족문화가 유지되고, 가족단위의 소풍이 많다고 합니다.

차들이 움직이지 않자 많은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걷기 시작합니다. 요즘은 신발을 신은 사람들이 많은데, 전통적으로 인도인들은 맨발로 걸어다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시력이 좋아 안경을 많이 쓰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가 새벽에 맨발로 이슬을 밟아서 그렇다고 믿는답니다.

사진=재마

지금 제가 다니는 성지는 모두 붓다와 그의 제자들이 걸었던 길입니다. 예수님이 베들레헴 낯선 고장의 마굿간에서 태어나신 것과 마찬가지로 붓다가 탄생한 룸비니도 붓다 성모의 친정가는 길 위입니다. 불전 문학에서 전해오는 붓다의 탄생설화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었고, 그 발자국마다 연꽃이 피어났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상징적인 은유로 한 성자가 이 지구상에서 내딛는 발자국이 어떤 형태와 영향을 남기는가 하는 것을 비유합니다. 그것은 붓다의 완전한 깨달음, 즉 완전한 지혜와 자비를 갖출 것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내딛는 발자국들은 어떤 흔적을 남길까요?

붓다는 깨달음을 이루고 난 뒤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과 함께 수많는 길을 걸었다고 전해옵니다. 붓다와 제자들이 수행했던 승원(스님들이 사는 장소) 터와 붓다의 사리를 보존했던 탑과 붓다의 상이 발굴되었던 유서깊은 성지들은 순례자들의 발자국들도 품어 안습니다. 2000년 이상을 이어온, 일체 모든 존재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깨달음의 길을 수행했던 이들의 발원이 서린 상서로운 성지들은 그야말로 고요함과 평온한 침묵이 성스럽게 감돌고 있습니다.

오늘 소마명상여행은 걷기를 권합니다. 걷기를 위해선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이 함께 협응을 해야합니다. 걷는다는 것은 하늘과 땅 사이 공간을 이동하여 세상으로 나아가거나, 어딘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소마 전체가 동참을 해야하는 움직임입니다.

잘 걷는 것 만으로도 치매를 예방하거나 유산소운동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아는 얘기입니다. 두 눈은 약간 멀리 바라보고, 가슴을 펴고, 두 무릎에 살짝살짝 반동을 느끼면서, 양 엄지발가락에 의식을 두고, 발바닥 전체가 땅과 닿는 접촉면을 알아차리면서 한걸음 한걸음 내딛어봅니다.

몸의 균형이 어딘가로 쏠려 있지는 않은지, 발바닥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은 곳은 없는지, 과도하게 힘을 주는 부위는 없는지 알아차리면서 들숨에 몇 걸음을 내딛고 날숨에 몇걸음을 내딛는지 알아차리면서 걸어보시길 바랍니다. 고요한 명상상태에 들어 평온함과 만족함이 느껴질 것입니다.

오늘은 붓다께서 깨달음을 이루신 곳으로 또 이동을 합니다. 그곳은 대탑주위를 걷는 거대한 평화의 물결이 이루어 질 것입니다. 작은 연꽃들이 송이 송이 피어나는 거룩한 걸음이 제 삶의 현장에서도 피어나기를 조용히 빌면서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


재마 스님
소마명상여행 길잡이, 중앙승가대학교 외래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