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50주년 헌시-김유철 시인

2024-09-25     김유철
사진출처=미디어몽구

우르릉 쾅쾅 우르릉 쾅쾅
-암흑 속의 횃불 타오르다

-김유철 스테파노. 한국작가회의

 

듣는 귀에 따라서
번개 지나가는 천둥소리 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제 발 저린 이의 귀일 듯

새 생명이 오는 기쁨의 소리였고
억눌린 자, 한 맺힌 이에게는 가슴 뻥 뚫리는 소리였고
올려다 볼 것이 하늘뿐인 자에게는
한 줄기 빛이 내려오는 소리였으니
그래, 우르릉 쾅쾅 우르릉 쾅쾅 50년이렸다

오십을 지천명이라 했던가
오십이란 고갯마루를 올라보니
하늘의 음성이 좀 더 가까이 들리고
땅의 아우성이 이제야 제대로 들리니
아, 이래서 지천명이런가

주어진 길의 끝은 아득하니
오십의 고갯마루를 도중이라 부르자
아직 갈 길 멀고 암흑의 계곡 깊으나
샛별을 이정표 삼은 눈 밝은 동방박사들처럼
어두운 밤길 돋우어 쉼 없이 가서 경배하자

이곳에 우리 주 그리스도 탄생하시니
모든 노동자의 소금꽃을 성합에 담고
뜻 펴지 못한 채 사라져간 이들과
그들 어머니의 눈물을 성배에 담아
굶주린 이, 목마른 이, 나그네 된 이, 헐벗은 이, 병든 이, 감옥에 갇힌 이들의
소리 내지 못하는 소리를
꺼지지 않는 암흑속의 횃불로 만들어
성체와 성혈의 주인에게 돌려 드리자

오십년을 걸어온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우리의 희망이라 부르는 사람들
마지막 보루라고 여기는 국민들
덕분에 예수를 만나게 되었다고 말하는 민중들
그 눈망울에 담긴 ‘고맙소이다’란 소리를
사제단의 전설이라 부르련다

우르릉 쾅쾅 우르릉 쾅쾅
어둠속의 횃불, 오소서 주님
이 땅에 당신의 나라를 세우게 하소서

 

김유철 스테파노 
시인. 한국작가회의. 
삶예술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