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세영 편이다
김광남 칼럼
안세영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다. 선배선수인 방수현은 안세영이 자기 혼자 힘으로 금메달을 딴 게 아니라며 후배를 나무라고, 배드맨턴협회는 A4 열 쪽짜리 장황한 입장문을 내서 안세영을 공격하고, 대한체육회는 회장 인터뷰를 통해 배드맨턴협회를 대놓고 지원하고 있다. 체육계 전체가 안세영을 포위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안세영이 과도한 스타의식 때문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처럼 보인다. 묵묵히 훈련하고 시합에 임해온 다른 선수들도 있는데, 올림픽에서 금 하나 땄다고 어린 선수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 잔칫집을 초상집으로 만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안세영 편이다. 청년은 무모하기도 하지만 무모한 만큼 순수하기도 하다. 절정의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벌이는 싸움은 무모해서가 아니라 순수하기에 가능하다. 이 싸움에서 안세영이 이기기를 바란다. 배드민턴협회가, 더 나아가 대한체육회가 해체되고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뭐, 솔직히 말해, 나는 체육계에 대해서는 별 관심 없다. 그저 지금 그들이 대표하는 우리 사회의 기성질서가 마땅치 않을 뿐이다.)
세상이 조용하고 합리적인 개선을 통해 발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 세상의 발전은 어떤 이가 평지풍파를 일으키며 싸울 때 이루어졌다. 지금 청년 안세영이 그런 싸움을 하고 있다. 22살 청년으로서는 아주 고통스러운 싸움이 될 것이다. 그 싸움에서 늙은이들이 청년을 짓밟고 승전가를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꺼져야 할 것들은, 제발 좀, 꺼지자.
김광남
종교서적 편집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작가이자 번역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교회 민주주의: 예인교회 이야기>, 옮긴 책으로는 <십자가에서 세상을 향하여: 본회퍼가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삶>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