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영남의 민들레국수집 일기

2021-12-27     서영남

2010년 7월 10일(토) 일기입니다.

무슨 국을 끓일까 생각하다가 오전에는 김국을 끓이고 오후에는 된장국을 끓이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베로니카께서 모니카와 함께 보육원에 가서 8살 여자아이 셋을 데려와야 합니다. 가정생활 체험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라파엘라를 지난달부터 일박이일 동안 우리 집에 데려와서 지내게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집에 갈 수 없게 된 두 아이를 더 받아달라는 수녀님의 부탁에 세 아이를 데려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다섯 아이를 데려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 아이를 데리고 오는 데, 다른 두 아이가 울며불며 함께 가고 싶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다섯 모두를 데려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니카가 다섯 아이들 샤워를 시키고 잠옷으로 전부 갈아입혀놓았습니다. 대단합니다. 민들레(강아지)가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지쳤습니다. 피자를 아이들이 참 좋아합니다. 밤 열 시에 거실에 이불을 깔고 재웠습니다. 모니카가 아이들과 함께 잤습니다.

아침 여섯 시 반에 일어나서 목욕물 받고, 쌀 씻어 안치고, 미역국을 끓이고 감자채를 볶았습니다.

베로니카께서 아이들과 민들레와 함께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일곱 시 반에 식구들이 너무 많아서 거실에 상을 차렸습니다. 아이들이 민들레와 노느라 밥을 잘 안 먹습니다. 그래도 아주 예쁘게들 먹습니다.

모니카가 다섯 아이들 데리고 주일 미사 참례 했습니다. 아이들은 민들레 꿈 공부방에서 모니카와 함께 놀다가 수녀님께서 데리러 오면 돌아갈 것입니다.

사진=서영남

11년 전 이야기입니다.

라파엘라는 보육원에 있다가 고아원으로 옮겼습니다. 십여 년이 흘렀습니다. 여덟 살 여자아이가 어느새 만 18세가 되었습니다. 두 달 후에는 보호종료가 되어 시설을 나와야 합니다.

아동보호종료를 몇 달 앞둔 어느 날 저의 아내인 베로니카의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라파엘라 : 이모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11월이에요. 저는 대학교 발표가 하나씩 나오고 있어요. 떨어진 데도 있고 합격한 데도 있어요. 00원 퇴소하면 이모 집 주변에서 살게 되는건가요? 아니더라도 자주 찾아뵐게요. 항상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베로니카 : 라파엘라야, 안녕. 00원 퇴소하면 민들레국수집 주위에 집을 얻어서 같이 살자.
경미 : 넹넹.
라파엘라 : 이모 안녕하세요? 시간이 진짜 빠른 것 같아요. 벌써 2021년 마지막 달인 12월이에요. 시간이 빠르게 흐를 동안 이모도 못 본지 오래 되서 너무 아쉽고 슬퍼요. 이제 제 나이도 십대 마지막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옆에서 도와주시고 옷 사주시고 맛있는 것 많이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모와 대표님 그리고 모니카 언니까지 제가 정말 많은 도움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00원 퇴소해서는 이모 집 근처로 가서 살면서 이모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항상 건강하시고 올해 2021년 잘 마무리하세요.
베로니카 : 라파엘라도 우리 가족인데 함께 살자. 걱정하지 말고 찬바람에 건강 조심해라. 라파엘라, 파이팅!

라파엘라가 살 집은 원룸으로 얻기보다는 민들레국수집 봉사자이신 착한 할머니 댁에 방을 얻었습니다. 이제 도배도 하고 살림살이도 장만해야 합니다. 부천에 있는 대학으로 통학하기도 좋습니다. 민들레희망센터에서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함께 점심도 같이 할 수 있습니다. 또 십년의 세월이 흐르면 라파엘라가 스물여덟 살 어엿한 어른이 될 것입니다. 

 

서영남 베드로
민들레국수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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