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포도주가 떨어진 혼인잔치

카나의 혼인 잔치와 예수 - 2

2018-07-02     송창현 신부

여호 16,8; 17,9에는 카나 천(Wadi Kanah)이 언급된다. 이 개천은 에프라임 지파와 므나쎄 지파의 경계선에 위치하는데 그리짐 산에서 시작하여 야르콘 강의 지류를 형성하며 지중해로 흐른다. 따라서 카나 천은 갈릴래아 지방이 아니라 사마리아 지방에 있다. 여호 19,28에는 아세르 지파의 영토 중에서 카나(Kanah)가 언급된다. 그러나 이곳은 티로(Tyre)의 남동쪽에 위치하며 갈릴래아 지방이 아니라 현재의 레바논에 위치한다. 기원후 1세기의 유다인 역사가 요세푸스는 자신의 자서전적 작품인 <생애> 86에서 잠시 동안 갈릴래아의 카나라는 마을에 살았다고 기록한다. 그러나 카나의 정확한 위치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다.

 

본문의 구조

요한 2,1-11 본문의 구조를 이야기의 진행 단계에 따라 상황묘사, 문제발생, 문제해결, 결과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① 상황묘사 : 사흘째 되는 날, 갈릴래아 카나에서 혼인잔치가 있었는데 예수님의 어머니도 거기에 계셨다. 예수님도 제자들과 함께 그 혼인잔치에 초대를 받으셨다.(1-2절).

② 문제발생 :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의 어머니가 “포도주가 없구나.” 하였다. 예수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분의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하고 말하였다.(3-5절).

③ 문제해결 : 거기에는 유다인들의 정결례에 쓰는 돌로 된 물독 여섯 개가 놓여 있었는데, 모두 두세 동이들이였다. 예수님께서 일꾼들에게 “물독에 물을 채워라.”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이 물독마다 가득 채우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다시, “이제는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하셨다. 그들은 곧 그것을 날라 갔다. 과방장은 포도주가 된 물을 맛보고 그것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지 못하였지만, 물을 퍼간 일꾼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과방장이 신랑을 불러 그에게 말하였다.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6-10절).

④ 결과 :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11절).

본문 자세히 읽기

① 상황묘사

우리 본문의 1-2절은 전형적인 상황묘사 부분으로서, 곧 사건이 벌어질 시간과 장소를 소개한다. “사흘째 되는 날”은 요한 1,29의 “이튿날”부터 시작하여 35절과 43절의 “이튿날”을 계산하면 전체적으로 보아 일곱째 날에 해당한다. 그리고 우리 본문의 배경은 혼인잔치이다. 이것은 이야기의 사건이 벌어지고 등장인물들이 행동하는 무대가 된다. 그리고 이 배경은 이야기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일어날 사건의 전개를 암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당시 유다인들의 혼인잔치는 7일 동안 계속되는데 음식과 포도주를 즐기며 음악, 춤, 노래가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다. 이와 같이 우리 본문의 혼인잔치라는 배경은 기쁨을 함께 나누는 축제적 상황을 가리킨다.

그리고 상황묘사에는 등장인물들이 소개된다. 등장인물의 분류에 따르면, 예수는 전체 이야기의 주인공이시고, 제자들은 큰 등장인물(major character)에 속한다. 그리고 작은 등장인물(minor character)인 예수의 어머니는 전체 요한 복음서에서 두 장면에 나오는데 우리 본문과 요한 19,25-27이다. 즉 전체 복음서 이야기 안에서 시작 부분과 끝부분에 그녀가 등장한다. 요한 복음서에서 그분은 항상 “예수님의 어머니”라고 표현된다. 비록 등장인물의 분류로는 작은 등장인물이지만 예수의 어머니의 역할을 결코 작지 않다.

② 문제발생

그런데 축제의 장인 혼인잔치에 엄청난 문제가 발생한다. 잔치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포도주가 떨어진 것이다. 이 사태는 혼인잔치를 망쳐버릴 수도 있는 것이었다. 이 문제 발생으로 인해 우리 본문에 갈등과 긴장이 발생한다. 과연 이 사태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그 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예수의 어머니가 관여한다. “포도주가 없구나.” 어머니는 예수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자 예수는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다고 하신다. 예수는 어머니의 청에 약간 거리를 두시는 듯이 보인다. 여기서 우리는 매우 중요한 신학적 의미를 발견한다.

예수가 말씀하신 “때”는 그분이 돌아가시고 영광스럽게 들어 올려지시는 때이다. 그 때는 아들이신 예수는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시는 때이고 메시아로서의 당신 사명을 완수하시는 때이다. 전체 복음서 이야기에서 예수는 항상 메시아로서의 사명과 하느님의 뜻을 앞세우신다. 만일 그분이 어려움에 처한 혼인잔치에서 도움을 주신다면, 그것은 그 어떤 인간적인 이유나 필요성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어머니는 예수가 결국 그녀의 청을 들으시리라 여긴다. 그래서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고 말한다.

과연 위기에 처한 혼인잔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포도주가 떨어진 절체절명의 위기는 어떻게 극복될 것인가? 어쩌면 잔치의 기쁨은 이대로 끝장 날 것인가? 예수는 과연 어떤 행동을 하실 것인가?

③ 문제해결

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지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과연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까? 만일 해결된다면, 어떻게 그리고 누구에 의해 해결될 것인가? 이렇게 긴장이 고조된 본문은 곧 벌어질 사건의 배경으로서 “거기에는 유다인들의 정결례에 쓰는 돌로 된 물독 여섯 개가 놓여 있었는데, 모두 두세 동이들이였다”(6절)라고 언급한다. 엄청난 양의 물을 담을 수 있는 물독이 언급되고 또한 그것이 유다인들의 정결례와 관련이 있다는 언급은 장차 본문의 문제해결을 위해 중요한 실마리의 역할을 할 것이다.

곧이어 우리 본문에서는 여러 등장인물들 사이의 명령, 행동, 대화가 소개된다. 이 장면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예수, 일꾼들, 과방장, 그리고 신랑이다. 먼저 예수의 명령과 일꾼들의 실행이 두 차례 언급된다. 즉 예수는 “물독에 물을 채워라”(7절)와 “이제는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8절)라고 명령하시고 일꾼들은 그 명령을 그대로 실행한다. 여기에서 예수의 주도권이 잘 드러난다. 문제해결의 주도권을 가지신 분은 바로 예수이다. 사건 진행의 중심에 예수가 계신다. 그분은 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져서 생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분이시다. 그리고 예수의 말씀에는 권위가 있다. 일꾼들은 그 예수의 말씀을 글자 그대로 따른다.

다음으로 소개되는 등장인물은 과방장이다. 그는 포도주가 된 물을 맛보지만 그것의 출처를 알지는 못한다. 여기서 과방장과 일꾼들은 극명하게 대조된다. 과방장은 포도주의 출처를 알지 못하지만, 일꾼들은 잘 알고 있다. 더욱이 일꾼들은 물이 포도주로 바뀐 것은 예수에 의해 일어난 일임을 안다. 여기서 과방장의 모름과 일꾼들의 앎이 대조된다. 그런데 우리 본문은 물이 어떻게 포도주로 바뀌었는지 그 상세한 과정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 장면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복음사가인 이야기꾼(storyteller)의 주된 관심은 다른 데에 있다. 그의 관심은 신기한 기적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적이 가지는 표징으로서의 의미에 있다.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