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사라진 까치들에게
2024-03-19 닐숨 박춘식
멀리 사라진 까치들에게
-닐숨 박춘식
몇 해 전
마을 까치들이 영영 떠나자
촘촘했던 까치둥지가 이제는
앙상한 꼬챙이로 기울어져서
차가운 봄비에 떨고 있네요
‘까마귀’는 성경에 몇 번 나타나지만
‘까치’는 산 넘어 멀리 문병 갔는지
성경에도 보이지 않아
더더욱 마음 짠하여 죄스러우네요
‘까치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아이들과 함께 노래 부를 수도 없고,
멀리 떠난 까치를 모셔 올 수 있다면
진정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시인의 집 마당에
건축 자재 꼬챙이를 색색으로
휘파람 불며 마련할 거예요
<출처> 닐숨의 미발표 시(2024년 3월 18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