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직 여성사제 문제로 사제나 주교를 파문한 적은 없다. 그러나 2013년 콘클라베가 열리기 직전인 2012년 11월 29일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여성사제 운동에 적극 참여해온 미국의 로이 부르주아 신부의 사제직을 박탈한 바 있다.
부르주아 신부는 메리놀외방선교회 소속으로 ‘스쿨 오브 아메리카’(SOA) 감시운동 등 오랫동안 평화운동에 헌신해왔으며 특히 여성사제직을 위한 활동에 적극 참여해왔다. SOA는 미국 정부가 라틴아메리카에서 좌파 정권의 확산을 막기 위해 친미 군사정권과 민병대 군인들을 데려와 군사훈련을 시켰던 고약한 기관이다. 군인들은 이곳에서 기본적인 군사훈련뿐만 아니라 납치, 암살, 고문, 심리전 등의 기술을 습득한 뒤에 자국에 돌아가 자국민들을 상대로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부르주아 신부는 2008년 8월 평화주의 활동을 하던 중에 만났던 여성 제니스 세브르-두친스카(Janice Sevre-Duszynska)의 사제서품식을 공동 집전한 이후 교황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부르주아 신부는 강론을 통해 “사제생활 36년을 돌이켜보면, 교회가 건강하고 완전하게 되려면 사제직에서 여성의 지혜, 감수성, 경험, 연민,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차별은 죄입니다. 그러나, 조안 치티스터(Joan Chittister)의 견해에 따르면, 문제는 ‘성차별’이라기보다는 여성사제 서품을 반대하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하느님에 대한 인식’입니다.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하느님을 전능하신 생명의 원천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여성사제 서품을 반대하는 이들은 전능하시고,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고,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은 똑 같은 하느님이 유독 여성에게만은 사제가 되도록 힘을 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여성이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제대에 접근하면 하느님조차 무기력해진다고 믿습니다.”
한스 큉(Hans Küng)은 <그리스도교 여성사>(분도출판사, 2011)에서 “정교회와 가톨릭교회는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교회직무에서 여성의 완전한 동등권을 거부하는가?” 물었다. 감리교회는 1980년에 처음으로 여성목사를 안수했으며, 미국 성공회는 1989년에, 독일 루터교회는 1992년에 여성을 감독으로 선출했는데 “여성주교, 사제직을 거부하는 교회야말로 자신들의 기이한 관행을 복음과 초기교회 전통에 비추어 자기 비판적으로 검증해야 하지 않을까?” 물었다.
한스 큉은 구체적인 개혁과제로 남자들이 지배하고 있는 교회 권력구조 안에서 “여성들이 본당, 교구, 국가, 세계 차원의 모든 의결기구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보편공의회도 현행 교회법에 따라 남자들만 대표로 파견되며, 교황도 남성들에 의해서만 선출되는데, 이 모든 게 하느님의 법이 아니라 그저 인간의 법일 따름”이라고 말한다.
전례 언어에서도 공동체가 근본적으로 평등한 남자들과 여자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표현해야 하므로 호칭도 ‘형제들’ 또는 ‘하느님의 아들들’만 사용되어서는 안 되고, ‘자매들’과 ‘하느님의 딸들’도 함께 언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남성에게만 유보된 사제 서품에 관한 교서>를 발표한 이후, 베네딕토 16세 교황도 교황청 신앙교리성을 통해 <여성 서품을 시도하는 범죄에 관한 일반 교령>을 발표했다.
이 교령은 이전 교황의 견해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교황이 부여한 특별 권한의 힘으로 “여성을 사제로 서품하려는 자와 사제 서품을 받으려는 여성은 사도좌에 유보된 자동 처벌의 파문 제재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여성사제를 시도하는 모든 행위를 당시 논란이 된 아동 성추행만큼 끔찍한 ‘범죄’로 규정한 것이다.
[출처]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 한상봉, 다섯수레, 2014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일꾼> 편집장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